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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선거 때마다 "철도 확충" 끝나면 '민자 동원'..값비싼 운임에도 국가 재정 추가 투입 '폐해'[팩트체크 민영화]

김원진 기자 입력 2022. 06. 23. 21:35 수정 2022. 06. 2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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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서울 지하철 3호선 신사역 환승게이트에서 승객들이 신분당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신분당선 요금 등 공공 철도의 2배
교통복지 차원의 대중교통 정책 균열

‘신분당선 열차 이용 시 이용구간에 따라 별도운임 500~1900원이 추가됩니다.’ 지난 10일 오전 8시, 서울지하철 3호선 신사역. 신분당선 환승 통로에 설치된 굵은 글씨의 안내문이 한눈에 들어왔다. 환승게이트를 지나 승강장까지 곳곳에 설치된 안내문을 일부 승객들이 힐끔거렸지만 대부분 무심히 지나쳤다.

직장인 안영무씨(31·가명)는 신분당선 연장 개통 이후 출근시간을 20분 줄였다. 안씨는 경기 분당구 신분당선 미금역에서 여의도로 출근한다. 예전 경기도 광역버스→서울지하철 9호선(2900원)보다 요금(3550원)을 더 낸다. 신분당선 전 구간(33.5km)을 이용하면 3650원을 내야 해 왕복요금이 7300원에 달한다. 비슷한 거리(33.6km)인 분당선 죽전역~왕십리역 구간 요금(1750원)의 2배가 넘는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신사 구간을 연장 개통한 신분당선은 민간 자본으로 지은 철도다. 하지만 100% 민자는 아니다. 민간 사업자들이 사업비의 절반가량을 부담했고, 정부가 20%를 부담했다. 신분당선 광교~강남 구간은 광교·판교 시민과 기업이 낸 개발부담금이 사업비의 30%를 차지했다.

신분당선은 철도 소유권을 정부에 넘기되 사업자가 30년간 운영·관리하면서 투입비용과 이익을 회수하는 수익형 민자 사업(BTO·Build Transfer Operate)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시민들은 운임을 더 내는데도 운영사는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한다. 신분당선만 적자가 아니다. 현재 운영 중인 민자 철도 12개 중 인천공항철도나 경기 용인경전철·의정부경전철, 서울 우이신설선(경전철)은 적자 상태다. 시민들은 비싼 요금을 내지만, 운영사는 적자를 면치 못해 결국 세금이 투입돼야 하는 민자 철도사업을 정부는 앞으로도 지속할 예정이다. 민자 철도는 교통 부문에서 추진돼온 ‘민영화’의 핵심 축이자 정책의 반면교사다.

■신분당선 왕복요금이 7000원대인 까닭

신분당선이 일반 철도 2배가량의 요금을 받게 된 사정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2005년 3월 신분당선주식회사와 ‘8% 수익률’을 보장하는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2011년 개통을 앞두고 정부는 신분당선 1단계 구간의 기본 운임을 1600원으로 정했다. 서울지하철 이용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가격이었다. 기본운임 1900원을 주장해온 신분당선 운영사는 낮은 운임 탓에 약정한 수익률 달성에 실패했다며 손실 보상요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19년 5월 실시협약을 근거로 정부 필요에 의해 가격을 낮춘 점이 인정된다며 신분당선에 67억3000만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민자 철도에 대한 정부의 요금 통제권을 약화시킨 판결이었다. 재정사업으로 건설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사태다.

입장이 궁해지자 정부는 신분당선에 별도 운임을 매기는 근거로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웠다. 대체 노선보다 빠르고 쾌적함을 누리는 만큼 편익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금을 전국에서 걷는데 수도권 철도에만 재정을 투입할 순 없다는 논리도 추가됐다.

공공철도에 비해 2배 비싼 민자 철도의 등장은 ‘교통복지’ 차원에서 대중교통 운임을 낮게 유지해온 대중교통 정책에 균열을 냈다. “자가용 이용자보다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정책적으로 인센티브를 줄 필요”(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와 비싼 요금은 명백한 엇박자다. 교통복지 차원에서 유지해온 ‘만 65세 이상 무료승차’ 제도도 위태로운 처지다. 지난해 신분당선은 65세 이상 요금을 유료화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가 정부가 수용하지 않자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65세 이상 노인 요금 유료화 지연에 따른 손실보상 청구’ 행정소송을 냈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예산 부족해 민자가 필요하다?

교통회계 예산 매해 5조원 남는데도
정부, 재정부족론 앞세워 민자 추진
고속철도는 중복비용에도 분리 운영

민자 사업은 2가지 기대하에 추진된다. 민간 기업의 이익추구 성향이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민간 자본을 활용함으로써 한정된 재정의 여력을 키울 수 있다는 가정이다. 정부는 사회복지 등 다방면에서 예산 수요는 늘어나는데, 국가 재정만으론 여러 철도 수요를 빠르게 충족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대왔다. 정부의 2022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8조원, 이 중 철도 예산은 8조5684억원으로 역대 최대액이다. 철도 예산이 늘었다 해도 재정이 들어갈 곳은 여전히 많다. 올해 일반철도 건설 사업만 강릉~제진 등 31곳에 달한다. 수리, 시설 개량 등에 들어가는 예산도 증가세다. 시설 노후화에 노선 증가로 시설 개량 예산은 2009년 전체 예산 대비 2.86%에서 2020년 16.55%까지 증가했다. 이 밖에 역사 관리 등 운영비 비중도 만만치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0년도 KDI 공공투자관리센터 연차보고서’에서 “재정 부담을 이유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으면 국민 편의가 줄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회공공연구원이 2000년 1월부터 2019년까지 언론보도를 분석한 결과 4년마다 치러지는 총선 즈음에 철도 관련 보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 확충이 총선 공약으로 등장하고, 선거기간을 거치며 형성된 수요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민자 사업이 동원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셈이다.

