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이어 스위스 동네까지 점령..한국 라면, 유럽으로 진격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을 가기 위해 관광객들이 모이는 인터라켄 오스트 역사 주변. 산 정상에 올라가기 전에 식음료를 구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대형마트에 지난 16일 농심 신라면 컵라면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매장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복도에 단독 진열대에 놓였다. 현지 한국인 가이드는 “코로나19 이후 이곳 주민들도 라면을 많이 찾으면서 마트에서 한국 상품을 다양한 종류로 들여놨다”고 소개했다.
스위스 남부 로잔 지역에 한 대형 마트에서는 일본의 라면 회사 니신 제품보다 한국 라면이 진열대에서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다. 니신의 봉지 라면은 1.9 스위스 프랑(약 2567원)이지만 농심의 신라면은 1.95 프랑(약 2635원)으로 가격이 더욱 비싸다. 현지 주민은 “신라면도 많이 팔리지만 최근에는 한국 대중음악(K-팝)과 유튜브 영향으로 매운 한국 라면에 도전하는 젊은이도 눈에 띈다”고 전했다.
“매운 한국 라면에 도전하는 젊은이도”
한국산 라면 상품들이 유럽 지역 곳곳에 유통 채널을 확보하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5월 공개한 ‘FTA 체결국 농축산물 수출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라면을 포함한 가공식품 수출액이 전체 농식품을 수출을 견인하는 데다, 특히 유럽 지역 판매가 확대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3월 농식품 수출액은 22억1000만 달러(약 2조7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 11.0% 증가한 것이자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품목별로 보면 1분기 가공식품 수출액은 작년보다 12.7% 늘어난 16억9000만 달러로 파악됐다. 이중 라면은 15.9% 증가한 1억8000만 달러였다. 유럽연합(EU) 수출액은 1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3.4% 증가했다. 아세안(15.8%) 등을 제치고 지역별 수출액 상승률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외에서 연간 7000억원 매출을 올려 ‘식품업계의 반도체’로 불리는 농심 신라면은 2013년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매점에 이어 현지 최대 유통 업체로 불리는 쿱(COOP)과 미그로(Migros)에도 납품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K-팝에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나온 영화 ‘기생충’ 등 영향으로 현지 유통 업체가 신라면을 공급해달라고 먼저 요청을 한다”고 전했다.
불닭볶음면을 출시하는 삼양식품도 수년째 유럽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네덜란드‧영국‧스웨덴‧폴란드 등 주요 유통 채널에 이미 납품하고 있다.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이 2020년에는 78%를 기록한 데 이어 2021년 29%였다. 올해는 30% 이상이 될 것으로 이 회사는 예상한다.
불닭볶음면 독일 푸드트럭도 문전성시
삼양식품은 지난 5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최한 행사에서 푸드트럭을 준비했는데 주변을 모두 에워쌀 정도로 현지인들이 몰렸다고 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유럽에 수출하는 라면 상품은 전량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다”며 “강도가 센 매운 한국 라면을 찾는 유럽인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매출 증가에 따라 국내 라면 제조사 실적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소맥(밀) 가격 상승에 대한 원가 부담의 반영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전년도 국내외 라면 가격 인상의 효과, 해외 라면 수출과 법인 실적의 확대가 클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스위스=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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