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靑 등산로 막은 헌재..알고보니 헌재 땅도 아니었다
청와대 개방 이후 시민들이 등산로로 애용했던 종로구 삼청로 일부가 헌법재판소장 측 요청으로 폐쇄된 것과 관련, 국민의 불만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폐쇄를 요청했지만 정작 도로는 헌재 소유가 아닌 데다 이 부근은 토지이용계획 상 주민 일상생활의 쾌적성·안정성을 확보하도록 한 ‘공공공지(公共空地)’인 것으로 확인돼서다. 헌재 측은 지난 도로 폐쇄 이후 21일째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관 앞 막은 헌재, 주인 아니었다
앞서 헌재 측은 공관 사생활 보호와 소음 등을 이유로 청와대 개방과 함께 열린 공관 앞 등산로를 다시 폐쇄해줄 것을 문화재청에 요청했다. 문화재청은 “토지 소유권이 헌재 측에 있다”며 요구를 들어줬지만 정작 도로 소유자는 헌재가 아닌 구청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길을 따라 100여m 들어가야 나오는 헌재소장 공관 입구 근처에 이르러서야 도로 관리청이 헌재로 바뀐다. 이마저도 소유자는 헌재가 아닌 국가다.
이번에 막힌 길은 지난 5월 청와대 개방 이후 수십 년 만에 통행이 허용됐고 입구엔 ‘북악산 한양도성 안내소’가 설치됐었다. 그러나 길이 다시 폐쇄되면서 안내소는 춘추관으로 옮겼고, 현재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현수막과 ‘통제구역’이라고 쓰인 울타리만 남았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길을 이용해 북악산을 오간 등산객은 지난달에만 평일 약 1000명, 주말 3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길이 막힌 지난 2일부터 등산객들은 길이 400~500m를 돌아 다른 등산로를 이용하고 있다.
폐쇄된 삼청로 일대, 시민 위한 ‘공공공지’
헌재소장 공관을 비롯해 일대에 밀집한 국무총리 공관 등을 보호해야 할 주요시설물로 본다 하더라도 ‘보행자 통행’과 ‘주민 휴식공간 확보’가 명시된 길을 막는 것은 법령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같은 법령 제61조는 공공공지의 구조 및 설치기준에 대해 ‘주민의 접근이 쉬운 개방된 구조로 설치하고, 일상생활에 있어 쾌적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실도 옮겼는데…권위적 태도” 비판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애초부터 이 길은 등산로가 아니었기 때문에 원래대로 다시 폐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가 이 일대 보도 폭 확장·횡단보도 추가 등 보행 편의를 위한 용역에 착수한 것을 고려하면 도로 폐쇄는 상반된 조치라는 평가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기준 청와대를 찾은 관람객이 1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청와대 부근을 찾는 시민이 늘었다.
한편 헌재 측은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등산로 폐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은 없는 상태”라면서도 “등산로 개방·폐쇄 문제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허정원ㆍ이수민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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