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물회는 열무김치와 '이게' 들어갑니다
[서동환 기자]
▲ 장흥 한우삼합의 메카 장흥 정남진 토요시장에 있는 식당들 |
ⓒ 서동환 |
여행하다 보면 어느 곳은 소리로 기억되고, 어느 곳은 향기로 기억되며, 어느 곳은 맛으로 기억된다. 녹음이 퍼져가는 계절 6월에 찾아간 장흥은 잊지 못하는 남도 맛여행 1번지다.
광화문의 정남쪽 방향으로 가장 남쪽인 전라남도 남부에 자리한 장흥은 북쪽으로는 비교적 고지대인 산지가 발달했고, 남쪽으로는 간척지로 이루어진 비옥한 평야 지대가 형성돼 있다. 500여 미터에서 700여 미터까지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을 전라남도 3대 하천의 하나인 탐진강이 북서쪽에서 남류 하다가 강진군을 지나 남해로 흘러든다.
산과 숲, 바다와 갯벌, 기름진 토양과 온화한 해양성 기후의 자연환경을 갖춘 곳이다 보니 좋은 먹거리 재료가 풍성한 고장이다. 장흥 여행을 가면 꼭 먹어봐야 할 별미로 '장흥 9미'가 있다. 계절적인 이유로 이번 여행에서는 이 중 5가지 별미를 맛봤다. 여기에 장흥의 특산품인 표고버섯과 산낙지를 포함하니 나만의 장흥 먹방 여행이 되었다.
▲ 장흥한우 삼합 (표고버섯, 키조개 관자, 한우 등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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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장흥 특산품인 숲에서 자라 육질이 단단하고 향이 깊게 밴 장흥 표고버섯, 바다 향을 품은 보들보들한 키조개 관자를 차례차례 올려 한꺼번에 입에 넣으면 세 가지의 맛이 어우러져 최고의 풍미를 자랑한다. 가히 신계(神界)의 음식이라고 할 만하다.
▲ 장흥 정남진 토요시장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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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남진 토요시장에 있는 식당의 매생이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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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이나 키조개의 조갯살을 넣고 끓인 매생이탕은 입에 넣으면 후루룩 넘어가는 가늘고 부드러운 감칠맛이 환상인데, 그것에 그치지 않고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 정남진토요시장에 가면 매생이탕이나 매생이 떡국을 파는 식당들이 많을 뿐 아니라 질 좋은 매생이를 구입할 수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행한 '대한민국 8도 식재 총서'에서는 장흥의 표고버섯을 비닐하우스 방식이 아닌 노지소나무밭에서 재배해 육질이 단단하며 향이 깊다고 소개하고 있다.
여행 시기 때문에 '표고버섯재배 체험'을 하지 못해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이곳에서 생산된 표고버섯이 담백하고도 쫄깃한 맛이 더 강한 것은 분명하다. 아마 해풍과 숲의 향기를 가득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언제라도 정남진토요시장에 들르면 인심 넉넉한 할머니들의 좌판에서 맛있고 푸짐한 표고버섯을 구할 수 있다.
▲ 장흥 회진면 삭금마을 식당의 된장물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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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물회는 고추장을 기본으로 해서 만드는데, 장흥의 물회는 여름 제철 채소인 열무김치에 된장을 넣고 무친 것이 특징이다. 뱃사람들이 고기잡이하다가 생선에 된장, 김치를 넣고 비빈 뒤 물을 부어 찬밥을 말아 먹은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싱싱한 회와 청양고추, 오이, 깨소금, 매실 식초가 조화돼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거기에 잘 익은 열무김치가 신의 한 수였다. 회진면 삭금마을, 수문해수욕장, 장흥읍 등에서 맛볼 수 있다.
해마다 5월이면 장흥 수문항에서는 키조개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이곳 청정해역인 득량만 갯벌에서 나오는 키조개는 패주(관자)가 유난히 크다. 모래가 많은 곳에서 자란 키조개보다 육질이 부드럽고 향도 좋다. 패주(관자)는 한우삼합으로, 나머지 조갯살은 매생이탕으로 끓여 먹으니 가히 조개류 맛의 최고봉이라 할 만하다.
장흥의 갑오징어는 통째로 쪄서 먹는 갑오징어먹찜이 유명하다. 갑오징어의 먹물은 약재로 쓸 정도로 영양이 풍부한데 이를 활용하는 요리법이다. 장흥이 자랑하는 갑오징어 먹찜은 봄철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숯불에 구워 먹었는데 그 쫄깃함과 부드러움에 반했다. 왜 갑오징어가 오징어보다 더 비싼지 알만했다.
▲ 득량만에서 잡은 낙지로 만든 낙지탕탕이 |
ⓒ 서동환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미국영화가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 리즈(쥴리아 로버츠)가 이탈리아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진정으로 인생을 즐기는 장면이 나온다. 장흥은 국내에서 이런 즐거움의 힐링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삶에서 자유와 즐거움과 활기를 되찾고 싶다면 영화에 나오는 리즈처럼 장흥으로 여행을 떠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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