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만한 사람 나온 셈".. 길이 1cm 초거대 박테리아 발견 [사이언스샷]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2. 6. 2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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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길이의 초대형 박테리아 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Thiomargarita magnifica)./미 워싱턴대

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사상 최대 크기의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대부분 박테리아보다 수천 배는 크고 구조도 복잡해 과학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제 박테리아는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작고 단순한 생물이라고 서술한 생물학 교과서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 워싱턴대의 페트라 앤 레빈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24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서인도 제도의 과들루프 섬의 맹그로브 숲에서 1cm 길이의 초대형 박테리아 ‘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Thiomargarita magnifica)’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에레베스트산 크기 사람 만난 셈”

대부분 박테리아는 길이가 2마이크로미터(0.0002cm) 정도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큰 박테리아인 티오마르가리타 넬소니이(Thiomargarita nelsonii)는 750마이크로미터였다. 논문 공동 저자인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장-마리 볼란드 박사는 “대부분 박테리아보다 5000배나 크다”며 “우리가 에베레스트산만큼 큰 또 다른 인간을 만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프랑스령 서인도제도대의 올리비에 그로스 교수는 2009년 과들루푸 섬에서 물속 맹그로브 잎에 붙어있는 흰 실 같은 물체를 채집했다. 처음엔 크기로 보아 동물이나 식물, 또는 균류 같은 진핵생물로 생각했다. 하지만 후속 연구를 통해 새로운 종류의 박테리아로 밝혀졌다.

1cm 길이의 초대형 박테리아 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Thiomargarita magnifica)와 다른 생물 크기 비교./Science

가장 큰 특징은 유전물질인 DNA가 세포막의 작은 주머니 같은 구조 안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주머니를 프랑스어로 ‘씨앗’을 의미하는 페핀(pepin)으로 명명했다.

박테리아는 DNA가 세포핵에 있지 않고 액체 성분의 세포질을 자유롭게 떠다닌다. 그래서 박테리아를 원핵생물(原核生物)이라 하고, 세포핵 구조가 있는 동식물, 균류는 진핵생물(眞核生物)이라 부른다. 이번 박테리아는 그 중간쯤의 생물인 셈이다.

마그니피카는 페핀 구조때문에 다른 박테리아보다 DNA를 더 많이 갖고 있었다. DNA는 4가지 염기가 연결된 물질이다. 마그니피카의 염기수는 1200만개 정도였다. 하지만 각각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것을 합치면 DNA가 50만 벌 정도 있다.

결국 단세포생물인 박테리아 마그니피카의 총 염기 수는 6조개로 늘어난다. 사람 세포 하나에 들어있는 DNA 두 가닥에 염기가 60억 개가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숫자라고 볼 수 있다. 세포 하나만 따지면 박테리아인 마그니피카가 훨씬 염기가 많은 셈이다.

1cm 길이의 초대형 박테리아 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Thiomargarita magnifica)./미 워싱턴대

비닐봉지에 가장 많이 달라붙어

마그니피카는 맹그로브 숲 바닥에서 유기물이 썩으면서 나오는 황 분자로 당분을 만든다. 그래서 한 쪽은 늘 바닥에 고정하고 있다. 나뭇잎이나 가지, 굴 껍질 심지어 사람들이 버린 유리병, 밧줄, 플라스틱 물병에도 붙어있다.

연구진은 마그니피카는 비닐봉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다른 쪽 끝은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얻기 위해 물을 향해 있다. 그래서 마치 실처럼 물속에서 서서 흔들리는 모양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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