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중앙일보

[오영환의 지방시대] 다문화 확대 맞춘 설계도·컨트롤타워 급하다

오영환 입력 2022. 06. 24. 00:30 수정 2022. 06. 24.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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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주민 200만명 시대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거리 간판이 한글 반 중국어 반이었다. 가끔 동남아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10일 정오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의 다문화 마을 특구. 약 37만㎡ 규모의 마을 도로를 아시아권 음식점과 상점이 메웠다. 야채 가게에선 아예 중국어로 사고팔기도 했다. 아시아 식당은 중국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베트남·몽골 등 140여곳이나 된다. 순수 한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다문화 마을 특구는 안산시 외국인 인구의 축소판이다.

2020년 11월 기준 안산시의 외국인 주민은 9만3792명으로 전체 인구(71만7345)의 13.1%다.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결혼이민자·유학생·외국 국적 동포·기타 외국인(기업투자, 불법체류 등)과 한국 국적 취득자, 외국인 주민 자녀를 합쳐서다. 안산의 외국인 주민 비율은 충북 음성군(14.6%),서울 영등포구(13.5%)에 이어 서울 금천구와 더불어 공동 3위다. 단원구만 보면 외국인 비율이 19.2%(6만8767명)로 단연 1위다. 출신국은 100개를 넘는다. 다문화의 용광로가 따로 없다.

「 외국인 1만명 넘는 기초단체 65곳
농촌 지역은 다문화 가정이 버팀목

생산인구 급감, 고령인구 급증으로
근로·요양 등 인력 수요 가팔라져

“부처별 외국인 대책으로 현장 혼란
이민정책 통한 국가발전 검토 필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체류 자격별(지난해 말 기준)로는 한국계 중국인·러시아인 등 외국 국적 동포가 42.7%로 가장 많다. 다음은 방문 취업(15.1%), 방문 동거(12.6%), 영주(12.1%), 결혼 이민(6.0%), 고용 허가(5.6%) 순이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65.9%로 압도적이고, 우즈베키스탄·러시아·카자흐스탄·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이 뒤를 잇는다.

다문화 마을 특구로 좁혀보면 전체 인구(1만9407명)의 86.1%가 외국인 주민이다. 놀랄만한 외국인 밀집도다. 안산시가 특구에 전국 최초로 2개 과의 외국인주민지원본부를 설치한 배경이다. 본부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글로벌청소년센터, 13개국 언어의 외국인 상담 지원 센터도 위탁 운영한다. 올해부터는 베트남 등 5개국 공동체를 대상으로 텃밭 지원 제도도 시작했다. 단원구 화랑유원지 내 23구획(1구획 16.5㎡)에 고국 작물을 키울 수 있도록 사용료와 운영비를 보조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안산시의 선진 외국인 정책은 2020년 유럽평의회의 상호문화도시(ICC·전체 156개 도시) 지정으로 이어졌다. 아시아에선 일본의 하마마쓰시에 이어 두 번째다. 유순철 시 외국인주민정책팀장은 “원곡동이 반월 국가산업단지의 관문이고, 지하철 4호선 안산역 바로 옆이라는 입지가 외국인 밀집도를 높이는데 한몫했다”며 “시에서 외국인 관련 정책을 문의하고 현장 경험을 살려 건의를 하고 싶어도 중앙 정부 담당 부서가 흩어져 있고 구심점이 없어 애로사항이 적잖다”고 말했다. 단원구는 체류 외국인과 상생하는 수도권 공단 도시를 상징한다.

농촌 지역으로 가보자. 인구 2만9945명의 경북 북부 봉화군의 외국인 주민은 3.0%(898명)다. 체류 유형은 안산시와 큰 차이가 난다. 외국인 주민 자녀가 35.2%(316명)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결혼 이민 16.5%, 외국인 근로자 9.1%, 외국 국적 동포 5.01% 등이다. 요컨대 다문화 가정이 주축이다. 이형준 봉화군 가족센터 팀장은 “군에 고령층이 많은 데다(65세 이상 39%) 면(面) 지역은 젊은이가 더 없다 보니 결혼 이주여성이 일손 부족 해소에서 학교 급식·도시락 배달 봉사, 생활 개선 분야까지 지역사회 유지에 없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세대교체로 지역 사회를 이끌어가는 외국인 주민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봉화군과 같은 상황의 농산어촌은 한둘이 아니다. 다문화 가정은 초고령 농어촌의 활력소이자 버팀목이 되고 있다.

