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스물 된 청년이 기록한 전쟁 참상·두려움 70년 만에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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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5월 28일 화요일 晴天(맑음) 밤 사이 보초를 서는데 포성 총성에 귀가 막힐 듯 하였다.
횡성 출신 고 박순홍 하사(1931년생)는 1950년 5월 결혼 한달만에 6·25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해 10월 전투경찰에 투신했다.
아버지의 70년전 진중일기를 한톨한톨 정리해 책자로 제작한 정래씨는 "비록 늦었지만 전쟁의 참상을 알 수 있는 기록이 빛을 보게 돼 다행"이라며 "아버지는 전쟁을 기록하신게 아니라 자유와 평화를 남기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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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 일기형식 기록
아들 정래씨 책자로 제작해
"기록 아닌 자유·평화 담겨"
1951년 5월 28일 화요일 晴天(맑음)
밤 사이 보초를 서는데 포성 총성에 귀가 막힐 듯 하였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 저는 완전히 승전하고 백골이 되어 부모님을 상봉하리다 하고 눈물 흘리며 빌었다.
1951년 6월 2일 일요일 晴天(맑음)
오후에는 2시쯤 적 포탄이 날아온다. 세 발째 떨어질 때 가련하게도 미군 5명이 쓰러지고 부상자가 3명 났다. 인명은 재천이다. 용감히 싸우다 죽자.
나이 열아홉에 6·25한국전쟁에 참전한 노병의 육필 진중일기가 70년만에 발굴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횡성 출신 고 박순홍 하사(1931년생)는 1950년 5월 결혼 한달만에 6·25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해 10월 전투경찰에 투신했다. 이듬해 4월 29일 강원경찰 신분으로 미해병대와 함께 인제 등 최전선에서 강원 이북 탈환을 위한 합동작전을 수행했다. 목숨을 건 전쟁터의 한복판에서 처절한 현장을 갓 스물살의 나이에 목격한 그는 이 기간 생생한 전쟁의 실상과 전우애를 갱지에 또박또박 기록했다. 당시 날씨와, 근무상황, 부대 이야기, 전쟁의 두려움 등이 일기형식으로 빼곡히 나열됐다. 전투가 한창 벌어진 어느날 일기에는 고향에 두고 온 부모와 아내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을 남겨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고인은 1952년 10월 비로소 신병훈련을 마친 데 이어 한국전쟁 종전 직전인 1953년 1월부터 7월까지 고지전이 최고조에 달한 양구 일원의 백두산부대에 배속돼 하루에도 수없는 총성과 포탄을 이겨내야 하는 전투를 벌였다. 결국 1957년 3월 육군 하사로 무사히 예편한 노병은 제대와 동시에 경찰의 길을 걷기 시작해 1985년 2월 횡성경찰서에서 정년퇴직했다. 노병의 생애는 2004년 5월 향년 74세로 운명했다.
이 때까지도 고인의 고귀한 기록을 담은 진중일기는 빛을 보지 못했다. 낡은 일기장은 지난 해 6월 고인의 부인 임채숙(89)씨가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는 중에 책상 깊숙이 보관해 오다가 둘째아들 정래(64)씨에게 꺼내놓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부인 임채숙씨는 “내 나이 열여덟에 시집 간 다음달에 전쟁이 나서 남편이 전쟁터로 떠나버렸다”며 “전쟁이 끝나고 수년간의 군인생활을 마치고 쌀한자루와 일기장만 딸랑 가지고 집에 돌아온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남편의 흔적이 담긴 일기장이 귀하게 쓰인다니 너무 감사하다”며 “참전용사들의 힘겨운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아버지의 70년전 진중일기를 한톨한톨 정리해 책자로 제작한 정래씨는 “비록 늦었지만 전쟁의 참상을 알 수 있는 기록이 빛을 보게 돼 다행”이라며 “아버지는 전쟁을 기록하신게 아니라 자유와 평화를 남기셨다”고 말했다. 박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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