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만족·보람 느끼면, 세월도 비껴가요" 40여년 봉사 김영혜씨

허광무 입력 2022. 6. 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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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를 하면 가진 것 많은 사람을 올려다볼 일이 없어요.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안고 가면서, 그들을 돕는 좋은 봉사자들도 많이 만나죠. 위를 볼 일이 없으니 비교하고 욕심낼 일은 없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니 마음은 나날이 풍족해지죠. 제가 젊어 보이는 데는 그런 비결이 있어요. 하하하."

얼굴과 목소리가 나이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김영혜(69) 씨는 '봉사 예찬론'을 답으로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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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애인 지원, 아동연극, 심리상담..올해 '울산 명예의 전당' 올라
15년간 우유배달, 세 자녀 키우며 봉사 병행.."젊은 층 봉사 유인책 필요"
아동 인형극 하는 김영혜 씨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봉사를 하면 가진 것 많은 사람을 올려다볼 일이 없어요.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안고 가면서, 그들을 돕는 좋은 봉사자들도 많이 만나죠. 위를 볼 일이 없으니 비교하고 욕심낼 일은 없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니 마음은 나날이 풍족해지죠. 제가 젊어 보이는 데는 그런 비결이 있어요. 하하하."

얼굴과 목소리가 나이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김영혜(69) 씨는 '봉사 예찬론'을 답으로 내놨다.

봉사를 통해 충만한 만족과 보람을 느끼면, 세월의 흐름도 비껴갈 수밖에 없다는 믿음이었다.

김씨는 올해 울산시자원봉사센터가 선정하는 '울산 자원봉사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40여 년간 분야를 가리지 않고 봉사에 매진한 공로를 가장 명예로운 인증으로 공인받은 것이다.

반찬 만들기 봉사하는 김영혜 씨(왼쪽에서 두 번째)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주요 활동을 소개하면 김씨는 '다사랑회' 회원들과 매년 연말 떡국 떡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팔고, 그 수익금으로 이듬해 동구 노인복지관에서 경로잔치를 여는 봉사를 약 16년간 이어왔다.

최근 2년간 코로나19로 경로잔치가 어려워졌을 때는 성품이나 병원비 등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

현재 바르게살기운동 울산시 동구 남목2동위원장을 맡으면서 장애인작업장 일손 지원, 어려운 이웃 밑반찬과 식사 지원, 공공시설 방역 활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동구자원봉사센터 소속으로 전하작은도서관에서는 매월 2회씩 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아동연극도 꾸준히 했다.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분장한 할머니들의 노련한 연기에 아이들은 뜨거운 호응으로 화답한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중단됐던 연극 공연은 7월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마성적십자봉사회 소속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들에게 생필품과 심리상담 등을 지원하고, 최근에는 노인들로 구성된 봉사단체도 결성해 단장을 맡았다.

지난해 울산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에서 행사 운영을 지원했고, 올해 하반기에는 10월에 열리는 울산 전국체전과 전국장애인체전 준비와 운영 지원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예정이다.

김장 봉사하는 김영혜 씨(왼쪽 첫 번째)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스스로 '봉사에 중독됐다'고 고백하는 김씨의 봉사 경력 시작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편 회사의 사택에 거주하면서 넉넉지 않은 살림을 꾸려가던 시기였다.

노점상을 하면서 병석에 누운 남편과 어린 두 딸을 건사한다는 한 이웃의 사정을 듣고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남편에게 말도 못 한 채 몰래 조금씩 돈을 마련해서 그 이웃을 돕기 시작했죠. 큰딸이 대학에 합격하고도 등록금이 없다는 말을 듣고 학비도 두 번 정도 내줬어요. 대단한 도움은 아니지만 7년 정도 지원하면서 관계가 이어졌어요. 이후 그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연락이 끊겼는데, 봉사를 시작한 계기가 된 가족이다 보니 안부도 궁금하고 딸들이 보고 싶기도 하네요."

그렇게 남을 돕는 일의 의미와 재미를 알게 됐고, 봉사 영역도 점차 넓어졌다.

남편과 세 자녀도 김씨의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응원했다.

김장 김치 전달하는 남목2동 바르게살기위원회 회원들. 왼쪽에서 여덟 번째가 김영혜 씨.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흔히 봉사에 매진하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형편이 괜찮은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김씨도 살림에 보태고자 새벽 우유배달을 15년간 했다.

낮에 아이들끼리 집에 두는 게 싫어서 선택한 일이다.

아침잠을 줄여서 일하고, 틈나는 대로 봉사하고, 자녀들을 돌보는 일까지 해낸 것이다.

돌이켜보면 치열했고 때로 지칠 때도 있었지만, 그 모두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보람과 행복을 얻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봉사의 가치를 잘 알기에, 근래 자원봉사자가 줄고 특히 젊은 층에서 기피하는 분위기가 뚜렷한 것이 누구보다 안타깝다고 김씨는 토로했다.

"무료봉사라는 개념은 이제 우리 세대에서 끝나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 드물게 오는 신입 봉사회원들도 대부분 50대 이상입니다. 젊은 분들은 자기 시간이나 비용을 들여서 봉사하려는 마음은 좀 약해진 것 같아요. 대학생이나 가족 단위 봉사자들이 유입돼야 하는데, 앞으로 점점 드물어질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이 봉사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봉사시간 인정 정도인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혜택이나 보상이 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공중전화 부스 소독하는 김영혜 씨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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