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신설'에 '인사 번복' 논란..군기 잡는 尹대통령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2022. 6. 2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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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에 "국기 문란" 경고장 尹대통령
경찰국 신설 논란 이어 인사 파동에 술렁…"헌법 따른 원칙" 반박
與 "경찰이 대통령 패싱" vs 野 "경찰 통제 중단"…정치권 공방
경찰국 신설안에 이어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가 연달아 터지면서 윤석열 정부가 때 아닌 '경찰 길들이기' 논란에 휩싸였다. 윤 대통령은 법과 원칙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수사기관 독립성 침해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며 여야 공방전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인사 번복 사태' 작심 비판 尹 대통령 "국기문란"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23일 출근길에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과 관련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인사가) 번복됐다는 기사를 보고 어떻게 됐는지 알아봤더니 어이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마치 인사가 번복된 것처럼 나간다는 것 자체가 중대한 국기문란 아니면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조직의 최종 인사권자로서 대통령 권한을 재차 확인하며 '국기문란'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까지 동원해 사태의 심각성을 환기시킨 셈이다.
 
앞서 지난 21일 저녁 7시쯤 경찰은 치안감 28명에 대한 보직 인사를 발표했다가, 약 2시간 뒤인 9시쯤 7명이 바뀐 인사 명단을 수정한 바 있다.
표면적으론 행정안전부 장관실 소속 치안정책관실로부터 인사안 경찰청에 전달됐다가, 내부 혼선을 이유로 재차 수정된 인사안이 게시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례적인 인사 번복 사태를 두고 뒷말이 나왔다.

대통령실 또는 행안부 장관 등 고위층의 인사 개입 논란 의혹이 일자, 지난 22일 대통령실은 인사 번복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치안감 인사는 번복된 적도 없고, 저는 행안부에서 나름대로 검토해서 올라온 대로 재가를 했다"고 했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전날 "경찰청이 희한하게 대통령의 결재가 나기 전에 자체적으로 먼저 공지해서 이 사달이 났다"고 경찰 측을 겨냥했다.

그럼에도 통상 경찰 고위직 인사가 사전 조율 후 발표됐던 관례에 비춰보면 최종 결재할 때 인사 명단을 받아봤다는 해명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치안감 인사는 최종 결재를 하기 전에도 '내정 발표'로 진행된 사례가 많았고, 경찰청‧행안부‧대통령실로 이어지는 공식 라인 간 소통에 잡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태와 관련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동시에 경찰 조직의 기강해이를 문제 삼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경찰의 단순 실수라고 해도 과오가 가볍지는 않다"며 "기강 해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찰 지휘부에 대해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 입에서 '국기 문란'이란 단어까지 나올 정도면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책임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 스타일상 정치적 수를 내다보고 압박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당 핵심 관계자도 "어차피 다음달에 임기가 끝나는데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인사 번복 논란의 진실공방 여부와 별개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이라 경찰 조직의 반발이 더 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후 경찰의 권한이 커졌다며 지휘 감독을 강화하겠다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업무 강도가 커져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게 현실"이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통령의 '국기 문란' 경고는 직원들의 사기만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전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임명 전 검사장급 이상 인사를 단행한 것에는 "책임장관으로서 인사 권한을 대폭 부여했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이 능력이라든지 이런 것을 감안해 아주 제대로 잘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식물총장', '총장 패싱' 우려에 대해선 "검찰총장이 식물이 될 수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20년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과 인사 갈등을 빚었던 사례에 비춰보면 다소 모순된 발언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경찰국 신설안, 또 다른 뇌관 작용…여야 공방전으로 확대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 연합뉴스

행안부 산하 경찰국 신설 문제도 결국 '경찰 길들이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새 정부와 경찰 조직 간 불신이 더 깊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경찰보다 중립성과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있다"며 "치안이나 경찰사무를 맡고 있는 내각의 행안부가 거기에 대해서 필요한 지휘 통제를 하고, 독립성과 중립성 등이 요구되는 사무에 대해선 당연히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서 원칙에 따라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찰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여야의 공방전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대표는 이날 정책의총에서 "경찰이 대통령과 행정안전부를 패싱하고 인사 발표를 했다"고 비판했다. 경찰국 신설에 대해서도 "비대해진 경찰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윤 대통령을 거들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와 검찰 고위직 인선 등이 현 정부의 권력기관 사유화 시도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전직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경찰청을 방문해 김창룡 경찰청장 등 지휘부를 면담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이 직접 '국기문란'을 언급한 만큼 향후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 등 후속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중진의원은 "진상조사를 하더라도 윤 대통령 스타일로 볼 때 '경찰 길들이기' 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검찰 편중 인사를 비롯해 그동안 검찰에 힘을 주다보니 경찰 조직 입장에선 불만이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이번 사안은 단순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 두 시간 안에 인사를 바꾸고 할 수 없다"며 "이 사안을 '경찰 길들이기'로 몰고 가니 대통령 입장에선 화가 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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