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한 명이라도 살아 있을 때 피해보상 이뤄져야.."

임재근 2022. 6. 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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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72주기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 추모식

[임재근 기자]

제72주기(24회)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 추모식이 24일 오전 11시 노근리평화공원 추모광장에서 열렸다. (사)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회장 양해찬) 주관으로 열린 추모식의 식전 공연으로는 희생자의 넋을 달래는 영동차사랑회 헌다례의식, 충북 영동군 난계국악단의 국악공연 등이 이어졌다. 

추모식 본 행사는 주요 인사의 헌화와 분향, 현안 설명, 추모사 낭독, 추모공연 순으로 진행되었다. 올해 노근리사건 희생자 합동 추모식은 정부의 완화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300명 규모로 확대해서 진행했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선 100명 이내로 거행됐었다. 참석할 수 있는 인원이 늘어나면서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회원뿐아니라, 제주4.3유족회, 대전 산내, 거창, 산청, 함양 등 타지역 유족회 등에서도 참석했다.  
  
 제72주기(24회)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 추모식이 6월 24일(금) 오전 11시 노근리평화공원 추모광장에서 열렸다. 제주4.3유족회, 대전 산내, 거창, 산청, 함양 등 타지역 유족회에서도 추모식에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 임재근
 
 
 추도식에서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정구도 이사장은 현안 설명을 하고 있다.
ⓒ 임재근
정구도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은 현안 설명에 나서 정부의 노근리사건 피해자 배·보상 처리의 형평성 문제와 시급함을 호소하며 새로운 윤석열 정부와 국회에서 피해자 배·보상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하루빨리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양해찬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위령사를 통해 "비극의 현장 바로 옆에는 평화공원이 만들어지고 해마다 10만여 명의 참배객들이 당신들을 기억하며 머리 숙이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학살이 미군 상급 지휘부의 명령에 따라 자행된 것임을 생각할 때 저들의 만행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마음이 온몸에 전류를 일으키곤 한다. 이 얼마나 원통한 일이며 통통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양 회장은 또 "노근리 사건 피해자들의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피해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는 노근리 사건 특별법 개정안을 꼭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했다. 노근리 사건 당시 열 살이었던 양 회장은 미군 비행기의 폭격으로 허벅지에 파편상을 입었다. 당시 그의 누나는 한쪽 눈을 잃었고, 어머니는 폭격으로 인해 하복부 파편상을 입고 쌍굴다리로 피했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다.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양해찬 회장이 위령사를 하고 있다.
ⓒ 임재근
    
각계의 추모사도 이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제일 먼저 영상으로 추모사를 전했다. 한 총리는 "노근리가 아픈 역사의 현장을 넘어, 평화와 인권, 그리고 국민통합을 상징하는 성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애써주신 여러분들께도 경의를 표한다"며, "정부는 희생자와 유가족분들의 아픔이 온전히 치유될 때까지 국가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덕흠 국회의원과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정근식 위원장은 직접 참석해 추모사를 했다.

박덕흠 국회의원은 "피해자 배·보상 문제는 국회에서 할 역할"이라며, "정치 상황이 좀 복잡한 게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써 최대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근식 위원장은 "시대의 역사가 된 노근리 사건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거나 한반도의 통일은 평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교훈의 값진 씨앗이 되었다"며 "노근리 평화공원이 미래 세대의 생명 인권 존중과 통일 교육의 장으로 도약하고 세계인이 찾고 기억하는 평화의 전당으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남도전통춤가락연구원의 살풀이춤
ⓒ 임재근
   
 전 이화여대 성악과 김상곤 교수의 추모 공연
ⓒ 임재근
     
이후 노근리사건 진실규명 과정과 미래의 발전 방향을 담은 영상물 상영과 남도전통춤가락연구원의 살풀이춤 공연, 전 이화여대 성악과 김상곤 교수의 추모 공연을 끝으로 추모식이 마무리 되었다.

노근리사건은 한국전쟁 초기 1950년 7월 25일부터 29일 사이에 미군이 후퇴하는 과정에서 공중폭격과 기관총 사격 등으로 수백명의 피난민들을 학살한 사건이다. 특히 쌍굴다리에서의 피난민들에 대한 기관총 사격은 3박 4일, 70여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정부는 1999년 진상조사를 시작해 2004년 노근리사건특별법을 제정하고,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사회 각 분야 전문가, 유족대표로 구성된 노근리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회복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2005년과 2008년 희생자 심사를 진행해서 희생자 226명, 유족 2240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행된 한미 공동조사에서는 명령 하달 여부 등 미국의 책임에 대해서는 결론 내리지 못했고, 미국은 희생자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데 그쳤다.

  
 노근리평화공원 옆 사건 현장인 쌍굴다리 위 경부선 철길 위로 무궁화호 열차가 지나가고 있다. 추모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여러 대의 기차들이 지나갔다.
ⓒ 임재근
 
한편, 노근리평화공원은 '노근리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2011년 10월에 사건 현장인 쌍굴다리 일대에 4만여 평 규모로 준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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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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