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원 돌파'로 현실화된 고환율 리스크..'복합위기' 우려 커져 [세종픽]
25일 외환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오른 1301.8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기준 1300원을 돌파한 건 2009년 7월13일(1315.0원) 이후 처음이었다.
환율 상승의 배경은 미국의 기록적인 물가 상승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6% 올랐다. 1981년 12월 이후 40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또 향후 1년 간 물가 상승률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전망인 기대 인플레이션도 6.6%로 치솟아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에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물가만은 확실히 잡겠다는 신호였다.
과거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호재’라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에너지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고환율로 자재 비용이 더욱 증가하면서 수출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점도 문제다. 한국에 익숙하지 않은 무역적자는 지난 3월부터 지속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76억42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도 154억69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6월 전망도 밝지 않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24일 열린 1차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6월에는 조업일수가 2일 감소하고 화물연대 파업 등 일시적 요인이 겹치면서 수출이 주춤했다. 이에 6월 무역수지 적자 폭이 (5월보다) 다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역적자는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으로 원화가치 하락세를 부추긴다.
고환율은 금리 인상을 부추겨 복합위기를 더욱 키운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실물경제는 이미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4월 전산업생산지수, 소매판매액지수, 설비투자가 모두 전월대비 감소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두 달 연속 하락했고,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개월 연속 하락하며 경기침체의 변곡점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가계 부채가 많은 취약 차주의 부실을 높여 소비를 급격히 위축시킬 수 있다. 외환시장의 불안정한 변동성이 금융 및 실물경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환율 리스크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금융상황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미국 연준의 이번 통화긴축은 인플레이션 억제가 시급한 목표라는 점에서 이전 금리인상 사이클과 다르다”면서 “물가안정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기 전까지는 긴축적인 금융상황이 지속 또는 심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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