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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면옥 사장 "전통은 몸과 마음 쏟는 것..단골들께 감사"

이승연 입력 2022. 06. 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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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서 30년 이상을 똑같은 조리법으로 3대째 지켜왔는데 재개발로 인해 이 자리를 지키지 못해서 너무 섭섭하고, 가슴이 아프고, 부모님께 죄송해요."

"재개발로 인해 세간에 너무 많이 오르내렸어요. 욕하는 사람도 많았죠. 편안하게 이전하면 될 것을 왜 저렇게 시행사하고 다투냐고요. 그런데 저는 여기를 꼭 지키고 싶어서 그런 것이거든요. 돈을 더 많이 벌려면 왜 여기서 고생하겠어요, 더 좋은 곳도 많은데. 추억이 있고, 애를 낳고 키운 곳이라서 지키고 싶었어요. 노포는 개인의 노포가 아닙니다. 몸과 마음을 다 쏟은 게 전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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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영업 종료.."젊은 시절 다 보낸 곳, 추억을 지키고 싶었죠"
'오늘 아니면 못 먹어요' 을지면옥 영업종료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을지면옥' 영업 종료일인 25일 서울 중구 을지면옥 앞에서 손님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평양냉면 맛집으로 유명한 을지면옥은 1985년 문을 열어 37년간 영업해 왔다. 이곳이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2019년부터 보상 절차와 철거 등 재개발 절차가 추진됐다. 2022.6.25 k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한자리에서 30년 이상을 똑같은 조리법으로 3대째 지켜왔는데 재개발로 인해 이 자리를 지키지 못해서 너무 섭섭하고, 가슴이 아프고, 부모님께 죄송해요."

1985년 문을 열어 37년 동안 전통적인 평양냉면의 맛을 이어온 서울 중구 을지면옥이 25일 오후 4시 10분 을지로에서의 영업을 종료했다.

기자에게 마지막 냉면 한 그릇을 내어준 홍정숙(67) 사장은 "이전한다는 계획은 갖고 있지만 이 가게가 없어진다는 데 충격을 많이 받아서 마음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남편이 32세일 때 시작했는데 지금 70세이다. 저희 젊은 시절을 여기서 다 보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영업은 원래 오후 3시까지였지만 단골들의 줄이 늘어지면서 1시간 이상 더 이뤄졌다.

홍 사장은 "오늘 울고 가시는 분도 많았다. 마지막이라고 하니 너무 아쉬워서일 것"이라며 "맛은 둘째치고 그 추억이 없어지는 게 아쉬울 것이다. 저희가 나가게 되면 이제 바로 철거가 들어갈 거고, 그럼 이 동네는 이제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을지면옥이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2019년부터 보상 절차와 철거 등 재개발 절차가 추진됐고, 최근 2심에서 을지면옥이 시행사에 건물을 인도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재개발로 인해 세간에 너무 많이 오르내렸어요. 욕하는 사람도 많았죠. 편안하게 이전하면 될 것을 왜 저렇게 시행사하고 다투냐고요. 그런데 저는 여기를 꼭 지키고 싶어서 그런 것이거든요. 돈을 더 많이 벌려면 왜 여기서 고생하겠어요, 더 좋은 곳도 많은데. 추억이 있고, 애를 낳고 키운 곳이라서 지키고 싶었어요. 노포는 개인의 노포가 아닙니다. 몸과 마음을 다 쏟은 게 전통이죠."

영업종료 안내문 붙은 을지면옥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5일 서울 중구 을지면옥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평양냉면 맛집으로 유명한 을지면옥은 1985년 문을 열어 37년간 영업해 왔다. 이곳이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2019년부터 보상 절차와 철거 등 재개발 절차가 추진됐다. 2022.6.25 kane@yna.co.kr

37년 지켜온 전통은 젊은 층의 마음도 움직인다. 실제로 이날 손님 중에는 20대도 제법 찾을 수 있었다.

홍 사장은 "평양냉면은 이북 향토 음식이고, 젊은 분들은 양념이 진한 음식에 길들어 있다 보니 이 심심한 맛이 뭔지 모를 텐데도 인터넷을 보고 찾아오신다. 그렇게 느껴보니 또 좋은 걸 안다"고 말했다.

이날 손님 중에는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의 한방 주치의도 있었다.

홍 사장은 "예전에 많이 오셨는데 이제 몸이 불편해지셨다. 그런데도 마지막이라고 찾아오셔서 마음이 찡했다"며 "손님들께 정성을 다했다는 마음에 뿌듯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다른 곳에 가게 되면 더 정성을 다해 이 맛을 자식들에게 전수해서 백 년 가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그동안 가게를 접으려고도 했는데 자식들이 '단골들이 엄마를 너무 좋아하는데 어떻게 그만두냐'고 해서 이어왔다"며 "오래도록 사랑해주신 손님들께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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