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챌린지] 백사실 계곡에서 요가.. 재충전 100%입니다

김지은 2022. 6. 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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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피크닉 체험기] 몸 각 부위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

뻔한 하루는 가라,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노력. 시민기자 그룹 '40대챌린지'는 도전하는 40대의 모습을 다룹니다. <편집자말>

[김지은 기자]

"요가 피크닉 안 갈래?"

요가를 즐겨 하는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밖에서 요가하고 도시락도 먹는 거냐고 물으니 '그러엄' 하는 친구의 답이 달렸다. 그러고는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많은 사람이 풀밭에서 요가를 하고 있었다. 사진만 봤는데도 코끝에서 풀 내음이 나는 것 같다.

가고 싶다. 요가를 해본 적도 없는데 가고 싶다. 친구에게 신청을 부탁하고 부암동 백사실 계곡에서 요가할 날만을 기다렸다. 스트랩까지 함께 주는 가벼운 요가 매트도 주문했다.

그런데 아뿔싸. 이른 장마가 시작되려는지 그 주 내내 비 소식이 있다. 비 예보가 바뀌길 바랐는데 예보가 바뀌는 대신 요가 하는 장소가 바뀌었다. 계곡이 아닌 요가원으로.

난 요가를 처음 해보는 거라 걱정이 됐다. 바깥에서 요가를 하면 새소리, 나무 냄새, 산들바람 등 여러 감각 정보가 많아 내 동작 따윈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요가원에서 하는 요가는 다르다.

나 혼자 다른 동작을 하고 있으면 다들 내가 신경 쓰이겠지.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남들이 신경을 쓰든 말든 내가 창피하다. 뻣뻣한 몸으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내가 눈에 보이는 것 같다. 갑자기 가기가 싫다.

계곡 갑니다, 요가 하러
 
 숲에서 요가하는 모습
ⓒ 북촌요가원
 
지난 18일 당일 아침. 천천히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요가 피크닉 카톡방에 카톡이 하나 올라왔다.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은데 계곡에서 요가를 하면 어떻겠냐고 묻는 참가자의 카톡이다. 곧 이은 선생님의 카톡.

'날이 맑진 않지만 비 올 확률이 줄어 장소 변경 공지합니다.'

우아. 야외 요가를 하게 된 것이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한 번 더 질문해 주신 분께 참 감사했다. '역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두드려 봐야 하는군.' 서둘러 나갈 준비했다.

약속장소에서 사람들과 만나 대나무 도시락을 하나씩 들고 백사실 고개로 이동했다.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진한 나무 냄새와 풀 냄새가 향기로웠다. 백사실 고개에는 요가 하기 적당한 평평한 장소(별서터)가 있었고 선생님의 안내로 그곳에 각자 요가 매트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난 맨 끝에 요가 매트를 깐 후 선생님께 조용히 물었다.

"저 오늘 요가 처음인데 괜찮을까요?"
"그럼요, 괜찮으실 거예요." 

다행이다. 처음엔 호흡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공기를 마시고 내쉬고 마시고 내쉬고. 이렇게 내 숨에 집중해 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눈을 감고 자신의 감각에 집중해 보세요."

눈을 감았다. 숲 냄새도 삐이삐이 새소리도 내 몸을 스치는 바람도 모두 좋다. 머릿속을 꽉 채웠던 생각들이 사라졌다. 조금 뒤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안 되는 동작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대신할 수 있는 자세를 알려주셨다.

"이 동작이 안 되면 그냥 다리를 굽히셔도 돼요."
"이 동작이 힘드신 분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주세요."
"꼭 바닥에 다리가 닿지 않아도 됩니다."

나에게 맞게 무리하지 않고 요가를 할 수 있었다.

내 몸에 있었는지 알지도 못했던 근육들과 처음 인사를 했다. 내가 어떤 동작을 하는데, 선생님께서 어깨에 힘을 빼고 등에 힘을 주라며 힘을 줘야 하는 곳을 손으로 짚어주셨다. 등 한쪽의 근육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오, 여기에도 근육이 있구나. 안녕. 난 속으로 반갑게 인사했다.

몸 각 부위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발 앞으로 고개를 숙여 정수리를 땅에 대는 동작을 하며 위에서가 아닌 바로 앞에서 발을 보았다. 발이 단단히 땅을 디딜 수 있게 힘을 주라는 선생님 말씀에 눈앞의 발을 바라보는데 내 몸을 지지하고 있는 발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손으로 땅을 짚고 몸을 세모 모양처럼 만드는 다운독 자세를 할 때는 "땅을 움켜쥐는 것처럼 각 손가락에 힘을 주세요"라는 선생님 소리에 맞춰 손가락 끝으로 힘을 보냈다. 손가락 하나하나를 고맙게 바라보았다.
 
 요가를 하다 눈을 떴을 때, 내 눈앞에 있던 민들레와 나뭇잎.
ⓒ 김지은
 
요가 자체도 매력이 있었지만 숲에서 하는 요가라 더 좋았다. 매트 위에서 옆으로 눕는 자세를 하다 눈을 떴는데 민들레가 짜잔! 하고 내 눈앞에 나타났다. 히힛, 웃음이 났다. 몸의 힘을 빼고 누워 근육을 이완시키는 자세(사바사나)를 하다 눈을 떴는데 파란 하늘 위로 나뭇잎이 흔들리는 게 보인다. 우아.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내가 땅 위에, 하늘 아래에 살고 있구나, 자연 속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이렇게 자주 자연과 접하면 자연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지. 이렇게 자주 내 몸을 돌본다면,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겠지. 처음 요가를 했지만 왜 요가를 운동이라고 하지 않고 수련이라고 하는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자연의 일부인 나를 느낀 시간
  
 요가 수련 후 먹은 도시락
ⓒ 김지은
 
한 시간의 요가 수련을 마치고 도시락을 먹을 시간이다.

"처음치고는 아주 잘하시는데요!"

어머나. 요가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어리둥절했다. 필라테스 선생님께 "일 년 넘게 필라테스를 했는데도 왜 이렇게 뻣뻣한 거죠?"라고 물었을 때 그렇게 타고나서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는데... 사실 그래서 요가를 같이 하자는 친구의 제안을 계속 거절했다. 뻣뻣하게 태어나서 유연함이 필요한 요가 같은 운동은 절대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칭찬을 받다니.

기쁜 마음으로 맛있게 꼭꼭 씹어 밥을 먹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포털 검색창에 '뻣뻣해도 요가 할 수 있나요?'라고 질문을 써넣었더니 비슷한 질문들이 좌르륵 뜬다. 그리고 그 아래 달린 희망찬 댓글들. 몸이 유연하지 않으니 배우는 거라는 문장에서 쿡. 웃음이 났다.

조금 뒤 요가 피크닉 카톡창에 수련할 때 찍은 사진들이 올라왔다. 더불어 감사하고 행복했다는 참가자들의 후기도. 나도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는 글을 남겼다. 자연과 자연의 일부인 나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테니스, 마라톤, 수영 등 역동적인 운동만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요가는 또 요가만의 매력이 있었다.

요가에 관심은 있지만 뻣뻣한 몸 때문에 혹은 나이 때문에 감히 도전하지 못하신 분이 있다면, 부담 없고 재충전 100%인 야외 요가를 권한다. 포털 사이트나 인스타에서 '야외 요가'를 검색하면 다양한 수업들이 뜨니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어서 서두르시길!

《 group 》 40대챌린지 : http://omn.kr/group/forty_up
뻔한 하루는 가라,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노력. 도전하는 40대의 모습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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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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