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속의 6·25 왜곡

기자 입력 2022. 6. 24. 11:20 수정 2022. 6. 2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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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일부 관계자와 이곳을 새롭게 소개하는 일부 인사가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국립근현대사박물관'이라 부른다.

그 결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국립근현대사박물관으로 그 정체성이 바뀌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대한민국의 건국과 호국 그리고 발전에 관한 성취의 내용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를 국민은 물론, 이곳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생각하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본래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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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공주대 교수·역사교육학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일부 관계자와 이곳을 새롭게 소개하는 일부 인사가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국립근현대사박물관’이라 부른다. 한 번 방문해 그 이유를 알아보고 싶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두 번 찾았다. 그 결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국립근현대사박물관으로 그 정체성이 바뀌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대한민국의 건국과 호국 그리고 발전에 관한 성취의 내용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를 국민은 물론, 이곳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생각하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본래의 역할이다. 자랑스러운 일이나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성찰하고 반성할 내용도 전시할 필요가 있다. 이곳을 견학했을 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알게 되고, 또 누가 이 나라를 세우고 지켰으며 발전시켰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애국심을 가지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전시장 초입에 전쟁의 원인과 성격, 결과와 영향을 정리한 설명문이 눈에 띄었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전면적 남침으로 전쟁이 일어났다. 북한은 소련의 승인과 중국의 지원을 약속받아 전면전을 계획하였다. 전쟁은 … 중략 … 국제전이 되었다. … 중략 … 휴전으로 마무리됐다. … 중략 …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를 남겼다. 한국은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여 한미동맹 관계를 제도화하였다.’ 이를 보고, 김일성이 이오시프 스탈린을 방문해 중국의 지원을 조건으로 전쟁 승인을 받은 역사적 사실이 반영돼 있고, 대한민국 안보의 초석이 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포함돼 있어 다행이라고 여겼다.

문재인 정부 시기이던 2020년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전면 개편됐을 때 ‘북한의 대남(對南) 도발은 빼고, 산업화 성과를 폄훼하는 이념 편향적 전시’를 하고 있다는 비판적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6·25전쟁에 관한 이 설명문을 보면 그렇게 비판하고 우려할 일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적어도 6·25전쟁에 대해 국민이 공통적으로 알아야 할 기본 사항이 객관적으로 설명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다음에 전시돼 있는 ‘6·25전쟁과 그 영향’ 부분에서는 ‘전쟁은 분단을 고착화하고 남북의 체제를 굳히는 데 이용됐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과제로 남겼다’라고 하여 다분히 주관적으로 설명해 놨다. 이념 편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의도적인 주입이라고 볼 수 있다. 전시 내용도 전쟁의 참상을 부각시킨 게 많았고, 북한 인민군과 국군에 의해 행해진 민간인 피해 사실들이 굵고 투박한 판화로 형상화돼 있었다. 인민군에 의한 피해 사실도 넣어 애써 균형을 유지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역사에서 6·25전쟁의 의미는 온데간데없었다.

6·25전쟁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실(史實)이다. 1948년에 자유 대한민국이 건국됐지만, 당시 대다수 국민은 자유가 무엇이고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런 때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지우기 위해 공산주의자들이 도발한 것이다. 이때 국민은 공산 조국이냐 자유 조국이냐를 선택할 수 있었다. 6·25전쟁은 자유 대한민국을 선택한 국민이 공산 침략으로부터 목숨을 걸고 지켜낸 조국 수호 전쟁이다. 6·25전쟁의 원인과 성격 및 참상을 객관적으로 설명만 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왜 조국을 지켜냈는지를 알려줄 때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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