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미분양 날 텐데 왜 분양하는 걸까? [집코노미TV]

전형진 2022. 6. 2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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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하는 청약단지 골라주고
망하는 청약단지 걸러주는 흥청망청
흥청교육대 : 곡소리 날 때 기회 잡는 법


▶전형진 기자
자 그래서 오늘은 지금 같은 시장 분위기에서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청약 전략을 준비했습니다
선요약 할게요


기회가 올 수 있다
큰 파도가 올 수 있다
..올 수 있다 ^^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를
보수적으로, 잘 걸러서 들으시란 의미입니다


요즘 어떤 지역들은 미분양 아파트가 쌓인다고 하죠
근데 미분양통계는 잘 보시면 추세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막 이렇게 오르내리는 게 아니라
올라갈 땐 쭉 올라가고↗
떨어질 땐 쭉 떨어져요↘
그러니까 지금 쌓여가는 곳들은
앞으로도 물량이 더 쌓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예요


이 데이터를 해석할 때 우리 같은 하등마들은
저거 분양받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왜 자본적 자살을 하는 거지?
이렇게 생각하죠

근데 중등마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미분양 추세가 언제 꺾일까,
나는 언제 들어가든 1~2년만 있다가 팔 건데
그렇다면 들어가는 시점을 언제로 정해야 턴어라운드와 맞물릴까


이제 상등마는 철학적인 접근을 해요
시장이 맛이 갔는데 분양을 할 수밖에 없는
공동주택개발사업의 구조적 모순과 보편타당한 이유에 대하여..

그러니까 이런 거예요
미분양 터지는데 계속 분양이 나와요
보나마나 저것도 미분양 될 건데

이해가 안 되죠
사실 이게 또 그들만의 이유가 있어요
땅을 여기 사뒀는데 지금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
내가 현금 한 500억 정도 있다면 그냥 세월아 네월아 버티면 됩니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가만히 있어봤자 대출이자가 계속 나가거든요
미분양 나는 것보다
공돈 나가는 게 더 치명적이고 무서운 게 되는 거예요
손실이 무한이 되는 거잖아요
차라리 분양을 해서 10원 한 푼이라도 조달하는 게 이득인 거죠
어차피 준공될 때까지 2~3년의 시간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고속버스에서
마지막 휴게소를 지나간 다음 배가 막 아픈 거예요
도착까지는 2시간
결국 갓길에 세워달라고 해야 할 운명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기사아저씨를 찾아가는 게
결과적으론 덜 고통스럽고 덜 창피한 일이란 거죠


어쨌든 아파트 분양의 막전막후는 이런 식인데
개념도 같은 걸 보면 우린 뇌정지가 오잖아요ㅡㅡ


자 이 땅에 아파트 지었으면 좋겠는데 돈이 모자라요
그래서 금융사를 꼬십니다
근데 널 뭘 믿고 돈을 빌려줘? 이러겠죠


그럼 이제 땅문서라도 보여줘야 되니까
땅 살 돈 빌려줄 빚쟁이를 또 구해요
이런 건 또 빨리 갚는 조건이에요


그돈으로 땅을 사서 다시 금융사를 찾아갑니다
이거 내 땅 됐으니까
너.. 나의 동료가 되어라


이렇게 금융사와 한 배를 타서
개발사업에 필요한 큰 돈을 빌리게 되면
아까 그 땅 사준 빚쟁이 돈을 갚아요
우리가 잔금대출로 중도금 막듯이 일종의 대환인 거죠


자 여기서 나, 시행사와 금융사가 일으킨
이 개발사업에 필요한 빚잔치가
바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PF입니다

그리고 이 PF를 일으키기 위해 땅을 샀던 과정에서의 대출
빚쟁이가 땅 사주고 1년 만에 갚으라 그런 거
이걸 우린 브릿지대출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사업을 하는 입장이라면
브릿지에서 PF까지 갈 수 있느냐가 첫 번째고
PF를 일으켰으면 얼마나 빨리 분양에 나설 수 있느냐가 두 번째예요
이자비용 나가는데 금리는 계속 오르니까요


근데 돈 빌려주는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자고요
내 돈 빌려간 애가 헤까닥 해버리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시공사, 그러니까 건설사에 책임준공 의무를 씌웁니다
시행사가 망해도 너는 짓던 건물을 마저 지어라
버스를 갓길에 세우지 못해서 참사가 벌어지면
네가 치워라
그것도 좀 모자라다 싶으면 신탁사까지 묶어가지고
너도 치워라
이렇게 합니다


자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고요
미분양은 추세적인 특징이 있다고 했잖아요
당연히 수급불균형에서 미분양이 생기고 있는 거겠죠
그런데 모든 버스들에서 참사가 일어났을 때 변곡점이 옵니다

먼저 건설사 입장에선
보나마나 내가 치울 각이야
그럼 그 사업 참여 안 하죠

이번엔 금융사 입장에선
연대보증 해줄 곳이 없네
PF 안 해주겠죠

시행사 입장에선
아 돈 끌어올 데가 없네
검토하던 사업은 드랍하고
그 도시에선 땅작업 안 하겠죠

이런 일들이 연쇄적으로 벌어지면
나중에 공급될 물량들이 증발하고
다시 수급이 서서히 역전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자연히 미분양도 감소하겠죠
그래서 미분양통계는 추세적이라고 한 건데
또 계속 미분양이 없다 보면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이 다시 역순으로 벌어져요


재미있는 건
사업의 구조가 이렇다 보니까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거예요
미분양을 감수하고 나온 물량을 낚아채는 분들은
다음 수순은 이렇게 된다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리고 계신 거죠

어쨌든 미분양아파트를 분양받는다면 그 분양권은
다른 아파트를 청약할 때 주택수로 카운트되지 않아요
..벌써 어지럽죠?

앞으로 이슈가 될 분양권 전매 문제와 엮어서 생각해보면
또 할 얘기들이 많긴 한데
다음에 한 번 준비해볼게요


미분양 약 파네ㅡㅡ
이런 댓글 치고 있는 형님들 계신데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오늘 한 얘기는 보수적으로 받아들이세요
그냥 아 이런 일도 생길 수 있구나
혹 진지하게 받아들이더라도
어떤 지역이냐, 경쟁력이 있는 곳이냐
반드시 따져봐야 합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전형진 기자 촬영 김윤화·이재형 PD
편집 이재형 PD 디자인 이지영·이예주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한경디지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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