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던 속옷 파는 10대들..전문가 "'n번방 수법' 피해자 될 수 있다"
"학교에서 입던 속옷 팔아요. 오늘 보관함 거래 하실분?"
김지은양(가명·16)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자신이 신던 양말과 속옷을 판매한다.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이 SNS로 메시지를 보내면 김양은 자신의 계좌번호를 알려준다. 속옷은 3만원, 스타킹 2만5000원, 양말은 1만원이다. 입급을 확인하면 김양은 구매자가 희망하는 지하철역 보관함에 '물품'을 넣은 후 비밀번호를 알려준다. 이런 방식으로 김양은 하루에 적게는 3만원, 많게는 25만원까지도 벌었다.
김양은 일주일 전 '학교 다니면서 용돈벌기 좋다'고 생각해 이 일을 시작했다. 구매자는 대부분이 20~50대 남성이었다. 장소와 시간을 정해 만나는 '직거래'는 위험하긴 해도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다. 김양은 "그냥 성적 성향이나 취향이 특이해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보관함이 안전하긴 하지만 직거래도 문제는 없었다. 돈만 주고 바로 가버린다"고 했다.
다른 판매자가 모두 김양처럼 운이 좋았던 건 아니다. 박유은양(가명·18)은 얼마 전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에게 카카오톡 오픈카톡방 링크를 받았다. SNS 메시지는 오류가 자주 발생하니 카카오톡으로 옮겨서 대화하자는 것이다. 박양은 곧바로 거절했다.
이 같은 접근방식은 'n번방'사건의 주동자들이 사용했던 방식이다. 조주범 등 n번방 주범들은 트위터 등 10~20대 여성이 많이 사용하는 SNS에서 피해자에게 해킹코드가 포함된 링크를 보냈다. 피해자가 링크에 접속하면 트위터 계정에 등록된 이메일, 전화번호, 지역 정보 등이 가해자에게 전송된다. 가해자는 이렇게 얻은 신상정보로 피해자를 협박해 사진 및 영상 촬영을 강요했다.
이윤지양(가명·19)은 속옷을 판매하다 성착취 범죄의 피해자가 될 뻔했다. 3만원에 판매하는 속옷을 80만원에 사겠다는 구매자가 나타나 텔레그램 링크를 보내며 그곳으로 옮겨 대화하자고 했다. 속옷과 양말 등을 팔며 적게는 한달에 50만원에서 많게는 150만원을 벌던 이양은 속는 셈 치고 구매자의 제안을 따랐다. 이양이 링크를 클릭해 텔레그램으로 넘어가자 구매자는 이양의 실명과 전화번호를 언급하며 주변 지인들에게 속옷을 판매하는 걸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몇 개월 전에는 이양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유출되기도 했다. 이양은 오픈카톡방에서 대화하자는 구매자의 제안에 응해 링크를 클릭해 들어갔다. 구매자는 어떻게 알아냈는지 대화방에 이양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올리며 주변에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이같은 협박에도 박양과 이양 같은 판매자들은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옳지 못하다는 생각에 신고에 따른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전문가들은 속옷 판매가 성착취로 이어지는 경우가 꾸준히 발생한다고 경고한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판매하는 아이들에게 신고 있는 양말이나 입고 있는 속옷을 바로 주면 돈을 더 주겠다고 해서 만나자는 구매자들이 있다"며 "그과정에서 성착취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조 대표는 "우리 센터에 그런 피해를 호소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아이들을 유인해서 연락을 끊지 못하게 하려고 몸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하는 등 성착취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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