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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부자 정당' 민생당에선 지금 무슨 일이?

조지현 입력 2022. 06.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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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당에 선거보조금을 지급했습니다. 6개 정당에 약 490억 원입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게 있었습니다. 원외 정당인 '민생당'이 9억 3,000만 원을 받았는데, 국회의원이 있는 기본소득당, 시대전환보다 많은 돈이었습니다.

그럼 민생당은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얼마나 냈을까요? 취재는 이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 "보조금 받아 당 정비"…책임감 때문에 1명 출마?

민생당에서는 전국에서 단 1명의 후보만 출마했습니다. 서울 중랑구 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출마했던 이기현 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후보는 당에서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후보자가 나와야 선관위에서 지원해주는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준비가 덜 된 채 갑자기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선거운동 기간, 선거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습니다. "유세차량이 있어야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그런 것을 못해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9억 원이 넘는 선거보조금을 받은 민생당의 유일한 후보였는데, 이 전 후보는 왜 선거비용을 걱정했던 걸까요?

민생당의 복잡한 당내 사정도 이유입니다. 이 전 후보는 "선거운동 당시 당 대표자가 정확히 정리가 안 돼 회계책임자도 지정이 안 됐었다. 당시에는 선거비용이 집행될지 아닐지를 몰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선관위는 6.1 지방선거가 치러진 뒤인 6월 3일, 이관승·김정기 비상대책위원장 공동직무대행을 민생당의 대표자로 공고했습니다. 선관위가 5월 13일, 민생당에 지급한 선거 보조금을 집행할 수 있게 된 게 6월 3일이었다는 설명입니다.

"정당인으로서 선거 출마는 기본입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부족하고 10~15 퍼센트 이상 득표를 받아야 선거비용 보전이 되는데 도저히 불가능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당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갈등이 지속 됐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아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 이기현 전 민생당 서울시의원 후보(KBS 인터뷰)

책임감을 느낀 이기현 전 후보의 출마로 민생당은 9억 3,000만 원의 선거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6.1 지방선거에 178명이 출마한 진보당이나 녹색당, 우리공화당 등 원외 정당은 보조금을 받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민생당은 단 1명의 출마로 꽤 큰 수입을 얻은 셈입니다.


민생당은 이기현 전 후보가 이미 사비로 지출한 선거비용 중 1,500만 원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고 이 전 후보는 밝혔습니다.

그러면 민생당이 받은 선거보조금 중 남은 돈은 어디다 쓰는 걸까요? 구체적인 집행 내역은 아직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민생당이 올해 상반기 회계 보고서를 다음 달 선관위에 제출하게 되면 파악할 수 있습니다.

■ "1원도 안 받았다"는 용역업체…아들 업체에도 용역

취재진은 대신 지난해 민생당 회계보고를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민생당은 선거보조금 외에도 1년에 9억 원 넘는 경상 보조금을 받고 있습니다. 이 돈은 제대로 썼는지 궁금했습니다.

회계보고서를 확보하고, 선관위에서 민생당이 제출한 영수증 등 지출 증빙자료를 열람했습니다. 그랬더니 회계보고서와 영수증의 사업자 번호가 다른 업체 한 곳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업체 관계자는 아예 민생당과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돈도 받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친구로부터 민생당 일을 소개받았다고 했는데, 그 친구는 현재 민생당 당 대표 격인 김정기 비상대책위원장 직무대행의 아들이었습니다.


용역을 소개한 김정기 직무대행의 아들은 본인도 직접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를 통해 민생당 용역을 맡았습니다. 마스크 관련 용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업체였는데 민생당 청소용역, 당원모집 용역, 문서작업 등을 하고 1,500여 만원을 받았다고 회계 보고했습니다.

김정기 직무대행은 아들 업체에 용역을 맡긴 건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시민단체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실제 용역을 하지 않은 업체에 돈을 줬다고 회계보고 했다면 횡령의 소지가 있고, 아들 업체에 용역을 줬다면 배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정당 회계보고를 허위로 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 한때 부자 정당…계속된 내홍에 억대 소송 비용 지출도

민생당은 지난해 9억 2,000여만 원의 경상보조금을 받았습니다. 중앙당 기준 지난해 당비 수입이 1억 9,000여만 원, 기탁금 8,500만 원, 기타 수입 6억 원인데, 순 수입의 절반 이상이 보조금인 셈입니다.

민생당은 2020년 2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이 통합해 만든 정당입니다. 창당 당시 원내 교섭단체였고, 한때 당 자산은 114억 원이 넘었습니다. '알부자' 정당이라고 불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1대 총선을 치른 후 국회의원 수는 0명이 됐고 자산도 44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른 후, 연말에는 다시 8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정당의 '세(勢)'가 급격히 쪼그라들었지만, 민생당에 지급되는 경상보조금, 선거보조금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내후년 총선 때까지 유지됩니다.

혹시 그래서일까요? 원외 정당이 된 이후에도 민생당에서는 지도부 자리를 놓고 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소송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민생당 중앙당은 소송 관련 비용으로만 1억 7,000만 원 넘게 썼습니다.

KBS가 보도한 지난해 민생당 회계보고 의혹과 관련해 선관위는 "면밀하게 들여다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도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시의원 1명 출마에 선거보조금 9.3억(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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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현 기자 (cho2008@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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