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미발표 시 8편 첫 공개
지난달 8일 세상을 떠난 시인 김지하는 죽어서도 현대사의 굴곡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국 전쟁 발발일인 25일 서울 삼일대로 천도교 대교당에서 49재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시인의 미발표 시 8편이 공개됐다. 1999년 문화계 후배 임진택에게 희곡을 써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자 못하자 대신 건넨 작품들이라고 한다. 저항의 김지하 반대편의 시인 김지하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교감〉
내가 멀리서
너를 부르면
너
청산이어라
너
강물이어라
구름이어라
〈헌화〉
뜨겁고
붉은 사랑이로라
이 늙음
아니 부끄리시면
절벽 위
꽃 꺾어
고이 바치리
뜨겁고
붉은
어허, 사랑이로라
〈열리리〉
열리리 열리리
꽃 같은
한 사랑이면
천지 장벽
사람 그늘
열리리 열리리
꽃 같은
한 사랑이면.
〈심화心火〉
밤은 꿈속에 타고
꿈은
몸 속에 타고
아아
불타는 하늘
불타는
님의 눈빛.
〈사랑은 공경〉
우주의 싹이
시방에 산다
사랑은 공경
높여야 흐르는 법
내 가슴이여
여인을 보고
뛰어라 가슴이여
높은데 올라서야
높은 것을 아는 법
〈처용〉
서울
달 밝은 밤에
슬카장 노닐다가
집에 와 방을 보니
다리가 넷이로다
둘은 내 것이나
둘은 뉘 것인가
어차피 내 것 아니니
하늘가 떠도는 흰 구름 꽃송이여
아아, 그 또한 넷이 아니리.
〈살아라〉
살아라
너도, 그들
내 속에
모두 살아
해같고 달같은 이들
내 속에 모두 살아.
〈하늘세계〉
바다가
내 속에 들고
산맥이
손 끝에 선다
구름 걷히면 하늘
햇빛 아래 푸른
푸르른 세계여.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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