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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세상을 구하는 일만큼 어렵구나"..슈퍼 히어로도 무서워한 독박육아 [씨네프레소]

박창영 입력 2022. 06. 25. 19:03 수정 2022. 06. 2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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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전개 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씨네프레소-38] 영화 '인크레더블2'

위대한 사상가로 추앙받는 마하트마 간디는 정작 큰아들에겐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다. 간디의 큰아들 할리랄은 남에게 사기를 치고, 알코올에 중독돼 방탕한 생활을 하며 부친의 명성에 누를 끼쳤다. 인도인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마하트마 간디가 평범한 아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아버지로서 따뜻하게 품어주지 않았던 것이 할리랄이 방황한 이유 중 하나로 해석된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육아를 전담하게 되면서 서서히 생기를 잃어간다.<사진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처럼 사회적으로 명망 높은 사람이 정작 자식에겐 존경받지 못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때론 행복한 가정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사람이 실제론 자녀들과 조금의 애착 관계도 형성하지 못하고 있었단 사실이 밝혀져 실망을 안기기도 한다. 밖에선 누군가의 멘토이자 스승, 롤모델이었던 이들은 왜 집에서 자녀들에게 외면당하게 됐을까. '인크레더블2'는 존경받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 슈퍼 히어로가 되는 것만큼의 노력과 희생이 필요한 일임을 보여주는 영화다.
아이는 사랑스럽지만 때론 악마처럼 느껴기도 한다. 영화는 육아의 어려움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냈다.<사진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아이 vs 부모=빌런 vs 히어로?

영화는 슈퍼 히어로를 더 이상 달갑게 생각지 않는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영웅의 개입보다는 제도적 해결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초능력자 가족'의 비범함이 점점 별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그러던 중 한 자본가가 엄마인 '일라스티걸'을 내세워 슈퍼 히어로 이미지 개선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며, 아빠인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육아에 전념하게 된다.
아내가 슈퍼 히어로로서 주목 받게 된 상황을 남편은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러워한다.<사진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아빠는 전문성이 필요한 슈퍼 히어로 일 대신 육아를 떠맡게 된 상황에 자존심이 상한다. 그러나 집에서 애들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간 아내가 워킹맘으로서 얼마나 어려운 일을 수행하고 있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고, 그는 육아에 있어서 자신의 전문성 없음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첫째의 남자친구 고민, 둘째의 수학 숙제, 자꾸 불꽃괴물로 변하는 셋째의 신체적 문제까지 철저히 공부해서 돌파해나가려 결심하지만, 하나의 과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걱정거리가 더해지는 육아의 높은 난도에 절망할 뿐이다.
철저한 공부로 육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 했던 아빠는 계속해서 올라가는 육아의 난도에 절망한다. 가족 중 가장 뛰어난 초능력을 지닌 막내 `잭잭`은 벽을 통과하고, 화염을 내뿜기도 한다.<사진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한창 슈퍼 히어로로 이름을 날릴 때보다 다크서클이 더 진해진 아빠는 상황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기로 한다. 영웅으로서 활약할 때는 빌런을 퇴치하면 상황이 종료됐지만, 아이는 시시각각 성장하기에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빌런 대 영웅' 구도처럼 '아이 대 부모'의 대결로 육아를 바라보기를 멈춘다. 아이를 자신이 컨트롤할 대상으로 두는 것이 아닌 함께 과제를 풀어나갈 파트너로 참여시키면서 그의 고민은 한층 가벼워진다.
아빠는 아이를 통제의 대상으로 봐서는 제대로 된 육아를 해낼 수 없음을 인정한다. 그는 각 상황을 풀어나갈 파트너로 아이들을 동참시킨다.<사진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한 사람의 인생을 세우는 건 수천만의 목숨을 구하는 것만큼이나 소중하다

영화는 '슈퍼 히어로'에 '부모'를 대응시키면서 육아에 대한 여러 통찰을 전달한다. 가장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메시지는 육아는 세상을 구하는 일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육아를 부차적인 일로 생각하는 자세로는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여러 위인이 부모로서 존경을 받는 데 실패한 것엔 아마 이런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은 세상을 위로하는 위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위로받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쉽게 생각했을 수 있다.
자녀가 세상은 꽤나 살 만한 곳이라고 느끼게 도와주는 것은 대재앙에서 인명을 구해내는 것만큼이나 귀한 일이다.<사진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슈퍼 히어로와 부모의 일을 비교한 것은 육아가 얼마나 뜻깊은 일인지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로 세우는 일은 수천만의 목숨을 구하는 것만큼이나 소중한 일이란 의미인 것이다. 자신의 자녀가 세상은 꽤나 살 만한 곳이라고 느끼게 도와주는 것은 대재앙에서 인명을 구해내는 것만큼이나 귀한 일이란 교훈이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육아에 깔깔대다 보면, 육아와 커리어, 가족과 직장에 대한 픽사의 진지한 질문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인크레더블2` 포스터.<사진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장르: 애니메이션·액션·어드벤처·가족
감독: 브래드 버드
출연(목소리): 홀리 헌터, 크레이그 넬슨, 사라 보웰, 헉 밀너, 사무엘 L. 잭슨
평점: 왓챠피디아(3.7/5.0), 로튼토마토 토마토지수(93%) 팝콘지수(84%)
※2022년 6월 24일 기준.
감상 가능한 곳: 디즈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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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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