‘재정부족론’에는 또 다른 반론이 기다린다. 철도 예산에 쓰이는 교통시설특별회계(이하 교통회계) 계정에는 2018~2021년 매해 5조원 안팎의 예산이 사용되지 않고 남았다. 이를 활용하면 민자 철도를 짓지 않아도 된다. 현재 교통회계는 도로 50%, 철도 30%로 배분되는데 기후위기 시대의 교통대안인 철도의 배분 비율을 늘리면 재정으로 철도를 지을 여력은 더욱 커진다.

민자를 동원하더라도 적지 않은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게 현실이다. 올해 민자 철도 운영비 보전으로 책정된 정부 예산은 6975억원에 달한다. 지자체들도 부담을 져야 한다. 용인시는 2011년과 2012년 국제중재법원 결정에 따라서 약 8500억원을 용인경전철 사업자 측에 일시금으로 배상했다. 이후에도 매년 300억~400억원을 경전철 사업자에게 운영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이런 사정이라면 재정을 우선 동원하되 부족하면 국채·지방채를 활용하는 편이 낫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장부상 부채 증가를 꺼려 민자를 유치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SOC는 짓고 나면 실물이 남는데도 투자 비용을 전부 부채로 잡는 현행 제도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감가상각을 감안해도 SOC는 투자한 실물이 남는 만큼 현행 회계처리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자 철도와 관료 재취업

민자사업, 운영비 줄이려 인력 감축
노동조건 악화·사고 위험 증가 우려
퇴직 관료·공기업 직원 ‘재취업’ 통로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제1조는 “민간의 투자를 촉진해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사회기반시설의 확충·운영을 도모한다”고 돼 있다. 정부는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공사를 빠르게 끝낸다’와 ‘운영비가 저렴하다’로 설명한다. 민자 사업이 공기 단축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정부는 강조한다. 통계로 보면 비슷한 길이의 민자 고속도로 건설기간을 100으로 잡으면 재정 고속도로는 14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철도는 상황이 다르다. 국토부가 지난 4월 발표한 ‘4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을 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재원별 집행률은 국고 90%, 지방비 70.4%, 민간 자본 47.9%다. 민간 철도사업이 더딘 것으로 추론할 수 있는 근거다. <거대도시 서울철도>를 쓴 전현우 서울시립대 연구원은 “공공재정 건설은 재정 조달이 불안정하다는 문제가 있다면, 민간 철도는 협상 지연으로 사업이 늘어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자 철도 사업자가 운영비를 코레일이나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비해 20~30% 정도 덜 쓴다고 추정한다. 일부 민자 철도 운영회사들은 아예 ‘인건비 절약’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사회공공연구원이 2020년 3월 펴낸 ‘궤도 민자 사업의 문제점 분석과 공영화 전략 모색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 주요 민자 철도 운영사 4곳은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비해 km당 인원이 절반 수준이었다. 상대적으로 40% 이상 낮은 저임금에 계약직 비중도 높았다. 운영비 절감을 위한 인력 감축이 노동조건 악화와 사고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강조되지 않는다. 사회공공연구원 보고서는 “민자 철도 운영사는 다단계 위탁 구조가 많아 저임금 구조를 유발하고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개통한 민자 철도인 서울 신림선(경전철)에서 지난 21일 전원변환 장치가 고장나 승객이 1시간 동안 객차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림선은 비용 절감을 위해 개통 6개월 뒤부터 무인운행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이런 상태라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정부는 민자 철도사업을 지속할 태세다. 전체 민자 사업은 2007년 정점을 찍은 뒤 크게 줄었지만 철도는 예외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등 5개 구간을 민자 사업(사업비 7조6000억원)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령개정을 통해 민자 철도사업자에게 역세권 개발권리도 부여하기로 했다. 운임수입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별도 수입원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국토부 퇴직 관료들이 잇따라 민자 철도 운영사 고위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GTX A노선 시행사 에스지레일(정경훈 전 국토부 기조실장), 신안산선 시행사 넥스트레인(김일평 전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이 국토부 전직 관료를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수도권 민간 철도회사에는 서울교통공사 퇴직자들이 다수 계약직(촉탁직)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가 ‘실패한’ 민자 철도에 집착하는 이유가 퇴직 관료와 공기업 직원들의 ‘재취업’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을 정부는 해명할 필요가 있다.

■고속철도 분할체제 고착화되나

철도의 공공성은 고속철도 분할체제를 기점으로 급격히 훼손됐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운영사 간 경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 철도산업의 고질적인 적자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분을 들어 고속철도 운영사를 코레일과 수서고속철도(SR)로 분할했다. 하지만 분할운영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는 눈에 띄지 않는 반면 새마을, 무궁화 등 지역 간선열차가 속속 폐선, 단축됐다. 수익이 발생하는 고속열차 노선 일부를 SR에 떼어주면서 코레일이 적자 노선에 보조할 여력이 줄어든 것이다. 김태승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에 따르면 KTX-SRT 분리 운영으로 2017년 1308억원, 2018년 1373억원, 2019년에 1779억원의 중복비용이 발생했다. 이 비용이라면 새마을, 무궁화호 감축을 회복할 뿐 아니라 고속열차 증편, 사회적 약자 할인 혜택, 운임 인하가 가능하다고 철도노조는 주장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 사전질의에서 “철도 유지보수·관제운영 등을 (코레일에서) 국가철도공단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관제권을 국가철도공단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은 현행 복수 철도운영사 체제를 굳히겠다는 뜻으로 노동계는 해석한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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