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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설] 대통령 재가 건너뛴 경찰청장의 비정상 인사

입력 2022. 06. 24. 00:10 수정 2022. 06. 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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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감 인사안 일방 발표 2시간 만에 번복


진상 밝히고, 투명한 인사시스템 구축해야


대통령의 인사 재가(裁可)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21일 갑자기 치안감 28명의 전보 인사를 공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무엇보다 인사 발표 2시간 만에 대상자 28명 중 7명의 보직이 바뀌는 등 전례 없는 비정상 인사여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어제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도어스테핑(즉석 문답)에서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인사는) 아주 중대한 국기문란”이라면서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어이없는 과오”라고 규정했다.

인사안이 중간에 바뀐 이유에 대해 윤 대통령은 “아직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고 행정안전부가 검토해 (경찰 인사 제청권자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인사가 밖으로 유출됐고 인사 번복으로 보도됐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의 잘못을 질타한 행안부 장관과 같은 인식을 보였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김 청장은 오는 7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 21일 치안감 인사 혼선 사태로 후폭풍을 맞고 있다. [중앙포토]


이런 비판에 대해 앞서 경찰청은 “실무자가 최종안이 아닌 중간안을 올리고 나서 뒤늦게 오류를 발견했다”고 1차 해명했으나, 파장이 커지자 말을 바꿔 “행안부가 (중간안을 최종안으로) 잘못 보냈다”며 책임을 행안부로 돌렸다.

이번 사태는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의 자체 수사권 확보 등으로 권한이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권고안을 행안부 장관의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당일 발생했다. 이 때문에 사태의 배경을 놓고 뒷말이 많다.

행안부 자문위 권고안에 불만을 품은 경찰 고위층이 일선 경찰 조직의 술렁이는 분위기에 편승해 반기를 드는 차원에서 인사안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민감한 인사를 놓고 소통 오류에 따른 단순 실수가 생겨도 작은 문제가 아니지만, 경찰 고위층의 의도가 작용했다면 대충 덮고 넘어갈 수 없다.

당장 진상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경찰청장이 연루된 사안이라 이해상충 요소 때문에 경찰청 자체 감사와 감찰로는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조사하거나, 감사원이 경찰청과 행안부의 인사협의 구조에 대해 시스템 감사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윤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을 전격 폐지하고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을 논의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터졌다. 문재인 정부 때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경찰청장의 경찰 간부 인사안을 직접 검토했다고 한다. 이를 비판해 온 윤 정부는 총경 이상 경찰 간부 인사에 대해 법에 정해진 대로 경찰청장의 추천, 행안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분란이 다시는 없도록 경찰 인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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