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미국의 금융 긴축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투매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연저점을 연일 갈아치우고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 선을 넘어서는 등 금융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엊그제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소득 하위 30% 자영업자가 소득의 48%를 대출금 갚는 데 써야 하는 등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금융감독원장은 “미증유의 퍼펙트 스톰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가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삼각 파도에 휩쓸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인데, 노동계에선 내년 최저임금을 18.9%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무원 노조, 은행 노조들도 고물가와 사상 최대 이익 등을 근거로 임금을 6~7%씩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노동계 요구안은) 폐업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각 경제 주체들이 나만 살겠다고, 돈 더 달라고 이기심에 사로잡히면 작금의 경제위기 국면을 헤쳐나갈 수 없다. 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공급 쇼크발(發) 물가 상승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고물가를 이유로 한 임금 인상이 추가 물가 상승을 이끄는 ‘임금·물가의 악순환’에 빠지면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지금은 각 경제 주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 분담을 통해 상생을 모색해야 할 때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에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주문하고, 여당 원내대표가 정유사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지난해 금리 상승 덕에 34조원대 이자수익을 낸 은행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대출 금리 인상폭을 최대한 줄여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정유사 등 기업들도 생산성 향상을 통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노동계도 일자리 안정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기업과 근로자에게만 양보를 요구할 게 아니라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2년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1년간 공무원 급여를 동결한 바 있다. 공무원 보수 동결로 절감된 예산을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 등에 활용했었다. 이번에도 공무원들이 양보한 몫을 근로자 세금 감면, 취약계층 생계비 지원 등에 활용하면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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