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태국군 참전용사 '쁘라딧 러씬' 중위를 기리며

김원장 2022. 6. 2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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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보병 21연대 소속 '쁘라딧 러씬(25)' 중위.

태국 촌부리에 위치한 보병 21연대에서 한국 대사관이 주최한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3.한국전 참전용사들은 태국 정부로부터 매달 500바트(1만8천원)의 참전 수당을 받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 태국 보병 21연대 소속 중위 고 '쁘라딧 러씬' 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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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병 21연대 소속 '쁘라딧 러씬(25)' 중위.

태국 육군 장교 3기로 1952년에 한국전에 참전했습니다. 중대를 지휘하며 폭찹힐(pork chop hill) 전투에서 살아남았습니다. 2017년 한국 정부 초청으로 서울을 방문했고, 마침 한 사진작가가 그가 정복을 입은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하지만 주소를 정확히 몰라서 전해주지 못했습니다.

코로나가 무섭게 번지던 지난 2020년 6월 한국 정부는 전 세계 참전용사들에게 100만 장의 마스크를 보냈습니다. 방콕에서 두 시간쯤 떨어진 쁘라친부리에 살고 있던 쁘라딧 중위도 이 마크스와 위생용품을 받았습니다. 그는 주 태국 한국대사관에 70년의 세월에도 자신을 기억해준 한국정부에 감사하다며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 편지가 기사화되면서 한국의 사진작가가 그를 찾아냈습니다. 사진이 바다 건너 태국으로 건너왔고, 주태국 한국대사관 측은 그의 집을 찾아 사진을 전달하고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94세의 노병은 연신 기침을 하면서도 당시 전쟁의 참혹함을 기자에게 담담하게 전했습니다. 너무너무 추웠다며 손을 벌벌 떨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찾아뵙겠다고 했지만 이후 그의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연관 기사] 사진 속 참전 용사가 맞습니까? (뉴스9/2021.06.1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13649

고 ‘쁘라딧 러씬’ 중위의 한국전 당시 신분증. 52년 6월에 발행됐다. 사진 출처 쁘라딧 러씬 중위의 가족


2.
2022년 6월 24일. 태국 촌부리에 위치한 보병 21연대에서 한국 대사관이 주최한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21연대는 한국전 참전을 모체로 탄생한 태국 최고의 정예부대입니다. 14명의 생존 참전용사와 가족들 그리고 22개 참전국 외교사절 등 3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이어진 문화공연에서는 한국과 태국의 전통무가 함께 무대에 올랐고, 21연대 군악대의 한 여군이 부르는 아리랑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식이 끝나고 문승현 대사 등 한국대사관과 문화원 직원들이 준비해온 음식을 직접 참전용사들에게 대접했다. 6월 24일, 태국 촌부리 보병 21연대 강당


혹시 '쁘라딧 러씬' 중위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수소문하다 그때서야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빈 테이블에는 우리 대사관이 준비한 조화 한 다발이 놓여있었습니다. 막내딸 빠티딴 레허신은 아버지가 문화공연을 볼 수 있도록 행사 내내 아버지의 사진을 들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대사관이 전달한 그 사진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사진을 들고 추모식에 참석한 딸 빠티탄 레허신. 아버지의 영상이 문화공연의 배경화면에 잠시 비추자 계속 눈물을 흘렸다. 고 ‘쁘라딧 러씬’의 자리에 우리 대사관이 준비한 조화가 놓여있다.


가족들은 아버지가 사진을 받고 몇 개월 뒤에 돌아가셨으며, 그가 남긴 사진과 글을 정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가족들이 취재진에게 보내준 사진에는 모래사장이 선명한 한강과 눈밭에서 망원경을 들고 있는 젊은 장교 러씬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어느 미군 장교와 함께 찍은 사진 뒷면에는 그 장교의 이름과 캘리포니아 주소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3.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태국 정부로부터 매달 500바트(1만8천원)의 참전 수당을 받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들 생존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꾸준히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태국 참전용사 후손들의 장학금으로 매년 8만달러(1억원 정도)가 지원됩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13명의 참전용사와 가족들에게 우리 정부의 평화의 메달이 수여됐습니다.

태국군은 미국 다음으로 한국전 참전을 결정했습니다. 보병 1개 대대. 프리키트함 1척, C-47 수송기 3대 등 육해공군을 모두 파병했습니다. 모두 6,326명이 참전해(국방부/ 국사편찬연구소) 1,139명이 부상을 입고 129명이 전사했습니다.

지난해 176명이었던 태국 내 생존 참전용사는 올해 120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이들 대부분이 한국의 발전에 자신이 기여했다고 믿습니다. '쁘라딧 러씬' 씨도 1년 전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잘살게 된 것이 내 일처럼 기쁘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현대사 중 1년 2개월을 함께한 것을 명예롭게 여겼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 태국 보병 21연대 소속 중위 고 '쁘라딧 러씬' 의 명복을 빕니다.

‘쁘라딧 러씬’ 중위가 1953년 참전 중에 아내에게 보낸 편지. 대구에서 백천(?)시로 이동 중에 한국전에 참전한 태국 간호병들을 우연히 만나 사진을 찍고 그 뒷면에 편지를 썼다. 사진 말미에 “그들의 미소가 너무 예뻐서 손이 떨렸고 그래서 사진이 흐리다. 이 미소처럼 아름다운 당신의 미소를 곧 볼수 있을 것 같다”라고 썼다. 그의 아내도 당시 간호사였다.

김원장 기자 (kim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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