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공약검증 빈약..민주당 패배원인 분석엔 과잉

정환봉 입력 2022. 6. 24. 11:05 수정 2022. 7. 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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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586 용퇴론' 담론적 수준 머물고
정작 \'젊은 의제\' 논의 안된 건 문제
말로만 풀뿌리 지적 칼럼은 돋보여
한동훈 법무부의 '인혁당 화해 수용'
적극적 의제화와 달리 보도엔 소홀
조중동 안티 넘어 한겨레 가치 지키길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린편집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1일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 17곳 중 12곳의 단체장이 국민의힘에서 배출됐다. 대선에 이어 지방권력의 판도 역시 크게 바뀌었다. 21일 오전 10시 10기 열린편집위원회 회의에서는 지방선거를 비롯한 <한겨레>의 정치 보도를 집중 검토했다. 이어 한겨레가 어떤 독자를 중심에 두고 취재 및 보도를 해야 하는지도 이야기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승윤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 김준일 뉴스톱 대표,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 대학생 위지혜씨,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 이명재 자유언론실천재단 편집기획위원이 참여했다. 다른 일정으로 참여하지 못한 김경식 고철(高哲)연구소장은 서면으로 의견을 보내와 회의 내용에 반영했다. 한겨레에서는 권태호 저널리즘책무실장과 정은주 콘텐츠총괄, 정환봉 소통데스크가 함께했다.

이승윤 이번 회의에서는 지방선거 보도와 한겨레 독자에 대한 논의를 하기로 했다. 우선 지방선거 보도부터 살펴보자.

오동재 지면 기사를 주로 점검했는데 긍정적인 측면과 아쉬운 점이 모두 있었다. 원자력 발전이나, 환경 이슈 등 지역의 쟁점을 발굴해 지면에 담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재생에너지 확대를 둘러싼 지방정부에서의 갈등이나 각 후보의 입장 등에 대한 취재가 더 이어졌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방 정부의 에너지 전환 문제가 단편적으로 다뤄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김영주 지역 현안에 대해서는 지역 언론이 더 잘 알 것이다. 한겨레의 지방선거 보도는 지역 언론과 차별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광역단체장 후보의 성평등 공약 점검 기사(광역단체장 후보 55명 중 30명, 5대 공약에 성평등 정책 ‘0’)나, 10대 후보들을 다룬 기사(너희가 10대 후보를 아느냐…이래 봬도 ‘정치생활 N년차’)가 좋았다. 동물 공약을 분석한 기사(‘동물 민생’ 책임질 후보는? 시도지사 후보 공약 따져봤다)도 눈에 띄었다. 다만 선거가 끝나고 난 뒤에 칼럼이나 기사가 더불어민주당 비판에 집중된 점은 아쉬웠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비판이 이뤄졌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이소희 광역단체장 후보의 성평등 공약 보도는 여성단체가 보낸 질의서 답변을 한겨레 젠더팀에서 확보해 작성됐다. 시민진영과 언론사가 협업한 좋은 사례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 민주당에 대한 분석 기사가 나왔다. 민주당이 반성·성찰하지 않았다, 팬덤 정치에 갇혔다, 친문(친문재인계)-친명(친이재명계) 다툼의 문제 등의 내용이었다. 그 분석에 동의하긴 하지만 내용이 반복되는 느낌이었다. 반면 실제 시민들은 이번 지방선거를 어떻게 감각했는지에 대해서는 보도가 부족했다. 팬덤 정치 밖에 있는 시민들이 이번 선거와 정치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궁금하다. 또 정의당, 진보당, 국민의힘 등 다른 정당들에 대한 기사도 더 다양하게 나왔으면 좋겠다.

