'세계 최고(最古) 목판 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수리복원 오류 발견

김종목 기자 2022. 6. 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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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사가 손환일씨 '문화사학' 게재 논문서 처음으로 오류 지적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추정) 목판 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수리·복원 오류가 확인됐다. 서화사가(書畵史家)인 손환일 서화문화연구소 소장은 ‘불국사 석가탑 발견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서지적 구성과 수리 복원 검토’에서 10개 종류의 오류 30여 개를 찾아 정리했다. 수리·복원 오류를 지적한 첫 연구 결과물이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1966년 10월 13일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에서 발견됐다.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1988년 수리·복원을 결정해 그해 9월~1989년 1월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당시 일본 지류 문화재 복원 전문 회사인 오카보고도(岡墨光堂) 일본인 4명과 한국인 1명이 참여했다.

손 소장은 오카보고도가 1989년 발간한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수리보고서>와 2009년 국립중앙박물관과 불교중앙박물관이 펴낸 <불국사석가탑유물>(총 4권) 등에 나온 수리 전후 사진을 비교했다. 해인사 <고려대장경> 판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내용과도 대조했다.

10개 종류의 오류 중 ‘글자가 없어진 곳’과 ‘원본 필획이 훼손된 곳’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수리 전 사진을 보면 1장 19행의 ‘有善(유선)’이란 글자가 분명하다. 수리 후 ‘有’자가 사라지고, ‘善’자도 훼손됐다. 1장 18행 첫 자 ‘歸(귀)’도 필획이 훼손됐다. 1장 12행 첫 번째 ~세 번째 글자는 ‘量天龍 (양천룡)’이다. 수리 전 사진에 남은 ‘量’자가 수리 후 없어졌다. 수리 전 ‘권수제(卷首題)’의 오른쪽 위 묵흔과 우측단변선도 수리 후 사라졌다.

손 소장은 “수리 후가 아니라 수리 과정에서 글자들이 폐기되거나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리 전 사진(왼쪽 흑백사진)을 보면 1장 19행의 ‘有善(유선)’이란 글자가 분명하다. 수리 후엔 ‘有’자가 사라지고, ‘善’자도 훼손됐다. 손환일 소장 제공
1장 12행 첫번째 ~세번째 글자는 ‘量天龍 (양천룡)’이다. 수리 전(왼쪽 ) 사진엔 남은 ‘量’자가 수리 후 없어졌다. 손환일 소장 제공

‘상하단변(上下單邊)이 맞지 않는 곳’도 여러 곳이다. 5장 29~38행 수리 본을 보면 왼쪽 끝 29행과 오른쪽 끝 38행 쪽 상단 선이 일직선과 어긋난다. 손 소장은 1장 4~5행 등 ‘글자의 위치가 잘못된 곳’도 여러 개 찾았다.

5장 29~38행 수리 본(위쪽 사진)을 보면 왼쪽 끝 29행과 오른쪽 끝 38행 쪽 상단 선이 일직선과 어긋난다. 아래 사진은 손환일 소장이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수리 본을 다시 수정한 이미지다. 손환일 소장 제공

손 소장은 ‘글자의 필획이 맞지 않는 곳’ ‘알 수 없는 글자를 확인 없이 붙인 곳’ ‘행간과 자간이 맞지 않는 곳’ ‘장과 장 사이가 부정확하게 접합된 곳’ ‘글자가 변형된 곳’ ‘결구가 부정확한 곳’ 등도 발견했다.

손 소장은 “수리 복원 과정에서 필획이 훼손된 글자, 없어진 글자 등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위치를 바꾸어 잘못 복원한 글자 등은 최대한 원본 위치를 찾아 다시 수정·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리 본(왼쪽 사진) 1장 4~5행은 ‘글자의 위치가 잘못된 곳’이다. 오른쪽 사진은 손환일 소장이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수리 본을 다시 수정한 이미지다. 손환일 소장 제공

손 소장은 이번 논문에서 불국사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해인사 <高麗大藏經(고려대장경)> 판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서지적 구성도 연구했다. 두 판본은 서로 다른 글자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1장 13행 4번째 글자의 경우 불국사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迦(부처 이름 가)’, <고려대장경> 판본은 ‘伽(절 가)’로 적었다. 손 소장은 60여 개(160여 자) 상이점을 찾아 정리했다. 유형별로 정리하면 ‘결락(缺落)된 글자’ ‘순서가 바뀐 글자’ ‘글자를 잘못 쓴 글자’ ‘음차(音借)하여 글자를 다르게 사용한 글자’ ‘의차(義借)한 글자’ ‘다른 글자로 조자(造字)한 글자’ 등이다. 구성이 다른 것도 여럿이다.

손 소장은 상이점을 두고 “원본을 보고 기록한 것이라면 오류가 없었을 것이나 아무래도 암송을 통해서 기록한 경우 글자가 결락되고, 순서가 바뀌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 당나라에서도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암송이 유행한 예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와 통화하며 “704년 번역을 마치고 수용돼 유행한 불경이다. 두 판본이 각각 다르게 수용되었는지, 불국사 판본을 쓴 필자가 틀리게 기록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후대 판본인 <고려대장경>이 더 정확하게 정리했을 것”이라고 했다.

손 소장은 불국사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두고 “일반적인 사경법(寫經法)과는 달리 장의 크기, 행수, 행의 글자 수 등이 모두 다르게 구성됐다”고 했다. 각 장은 54~63행이다. 크기도 가로는 6.5㎝로 일정하나 세로는 52.9~55.6㎝로 다르다. 손 소장은 “권두나 권미에 조성기가 없고 권미제(卷尾題)만 있어 제작 시기, 제작 동기, 제작자 등 연유를 알 수 없게 구성됐다. 행간과 자간을 맞추는 사경법을 따르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손 소장은 “여러 여건 때문에 사진본 만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사진 본과 실물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논문은 오는 30일 나오는 ‘문화사학 제57호’(한국문화사학회)에 싣는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복원 소식을 담은 경향신문 1989년 2월3일자 보도

불교서지학과 <고려대장경> 권위자인 박상국 동국대 석좌교수는 기자와 통화하며 “발견 당시 책 상태가 워낙 험했다. 수리·복원 때 문화재수리기술자들이 퍼즐 맞추듯 최선을 다했다. 당시엔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실수를 조금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문이나 불교 경전 전문가가 함께 참여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1966년 발견 때 습기 때문에 썩은 부분이 많았다. 벌레 먹은 부분도 나왔다. 산화작용으로 부스러지기도 했다.

박 교수는 “지금 잘못된 부분을 발견한 건 감사하면서도 가슴 아픈 일이다. 앞으로 문화재를 수리할 때는 여러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더 조심하고,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점을 짚고 싶다”고 했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두고 “751년(신라 경덕왕 10) 무렵에 간행된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본이다. 불경이 봉안된 석가탑이 751년 김대성에 의해 불국사가 중창될 때 세워졌으므로 이 불경은 그 무렵 간행된 것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한다. “도화라국(都貨邏國)의 승려인 미타산(彌陀山)이 법장(法藏)과 함께 704년경에 한역한 것이다. 죄를 없애고 수명을 늘리기 위한 법을 구하기 위해 옛탑을 수리하거나 조그마한 탑을 만들어 그 속에 공양하며, 법에 의하여 신주(神呪)를 염송하면 수복을 얻고 성불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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