2020년 국내 외국인 주민은 215만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4.2%다. 2010년 114만명에서 10년 새 약 두배가 됐다. 광역단체별 외국인 주민 비율은 충남이 5.7%로 가장 높고, 다음은 경기(5.3%), 제주(5.0%), 서울(4.6%), 충북(4.5%) 순이다. 외국인 주민 수가 1만명을 넘는 기초단체는 안산시를 비롯해 65곳이고, 9곳은 외국인 비율이 10%를 넘는다. 국적별로는 중국 44.0%, 베트남 10.4%, 태국 8.9%, 미국 7.2%, 우즈베키스탄 3.2%, 러시아 2.5%, 필리핀 2.4%이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올해 외국인 주민 수는 적잖게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근로자 등 입국 제한이 풀리면서 산업체나 농촌의 인력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장기 대책이다. 우리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20년 3738만명(72.1%)에서 2040년 2852명(56.8%)으로 준다. 반면 65세 이상은 같은 기간 815만명(15.7%)에서 1724명(34.4%)으로 늘어난다. 산업 현장과 농어촌의 부족 일손은 어떻게 메울 것인가. 요양·병간호 수요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외국 인력 수요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아니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령화율이 약 30%인 일본의 요양·의료 수요도 상승곡선이다. 자칫 동남아 인력 확보를 둘러싼 경쟁이 격화할지 모른다. 해외 고급 두뇌 유치전은 이미 오래전에 불붙었다. 국내적으론 외국인 주민 급증에 대비한 정치한 로드맵과 컨트롤타워 정비가 불가결하다. 조영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정치학 박사)에게 외국인 주민 정책의 현주소와 과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조영희

Q : 우리나라 외국인 정책을 개괄한다면.
A : “우리의 외국인 정책 역사는 선진국에 비해 짧다. 1990년대 외국인 근로자와 국제결혼 이민자 유입을 시작으로 인구 송출국에서 유입국으로 전환한 지 30여년밖에 안 된다. 정부가 외국인 정책을 도입·추진해온 기간은 그보다 더 짧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선 2007년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을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을 2008년부터 5년마다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체류 외국인은 급증했고, 2019년엔 250만명(법무부 기준)을 넘어섰다. 대한민국은 이미 외국인·이민자와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Q : 학계나 전문가 그룹에선 외국인 주민 대신 이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A : “외국인 주민은 법률상 용어가 아니고, 90일 넘게 거주하는 외국인과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 및 그 자녀를 말한다. 다시 말해 귀화자와 다문화 가족의 국내 출생 자녀(국적자)도 포함하는 만큼 외국인과 일치하지 않는 면도 있다. 그렇다고 이민이라는 용어가 정책적으로 정립된 것은 아니다. 학계나 전문가 그룹에선 국제 이주의 과정·현상·결과를 염두에 두고 이민이라는 말을 쓰자고 적극적으로 제안한다. 외국인 정책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중앙 정부 차원에서는 이민정책으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

Q : 적극적 외국인 수용을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의 대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A : “2019년 범정부 인구 TF에 외국인 정책반을 두고 외국인 정책을 인구의 관점에서 조망한 점은 획기적 전환점이다. 현재는 지자체와 산업체 요구를 바탕으로 외국인 정책을 인구 관점에서 재설계하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이 관점은 올 5월 성립한 인구감소지역특별법으로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이 법은 인구감소지역 지자체 단체장이 관내 외국인에 대한 사증 발급절차, 체류자격 변경, 체류 기간 연장 등 요건을 달리 정할 수 있게 돼 있다.”

Q : 외국인 주민 정책의 문제점이나 과제는.
A : “지난 15년간 큰 사회적 변화에도 외국인 정책 정체성과 의미는 국가 차원에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예컨대 결혼 이민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사회통합지원 정책 편중 현상, 내국인 일자리 침해 문제와 인력난의 딜레마에 갇힌 보수적인 외국 인력 정책 성향을 들 수 있다. 고급인재 유치도 답보 상태다. 전체 외국인 중 가장 규모가 큰 외국 국적 동포에 대한 정책 관심이 부족했고, 부처별 정책 추진으로 분절·사각지대·중복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도 과제다.”

Q : 행정체계 문제를 부연한다면.
A : “외국인 정책을 총괄적으로 기획·조정하는 기능이 약하고, 부처별 고유 업무 속에 외국인 정책을 넣어 추진해오고 있다. 총리실에 설치된 외국인정책위원회(법무부),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여성가족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고용노동부)는 각기 다른 법에 근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외국인 정책 현장은 더욱 혼란스럽다. 향후 외국인의 양적·질적 확대를 고려한다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Q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민청 설립 검토를 포함해 이민정책을 수준 높게 추진해 나갈 체제를 갖춰나가자”고 했는데.
A : “법무부 장관 언급은 외국인 정책 조정기구나 전담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학계와 전문가들의 주장을 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본다. 단순히 정부 조직을 재편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민정책을 통해 국가 발전을 어떤 방향으로 견인할지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위기 가시화, 국제질서의 재편과 경제위기, 내외국인 사회통합 과제, 4차 산업혁명과 전 세계적 두뇌 유치 경쟁, 중국의 이민 국가 변모 가능성 등 국내외적 환경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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