위지혜 중앙일간지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방선거 후보 소개나 공약 검증이 부족해 보였다. 또 교육감 후보 공약을 정리한 5월31일 기사(학력저하 해법은…진보 ‘개인맞춤 지원’, 보수 ‘일제고사 부활’)는 이슈를 잘 정리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다른 언론사에 비해 교육감 관련 기사도 적었다. 학력저하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보수 쪽은 그 이유가 학력 평가를 안해서라거나 혁신학교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혁신학교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해주는 기사가 나왔으면 좋겠다. 보수 교육감이 많이 당선된 상황에서 이런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 막판에 민주당의 주요 이슈가 586 용퇴론이었다. 그런데 586 비판은 논의가 담론적 수준에 머물곤 한다. 진짜 문제는 ‘젊은 의제’가 논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586의 문제도 인적 구성이 아니라 젊은 의제를 그들이 제대로 다루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선거 기간에 박지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차별금지법 제정 주장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험지에 나간 후보 기사들이 있었는데, 후보들이 여성인 경우가 많았다. (당선 가능성이 낮은 곳에 여성 후보를 내는 것은) 전략 공천의 문제이기도 한데, 이처럼 여성과 청년의 정치 진출이 쉽지 않은 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승윤 민주당에 대한 분석이 다소 반복되는 측면이 있고, 추상적이고 담론적인 차원이 아닌 실제 시민들의 목소리가 담긴 기사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말씀을 공통적으로 해주셨다. 젊은 의제가 논의되지 않는 문제와 한겨레가 의제 설정을 더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준일 강준만 교수가 자신의 책 <부족국가 대한민국>에서 이런 이야기를 썼다. ‘나는 보수에 애정이 없다’, ‘보수가 잘되게끔 애를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한겨레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을 주로 비판하는 이유는 잘되라고 하는 것이다. 그 내용이 누군가에게는 지겹게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새로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방선거 보도의 경우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보도 모니터 내용도 보고 하는데, 30년 가까이 바뀌지 않는다. 5월30일 발표한 민언련 보고서를 보면 공약 검증 보도가 18%밖에 되지 않는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든다. 20년 이상 바뀌지 않는 것은 바꾸기 어렵다는 말이다. 다만 한겨레가 조금 더 공약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어땠을까 한다. 허황된 공약이 많았다. 예를 들면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의 경우 하이퍼루프를 설치하겠다고 했는데, 이걸 처음 고안한 미국도 2040년에나 상용화를 기대하는 기술이다. 이처럼 임기 내에 지키기 어려운 공약 같은 것을 모아서 보도했다면 재미있으면서도 차별화된 기사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김경식 최근 ‘길 잃은 민주당’ 기획을 통해 민주당의 대선 및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독자 입장에서 그동안 이런 문제를 몰라서 못 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 비판 사설과 칼럼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비판은 민주당에 상당히 아프게 느껴질 것이다. 왜 이제야 이런 비판이 나왔냐는 아쉬움이 있다. 5월30일에 나온 ‘지방은 여의도 정치인의 놀이터가 아니다’ 칼럼은 돋보였다. 지방자치가 시작되고 한 세대가 지났음에도, 말이 지방선거, 지방자치이지 실은 중앙정치의 축소판이고 중앙당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지적은 선거를 보는 시각을 넓혀줬다. 현행법상 지역정당을 허용하지 않는 현실은 왜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하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이런 지적이 칼럼에 그치지 않고 이후 지방선거 기획 등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이명재 한국 선거보도는 너무 범람하는 것이 문제다. 이렇게 많은데도, 선거보도 대부분이 정치권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는 정책 보도도 많이 했고 발언의 진위를 따지는 팩트체크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점에서 다른 언론보다 비교 우위에 있었다고 평가한다. 민주당 패인 분석 보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한국의 대표적인 양대 정당 중 하나고, 집권 세력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 분석에만 머물지 말고 정당 분석, 한국 사회 분석으로까지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의 분석이 충분하지 않은 점이 있었다.

이승윤 지난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한 한겨레의 정체성과 독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보자.

이명재 한국 언론의 문제는 의도적이고 기획된 불공정이다. 한겨레는 이를 해결하라는 역사적 기대를 받고 창간됐다. 지금 시점에도 그 정신은 유효하다고 본다. 한국 사회의 언론 지형은 매우 보편적이지 않다. 한겨레가 가진 어려운 숙제가 여기에 있다. 사실에 기반하되 사실의 파편성에 갇혀서는 안 된다. 좋은 프레임이야말로 정말 필요하다. 일부 소수의 보수언론이 압도적으로 프레임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한겨레가 제대로 된 프레임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깊이 있게 보는 것이 직업적으로 훈련된 기자들이 그런 관점을 독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한겨레 독자들이 요구하는 바다.

