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마이뉴스

이런 옷은 '빵점'입니다 [스타일 꼬치꼬치]

이문연 입력 2022. 06. 24. 11:30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80점 이상만 구매하세요.. 옷에 점수 매기는 법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문연 기자]

ⓒ Laura Chouette/Unsplash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을 볼 때면 늘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다. 극적인 변화를 위해 예쁘고 화려한 옷을 입힌 건 알겠는데 결코 일상에서 입지 않을 것 같은 옷으로 변화한 것이 의미가 있냐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건 실용주의자이자 실제 옷 코칭을 하는 내 생각일 뿐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아주 잘 맞는 방식이긴 하다.

쇼핑 조언이 어려운 이유는 예쁜 옷만 추천한다고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옷을 입은 내 모습이 마음에 들면 다 잘 입을 것 같으면서도 '옷을 입은 내 모습이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몇 가지 관문이 있다. 이 관문은 개인마다 다르며 디자인, 가격, 브랜드, 소재, 기능성, 활동성, 사이즈 등 자기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 몇 가지를 정해놓고 점수를 매기는 것으로 탈락 여부를 정할 수 있다.

80~100점

중요한 가치 몇 가지를 정해놓고 평균을 내었을 때 80점 이상일 경우 구매를 추천한다. 한국말을 잘하는 20대 후반의 외국인 코칭을 할 때 그는 177cm의 큰 키 때문에 쇼핑과 코디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큰 키에 맞는 원피스나 바지를 찾기 어려워했고 그렇기 때문에 옷을 선택할 때 가장 1순위는 내 몸에 맞는지 여부였다.

갖고 있는 원피스와 바지의 길이를 재보라고 했고 그 길이를 기준으로 아이템을 찾았다. 국내 브랜드에서는 길이를 맞추기 어려워 SPA브랜드에서 바지를 추천했고 복숭아뼈를 덮는 청바지는 가격, 디자인(색깔), 핏 모든 면에서 90점 이상을 만족시키며 선택되었다.

50~80점

당연히 구매해서는 안 되는 아이템이다. 다만, 집에 갖고 있는 아이템 중에 이런 아이템이 있는지 잘 확인해볼 것. 80점 이하로 떨어진다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에 하나가 심하게 낮은 점수일 확률이 높다.

기능성이 떨어진다던가, 라이프 스타일에 전혀 맞지 않는다던가, 소재가 너무 별로라 손이 안 가는 아이템. 어쨌든 쇼핑을 한 아이템이라 갖고 있고 가끔씩 입고는 있지만 입었을 때 나에게 좋은 기분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50점 아래

거의 안 입는 아이템이라 봐도 무방하다. 선물 받았는데 취향이 안 맞아 거의 안 쓰는 가방, 사이즈에 안 맞아(사이즈에 안 맞으면 0점이다) 그냥 갖고만 있는 바지(그래서 아무리 예뻐도 사이즈가 애매하면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예뻐서 샀는데 입으면 너무 과한 느낌의 원피스(옷 자체가 과해서라기보다는 나에게 안 어울려 과해 보인다) 등 현재 가치가 떨어지는 옷은 결국 입어야 빛을 발하는 실용주의자를 위한 멋의 기준에서는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0점

모든 것이 괜찮지만 0점을 줄 수밖에 없는 비운의 옷도 있다. 육아 중인 40대 직장인은 오랜만에 원피스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여름 원피스를 3~4가지 추천했고 그중에 마음에 드는 원피스가 하나 있었는데 같은 동네의 친분이 있는 엄마가 입은 걸 본 것이다.

아무리 잘 팔리는 제품이라도 길을 가다 똑같은 제품을 만날 확률은 드물다. 같은 동네에서 같은 옷을 볼 확률은 1% 미만이지 않을까. 어쩌다 옷을 입고 나갔는데 똑같은 옷을 발견한다면 마이클 잭슨의 'Thriller'를 BGM으로 선물한다. 나만 신경 쓰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미 같은 옷을 발견한 이상 예전의 옷과 같은 마음으로 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0점일 수밖에 없는 옷은 내가 못 사는 옷이며 구매해도 입을 수 없는, 입지 못하는, 입지 않는 옷이다. 아기를 키우면서 프라다 백 대신 에코백이 더 편해졌다는 친구를 보며 예쁜 것도 내가 쓸 수 있어야 예쁜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아무리 예쁜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내 삶에서 지속 가능해야 예쁜 것이다. 그러니 지속 가능하지 않은 0점짜리 제품이 아닌, 지속 가능한 80점 이상의 제품을 찾는 눈을 키우자. 그래서 말인데 오늘 입은 옷에 대한 당신의 점수는 몇 점인가요?

덧붙이는 글 |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에서는 한계절 잘 입기 21일 7미션 <월간 옷장 경영>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Copyrights ⓒ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