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우회적 민영화' 방식 취해".."민영화는 결국 재벌 특혜로 이어질 것"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화를 주요 목표로 제시한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이 ‘위장된 형태의 민영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공식적인 공기업 민영화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독점 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는 등 사실상 우회적 방식의 민영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대기업 독식 구조의 시장 상황에서 민영화가 진행되면 결국 ‘재벌특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3일 오후 서울시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위장된 민영화가 몰려온다’는 이름의 정책 비판 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현재까지 새 정부의 공식 입장은 “공기업 등에 대한 민영화를 검토한 적도 없고 현재 추진할 계획도 없다”는 것이지만,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주요 정부 인사의 거듭된 민영화 발언이나 민간주도 경제와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 등을 기치로 내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으로 미뤄볼 때 정부가 사실상의 민영화 방침을 정한 것과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민영화 계획이 없다고 하지만, 인수위 시절 발표된 국정과제 곳곳에 다양한 민영화 추진 계획이 명시되거나 녹아있어 신뢰할 수 없다”며 “실제로 감세와 긴축재정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가 향후 대규모 재원 마련 필요성과 경기 침체 등에 직면할 경우 공기업 민영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민영화가 가장 우선적으로 진행될 것이 우려되는 분야로는 공공 전력사업을 꼽았다. 김 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인수위 시절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경쟁과 시장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 구축”을 제시한 것을 두고 “정부 지분 매각 방식의 민영화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 때문에 최근에는 점차 시장을 열어 기업이 잠식하도록 하는 방식의 우회적인 민영화를 취하고 있다”며 “독점적 전력판매 시장을 변화시킨다는 것 자체가 넓은 의미의 민영화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 분야 역시 민영화가 예상되는 주요 분야로 거론됐다. 강철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장은 “보건복지 분야에서 공공 기능의 민간 이전을 통한 민영화가 주로 나타난다”며 “민간병원 시설 투자에 재정을 지원하는 공공정책 수가나 민간 병원의 책임의료 기관 지정 방안 등 모두 공공부문에 미흡했던 투자를 민간 지원을 통해 확대하고 공공 기능을 민간으로 이전하는 민영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윤석열 정부는 국립대병원과 상급 종합병원의 확대 정책만을 내놓았을 뿐 필수 의료중심의 공공병원 확충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기업 독식 위주의 경제 구조에서 섣불리 민영화가 진행될 경우 결국 ‘재벌 특혜’로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재벌 중심으로 극심하게 쏠린 우리 경제 구조 속에서 민영화가 이뤄지면 경제력의 집중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민영화는 결국 재벌 특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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