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방역' 한다더니..원숭이두창 유증상 통과에 격리 혼선

박준용 2022. 6. 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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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국내 첫 확진자가 유증상 상태에서 검역대를 무사 통과한 뒤 추후 자진 신고를 했으나, 방역당국이 마치 검역대 통과 전 신고가 이뤄진 것처럼 발표했다가 뒤늦게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 교실)는 "방역당국의 신속하고 투명한 발표가 중요한데, 이번 원숭이두창 첫 확진자 발생 발표는 그나마 신속하긴 했지만 정확하지 않았다"며 "정보가 갑자기 바뀌면 국민들이 공포심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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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원숭이두창 첫 확진자 '검역 통과' 숨기고
위험도별 격리 기간 등 방역 지침도 오류
국내에서 원숭이두창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모니터에 질병관리청이 확진자 관련 브리핑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원숭이두창 국내 첫 확진자가 유증상 상태에서 검역대를 무사 통과한 뒤 추후 자진 신고를 했으나, 방역당국이 마치 검역대 통과 전 신고가 이뤄진 것처럼 발표했다가 뒤늦게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원숭이두창 방역지침 설명에도 오류와 불분명한 정보가 뒤섞여 있어 혼선을 빚었다. 문재인 정부의 ‘정치방역’을 비판하며 ‘과학방역’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정확한 상황 전달을 통한 신뢰 확보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23일 질병관리청 발표 등을 종합하면, 21일 독일에서 입국한 원숭이 두창 확진자 ㄱ씨는 미열과 인후통, 피부 병변 등의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인천공항 검역대를 통과했다. 입국 전 작성해 검역대에서 검사하는 건강상태질문서상에는 이런 증상들이 적히지 않았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ㄱ씨는 일단 검역대를 통과한 뒤 공항 안에서 질병관리청 1339에 의심 신고를 했다. 이후 격리·검사를 거쳐 전날 원숭이두창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첫 확진자 발생 현황을 발표할 당시, 방역당국은 이런 ‘사실’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았다. 질병청은 22일 오후 3시10분 브리핑에서 “인천공항 입국 직후 본인이 질병청에 의심신고를 했고, 공항검역소와 중앙역학조사관에 의해 의사환자로 분류된 직후 인천의료원으로 이송되어 즉시 검체를 채취했다”고 밝혔다. 이후 언급에서 “이분(확진자)이 우리나라에 입국한 이후에 공항 검역대부터 시작해서 신고를 통해서 안전하게 검역관과 병원에 인계됐다”고 설명했다. 검역 과정에서 확진자를 발견했다고 이해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질병청은 오후 9시 무렵이 돼서야 취재진의 계속된 질문에 답하며, 검역대를 통과한 이후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을 공지했다. 질병청 쪽은 이날 “해당 확진자가 검역대를 통과한 것은 맞다”면서 “다만, 검역대에서 신고안내 받은 것에 따라 통과 후 본인이 공항로비에서 1339로 전화를 걸어 신고했다. 역학조사 결과 현재까지 주의할 만한 접촉자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말바꾸기’는 아니었다”며 “역학조사의 진행 경과에 따라 보도자료 및 브리핑 내용이 항후 수정 보완될 수 있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원숭이두창 격리 기간 발표에도 혼선이 있었다. 질병청은 22일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모두 21일 동안 격리하는 것으로 동일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방역당국 지침상으로도 사실이 아니었다. 원숭이두창에 대한 방역당국의 격리 지침을 보면, 고위험군만 21일 격리와 함께 능동감시를 하고, 중위험접촉자(21일 능동감시, 면역취약자 등과 접촉하는 종사자는 근무제한 권고)와 저위험접촉자(21일 수동감시)는 격리 대상이 아니었다.

방역당국이 제시한 위험군 분류 기준 또한 모호했다. 고위험군은 동거인·성접촉자로 규정했지만, 중·저위험군은 불분명했다. 중위험군의 경우 비행기 안에서만 ‘1미터 거리’로 명시돼 있을 뿐이었다. 질병청은 “해외유입 감염병에서 비행기가 대표적인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예시로 제시했다. 나머지 교통수단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 교실)는 “방역당국의 신속하고 투명한 발표가 중요한데, 이번 원숭이두창 첫 확진자 발생 발표는 그나마 신속하긴 했지만 정확하지 않았다”며 “정보가 갑자기 바뀌면 국민들이 공포심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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