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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 종결로 묻힐 뻔했던 '계곡 살인' 사건이 검찰 우수 수사 사례? [이슈+]

이지안 입력 2022. 06. 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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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변사로 종결했다 유족·지인 제보로 재수사
담당검사 "저의 무능함으로 진실이 묻힐 뻔했다"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이은해(왼쪽)·조현수가 지난 4월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미추홀구 소재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인천=뉴스1
검찰이 ‘계곡 살인 사건’의 주범 이은해(31)·조현수(30)를 구속 기소한 사건을 ‘우수 수사 사례’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당초 검찰이 단순 변사로 종결했다가 피해자 유족과 지인들 제보로 재수사가 이뤄져 담당 검사 스스로 “저의 무능함으로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이 묻힐 뻔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특히 검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부작용 예시로 제시했던 사건이기도 해서 우수 수사 사례 선정의 적정성과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대검찰청은 24일 5월 형사부 우수사례 6건 중 하나로 ‘계곡 살인 사건’을 선정했다면서 “정성어린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한편, 피해자 유족에 대한 장례비·생계비 지급 등 피해자 지원에도 만전을 기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 주범인 이은해는 내연남 조현수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윤씨를 계곡물에 뛰어들게 한 뒤 일부러 구조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윤씨의 억울한 죽음은 그대로 묻힐 뻔했다. 2019년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경찰은 단순 변사사건으로 내사 종결했다.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해서였다. 사건 기록을 살펴본 검찰도 경찰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피해자 유족과 지인들의 결정적인 제보가 꺼질 뻔한 수사의 불씨를 되살렸다. 검·경이 사건을 종결시키자 이은해가 기다렸다는듯 보험금을 청구한 사실을 유족 지인이 경찰에 제보한 것. 마침 보험사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다”며 이은해를 고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재수사가 시작됐지만, 이은해와 조현수는 도주했다. 검찰은 이들의 도주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조재빈 인천지검 1차장검사는 “피의자들에게 변호인이 선임돼 있어서 바로 도망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검찰은 경찰과 합동검거팀을 만들고, 공개수배라는 최후 수단까지 썼다. 이은해와 조현수가 자수하면서 도주극은 4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검찰은 문재인정부 당시 정부 여당과 ‘검수완박’ 대치 국면에서 이 사건을 검수완박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제시했다.

경찰의 내사종결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안미현 검사는 지난 4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계곡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검사에게 경찰 수사 내용을 오로지 서류만 보고 판단하게 했을때, 영장청구권과 수사지휘권이 있어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사건을 재수사 중이던 인천지검도 “경찰이 살인 혐의로 송치했지만 결정적 물증이 없는 상태여서 그대로 기소할 수 없었다”고 가세했다. 검찰이 재수사에서 혐의를 추가로 밝혀낸 덕분에 이들을 기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당시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단순 변사 종결한 걸 검찰에서 (모두) 밝혀냈다는 일부 주장은 분명히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어 일산서부경찰서가 재수사를 통해 살인 혐의를 밝혀 송치한 점을 지적하며 “이후 검찰에서 추가 혐의 사실을 밝혀내 현 시스템 하에서 경찰과 검찰이 각자 역할을 다한 것이다. 누구는 잘했고 누구는 잘못했다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이은해와 조현수의 첫 재판이 윤씨의 죽음 3년만에 인천지법에서 열렸다. 유족은 재판에서 사건의 실체가 더 명확히 드러나길 바라고 있다. 재판을 지켜 본 유족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은해와 조현수가) 반성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며 “분명히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 같고, 그런 사실이 재판에서 드러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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