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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학살 72년, 국가가 왜 죽였는지 소상히 밝혀야"

윤성효 입력 2022. 06. 25. 16:24 수정 2022. 06. 26.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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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진주 초전공원 추모비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합동추모제' 열려

[윤성효 기자]

[기사 수정 : 26일 오전 2시 24분]
 
 6월 25일 진주 초전공원 '6.15전쟁 진주민간인 희생자 추모비'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진주 민간인 피학살자 72주기, 제14회 헙동추모제".
ⓒ 윤성효
  
 진주 초전공원 '6.15전쟁 진주민간인 희생자 추모비'.
ⓒ 윤성효
 
"아버님이 계시지 않는 우리 집의 어머님과 할머님의 삶은 참으로 고달팠습니다. 아버님이 계시지 않은 이 자식은 못 먹고 못 입고 못 배우고 연좌제에 피눈물도 쏟아내야 했습니다. 비야 내려라. 더욱 세차게 내려라. 우리들이 눈물을 씻어줄 수 있다면.

아버님, 아버님의 넋을 여기에 모시고 아버님의 혼을 위로하고자 여기 화강암 비석을 높이 세웠으니, 이제 괴로움과 원망의 넋두리를 하지 않으렵니다. 내년 새 봄이 오면 장미꽃도 심고 동백꽃로 심고 수수꽃다리도 심으렵니다."

25일 오후 경남 진주 초전공원 '6.25전쟁 진주 민간인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열린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72주기 합동추모제'에서 유족들이 '축문'을 통해 밝힌 것이다.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희생자유족회(진주유족회, 회장 정연조)가 올해로 14회째 합동추모제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지난 3월 19일 준공식 연 추모공원에서 열린 첫 추모제였다.

합동추모제는 진주시, 진주시의회, 진주경찰서 후원으로 열렸다. 서봉석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의 사회로, 분향과 전통제례에 이어 위령제가 열렸다.

정연조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어떤 분들은 추모공원이 세워졌고, 추모제까지 올리니 이만 하면 된 것 아니냐고 하실지 모른다"며 "그러나 진짜 일은 지금부터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금까지 발굴결과로 추정해 볼 때 진주지역에서는 (민간인 피학살자가) 최소 2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중에서 몇 명이 진실규명을 받았느냐"며 "발굴해서 수습한 유해만도 진실규명을 받은 숫자보다 많다. 신원을 밝힌 유골은 한 구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 사건은 해방정국에서 벌어졌던 극심한 이념분쟁의 한 단면이다. 같은 민족, 한 핏줄끼리 단순히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가권력이 전쟁을 틈타 자국민을 학살한 전쟁 범죄다"라며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관해서는 무고한 민간인이 학살되었다는 것 이외에는 밝혀진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법치주의 국가라면, 이러한 범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당연이 정권이 나서서 명백하게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또 정 회장은 "민간인 학살 사실을 정확하게 역사로 기술하고 그 증거를 보전하며 이를 살아 있는 교육현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려면 접근의 용이성과 편의성, 그 규모가 어떠한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 곳에만 조성한다는 것은 자칫 사건을 축소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지난 대통령선거 유세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제주 4.3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공약했다. 광복 이후 이 땅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관련 사건들은 모두 이념분쟁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며 "국민을 화합시키며 이념분쟁을 종식시켜 국력을 신장하는 방법으로 모두 완전히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어떤 분은 아직도 북한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실지 모르겠다"며 "그러나 이념분쟁의 종식과 해결로 국력을 신장시키는 것이야말로 북한을 이기는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정연조 회장은 "머지않아 개정된 '진실화해기본법'도 효력을 다하게 된다"며 "그러면 지금부터 민간인 학살사건의 유족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심사숙고 해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대독한 추모사를 통해 "올해 초전공원에 추모비를 건립해 많은 시민들이 과거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하였고, 70여년간 차가운 땅 속에 묻힌 채 남겨진 희생자들이 다시 가족의 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 유해발굴을 지원했다"며 "진주시는 앞으로도 정부와 협조해 희생자 위령사업 추진에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박대출(진주갑)·강민국(진주을) 국회의원과 이상영 진주시의회 의장, 공영기 진주경찰서장은 추모사를 보내왔지만 참석하지 않아 서면으로 대신했다.

김복영 한국전쟁유족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72년이 흘렀다. 무슨 잘못이 있었길래. 너는 누구고 나는 누구이며 빨갱이라고 지칭하면 다 죽여도 되는 법이 있느냐"며 "아니 국가가 우리 부모형제를 죽였다면 왜 죽였는지 소상히 밝히고 죽였다면 유해를 찾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진주 명석면 용산고개에 있는 컨테이너에 유해가 임시안치되어 있는 상황을 설명한 김 회장은 "그 일에 뒷짐 지고 있다면 당시 학살에 동조했으며 지금도 학살의 법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며 "정부와 국회, 지자체, 진실화해위 모두 힘을 합쳐서 일흔 두 해를 넘기지 말아달라, 제발 호소드린다"고 했다.

노무현정부 때인 '1기 진실화해위'에서는 진주지역 민간인 학살자로 인정된 사람이 167명이고, 현재 '2기 진실화해위'에는 진주지역에만 150명이 조사를 신청해 놓았다.

현재 진주 명석면 용산고개 컨테이너 임시안치소에는 여양리 163구, 명석고개 77구, 관지리 25구를 포함해 총 262구의 유해가 보관되어 있다. 이에 대해 정연조 회장은 "발굴된 유해 숫자에 비해 희생자수가 적다"고 말했다.

(재)역사문화재연구원은 올해 진주시 지원으로 지난 6월 1~16일 사이 집현면 봉강리 소재 장대산 자락에서 41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이에 대해 정연조 회장은 "발굴된 유해는 화학약품처리를 하지 않았다"며 "유전자 검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진주유족회는 진주 용산리, 관지리에 모두 5곳의 미발굴된 집단학살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집현면 사촌리 산 387번지도 집단학살지라는 제보가 있었지만 건물이 들어서 있어 발굴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 초전공원 '6.15전쟁 진주민간인 희생자 추모비'.
ⓒ 윤성효
  
 6월 25일 진주 초전공원 '6.15전쟁 진주민간인 희생자 추모비'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진주 민간인 피학살자 72주기, 제14회 헙동추모제".
ⓒ 윤성효
  
 진주 초전공원 '6.15전쟁 진주민간인 희생자 추모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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