김준일 한겨레가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안티테제(반대편)로 존재해야 하느냐에 의문이 있다. 한겨레가 그 맞은편의 일원이 될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인) 한겨레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인민혁명당 피해자에게 과지급된 배상금 지연 이자를 면제해주는 법원의 화해권고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 사안은 한겨레가 앞서 적극적으로 의제화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 결과가 나온 뒤에는 소홀히 다뤘다는 생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해결했다면 이렇게 작게 다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결정에 의미를 부여해주고 크게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독자들 중에는 보수진영과 더 선명하게 싸워주길 바라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티테제로가 아니라 한겨레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는 것에 더 의미를 두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은주 김준일 위원의 전체적인 문제의식에는 동의한다. 한겨레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온 의제이며 그 기사를 1면에 싣기도 했지만, 더 많은 내용을 지면에 담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한겨레가 오래 취재를 해온 만큼 여러 취재원들에게서 합의 과정을 들을 수 있었고, 이를 근거로 한 장관이 모든 것을 한 것처럼 법무부가 발표한 것의 다른 면을 짚을 수 있었다. 지적하신 내용에 대해서는 마음에 새기고 고민을 해보겠다.

오동재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잘못된 프레임에 대해서는 반대 프레임으로 강하게 여론 형성을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후위기나 에너지 기사의 경우 잘못된 통계를 인용하거나 왜곡 보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겨레가 이를 얼마나 많이 교정하려고 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가령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국전력의 적자를 초래했다는 보수언론이나, 해외 석탄발전을 둘러싼 경제지의 집중 보도 등에 대해서는 한겨레가 안티테제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했다고 생각한다.

위지혜 한겨레가 전체 언론 지형에서는 다소 약한 위치에 있을 수 있지만 진보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굉장한 힘을 가진 매체라고 생각한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다양한 진보적 목소리를 담는 구심이 되면 좋겠다. 뉴스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을 일깨워준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겨레의 ‘코로나로 빼앗긴 삶’ 같은 보도가 한국에서 언론이 어떻게 벗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의 삶에 들어가서 추모하며 이 이슈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기 때문이다. 이런 보도가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하다고 본다.

김영주 한겨레 독자는 누구인가, 한겨레다움은 무엇인가에 대한 한겨레 구성원의 의견도 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정환봉 소통데스크 bonge@hani.co.kr

■ 열린편집위가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5월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집배원이 투표안내문 및 선거공보물을 우편함에 넣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0기 열린편집위원들은 6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25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좋은 평가를 한 기사는 지방선거 때 출마한 광역단체장 후보 성평등 공약을 분석한 ‘광역단체장 후보 55명 중 30명, 5대 공약에 성평등 정책 0’ 기사였다. 이 기사를 추천한 김영주 위원은 “지방선거를 맞아 전국적 차원에서 광역단체장 후보자의 공약과 정보를 잘 분석한 기사”라고 말했다.

1. 광역단체장 후보 55명 중 30명, 5대 공약에 성평등 정책 ‘0’

이주빈 스페셜콘텐츠부 기자

심사평: “성평등 정책에 무심한 광역단체장 후보의 모습을 잘 드러냈다.”

2. 10대 재벌 대표기업, 집중투표제 ‘0곳’…소수주주 보호장치 “검토 중”

이정훈 경제산업부 기자

심사평: “공시 분석으로 재벌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 부족 문제를 짚은 점이 눈에 띄었다.”

3. 바로사 가스전 원주민들, 호주 법원에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최우리 경제산업부 기자

심사평: “현안으로 떠오른 한국 기업의 화석연료 개발 사업의 문제를 다룬 유일한 언론 보도였다.”

4. 우크라이나를 다시 가다

노지원 경제산업부 기자, 김혜윤 사진부 기자

심사평: “우크라이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 보도.”

5. 지방은 ‘여의도 정치인’의 놀이터가 아니다

김경락 전국부 전국팀장

심사평: “중앙 정치에 휩쓸린 이번 지방선거의 모습을 잘 짚었다.”

정환봉 소통데스크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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