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서해 공무원 피격 당시 남북통신선 3개 살아있었다?

이웅 2022. 6. 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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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하태경, 3개 라인 가동 중인데도 북측에 협조 요청하지 않았다고 주장
8개 라인 중 2개 작동 중..나머지 6개는 사건 발생 3개월 전부터 불통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단장인 하태경 국회의원은 22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사건 발생) 당시에 우리에게 8개 정도의 남북 통신라인이 있었는데 그중에 3개가 살아 있었다"고 말했다.

실종된 피해자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돼 총격을 받을 때까지 6시간 동안 우리 정부가 신변보호 요청 등 구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한 말이다.

하 의원은 "(3개 라인이 살아 있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이) 실종됐는데 북으로 넘어가면 우리한테 보내주세요' 이 한마디만 했으면 북이 돌려줬다. 왜냐하면 김정은이 처음 사과한 사건이기 때문"이라고도 언급했다.

실제로 사건 당시 정부 당국은 교신 가능한 3개의 통신 채널을 두고도 책임을 다하지 않은 걸까?

서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설치된 남북 직통전화 [연합뉴스 사진자료]

우선 2020년 9월 서해 북단 어업지도선에서 근무 도중 실종된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사망 당시 47세) 씨가 북한 해역에서 피격될 당시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그해 6월 9일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빌미로 남북 당국이 유지해 오던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지하겠다고 선언한 뒤 실행에 옮겼다. 1주일 뒤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남북 관계가 급랭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그때 북한이 단절하겠다고 한 통신선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통신연락선,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전화·팩스·예비선), 남북통신시험연락선, 청와대와 노동당 중앙위 본부 간 직통통신선 등 4개다. 이와 함께 양측 함정(艦艇) 간 국제상선공통망과 판문점 자유의집 남북직통전화도 단절됐다.

피격 당시에도 정부 관리하의 공식적인 소통 채널이 모두 단절돼 남북 당국 간 연락이 쉽지 않았던 상황이다.

하지만 모든 연락 통로가 막힌 건 아니었다.

유엔군사령부가 관리하는 판문점 직통전화가 가동되고 있었고, 양측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과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간 비공식 채널(핫라인)도 있었다. 실제로 공무원 피격 사건 발생 직후 우리 군은 유엔사를 통해 북한에 사실관계 파악을 요청하는 통지문을 보냈고, 이틀 만에 통일전선부 명의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과 통지문을 받았다.

발언 듣는 하태경 위원장 (인천=연합뉴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TF 하태경 위원장이 2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을 방문, 해경 관계자들과 회의에서 정봉훈 해경청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2.6.22 [국회사진기자단] srbaek@yna.co.kr

정리해 보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우리 정부에 8개 정도의 남북 통신라인이 있었다는 하태경 의원의 말은 사실에 부합한다고 볼 수도 있다. 북한이 단절하겠다고 적시한 4개 통신선에다 함께 단절된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 판문점 남북직통전화와 유엔사 판문점 채널, 국정원-통일전선부 핫라인까지 더하면 8개가 된다.

하 의원은 이 중 유엔사 채널과 국정원 핫라인,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 등 3개 통신라인이 당시 살아 있었던 것으로 보고 우리 정부가 북측에 협조 요청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 의원이 살아 있었다고 본 3개 라인 중 유엔사 채널과 국정원 핫라인은 가동된 게 맞지만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은 불통 상태였다.

군 당국에 따르면 민간 선박들이 쓰는 국제상선공통망을 통한 남북 함정 간 연락 채널은 사건 발생 3개월 전 북한이 군 통신선을 단절할 때부터 두절된 상태였다. 양측 함정 간 무선교신은 13개월이 지난 2021년 7월 27일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이 복구되고 1주일 뒤인 8월 3일부터 재가동됐다.

이에 대해 하태경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에서 반응하든 안 하든 북한 선박들을 향해 공무원을 돌려달라는 의사를 전달할 길이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우리 당국이 사건 초기에 북한에 협조 요청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정황은 다음달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확인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온 이종호 해군작전사령관은 공무원 실종 당시 북측이 일방적인 부당통신(경계선 침범 경고)을 해 이에 대응했으나 대응 내용에 실종자 탐색 언급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소연평도 인근 해상서 수색하는 해경 [연합뉴스 사진자료]

우리 당국이 초기에 북한에 신변보호 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 군 당국자들의 보고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국방부는 사건 발생 직후 국회 국방위와 정보위원회에 대북 감청 정보를 분석·종합한 결과를 비공개 보고했다. 참석 위원들에 의해 일부 내용이 알려져 보도된 내용을 보면 피해자는 실종 다음날(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30분 서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이 먼저 발견해 월북 의사를 듣고서 밧줄로 예인하려다 분실해 북한 해군이 2시간 만에 다시 찾아냈다. 그러다 오후 9시를 지나자 설왕설래하던 북한군 상부에서 돌연 사살 명령이 하달됐는데 현장 군인들도 의문을 표시하다 오후 9시40분 집행한 것으로 보고됐다.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과 군 당국은 실종 직후엔 조류 흐름상 피해자가 북측으로 표류할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판단됐고, 북한 선박에 발견된 후엔 북측의 구조 움직임이 뚜렷해 사살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해 대북 감청 활동이 노출될 수 있는 구출 시도 없이 대기했다고 설명했다.

사건 당시의 자세한 상황은 국회 회의록이나 청와대 회의록이 공개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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