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사의 표명' 조성욱 위원장, 역대 세번째 임기 만료 공정위장 반열 오르나

세종=윤희훈 기자 입력 2022. 6. 25. 06:01 수정 2022. 6. 2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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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9개월 재직 중인 조성욱, 3년 임기 채울 가능성 커져
역대 위원장 중 3년 임기 채운 건 2명 뿐
'두문불출' 조성욱, 공식일정 소화는 부위원장 몫
공정위 안팎에선 인선 지연에 '공정위 힘빼기'란 지적도
한덕수 국무총리(왼쪽)가 지난 5월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45일이 지났지만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인선은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달 5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임 위원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퇴임하지도 못하고 자리만 지키고 있다. 사의 표명 이후 50일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도 조성욱 위원장은 앞으로 한 달 넘게 더 자리를 지켜야 할 상황이다. 국회 하반기 원 구성이 지연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후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더라도, 언제 인사 청문회가 열릴 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가에서는 신임 공정위원장 인선 지연과 청문 일정 장기화 등으로 조 위원장이 기대 하지 않았던 임기를 채우고 퇴임하는 세번째 공정위원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 역대 공정위원장 중 임기 만료 2명 불과…조성욱 재직 기간 3위

25일 공정위에 따르면, 다음 달이면 지난 2019년 9월 취임한 조성욱 위원장의 재임기간이 2년 10개월에 이르게 된다. 3년인 공정거래위원장 임기의 90%가량을 채우게 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새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더라도 국회 청문 일정 등을 고려하면 취임까지 1~2개월 가량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조 위원장이 3년 임기를 꽉 채울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조 위원장이 9월에 이임식을 하게 된다면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모두 채우고 퇴임한 역대 첫번째 공정위원장이 된다.

공정위원장이 장관급으로 격상된 1996년 이후 지금까지 임기(3년)를 다 채우고 퇴임한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임명된 전윤철 전 위원장과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강철규 위원장 2명에 불과하다.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신임 공정위원장으로 취임한 전윤철 전 위원장은 1997년 3월부터 2000년 8월까지 3년 임기 이후에도 5개월여를 더 재직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취임한 강철규 전 위원장은 2003년 3월부터 2006년 3월까지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이 외에도 전 전 위원장의 후임이었던 이남기 위원장과 박근혜 정부 후반기에 임명된 정재찬 전 위원장도 2년 7개월씩 비교적 장기 재직한 공정위원장으로 분류된다. 특히 정 전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고 정권이 지속됐다면 임기를 채웠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이은현

◇ 정부 출범 +45일… 수장 공백에 힘 빠지는 공정위

조 위원장으로선 임기를 다 채운 위원장이라는 명예를 얻을 수 있지만, 공정위 안팎에서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방향성을 재설정해야 할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증폭되고 있다.

한 과장급 간부는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내정됐을까 싶어 맨날 스마트폰으로 ‘공정위원장’만 검색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출범한 게 언제인데, 아직까지 신임 위원장 소식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새 어떻게 지내요?’라는 물음에 ‘용산(대통령실)만 쳐다보고 있다’고 답하는 게 인사말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조 위원장은 공개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지난 1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을 빼곤, 공정위 ‘전원회의’와 ‘간부회의’ 등 내부 일정만 소화하고 있다.

공정위원장이 참석 해오던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의 일정은 모두 윤수현 부위원장이 대리 참석하고 있다. 지난 21일 용산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도 윤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장관급 회의에 차관급인 부위원장이 참석하면서 주요 회의에서 공정위의 발언권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다.

리더십 공백으로 인한 업무 차질도 현실화하고 있다. 공정위는 현재 공석인 상임위원 자리와 최근 사의를 밝힌 신봉상 사무처장의 후임 등 고위직 인선 및 내부 인사 일정이 정체된 상태다. 새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 맞춰 공정위의 역할을 재조정하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 의전행사실에서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 공정위 힘 빼기 차원에서 후임 위원장 인선 미루나?

공정위 안팎에선 자유로운 시장 경제와 기업의 자유 보장을 강조하는 정부가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공정위의 힘을 빼려고 위원장 인선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법령상 형벌이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도록 행정제재를 전환하고 형량 합리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법에 명시된 ‘부당 지원 및 사익편취’에 대한 규제 적용과 예외인정 범위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심사 지침도 개정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공정위가 규제 일변도 행보로 기업 옥죄기에 매몰됐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과 다른 행보를 걷겠다는 것을 공표한 셈이다.

이 같은 경제정책방향에 맞춰 공정위의 정책 노선을 조정하기 위해선 새로운 리더십이 절대로 필요한 상황이다.

공정위 고위당국자는 “최근 정부가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경제법령상 형벌이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도록 행정제재를 전환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세부적인 정책을 공정위에서 짜야 한다”면서 “이 외에도 공정거래·시장감시·소비자정책 수립과 부처 간 정책 조율을 위해선 하루빨리 공정위원장 인선 및 임명 작업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당국자도 “새 정부 출범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신임 위원장의 지명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부처 내 무기력증이 확산하고 있다”며 “민생분야 불공정행위 집중 점검 등 공정위의 역할과 정책 방향을 이끌어갈 리더십이 시급한 시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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