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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된 MVP, 미란다로 머리 아픈 두산

김효경 입력 2022. 06. 26. 10:36 수정 2022. 06. 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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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투수 아리엘 미란다. [뉴스1]

MVP 투수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두산 베어스가 아리엘 미란다(33·쿠바)로 고민에 빠졌다.

미란다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했다. 지난 4월 23일 LG 트윈스전 이후 두 달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빠른 공은 최고 시속 146㎞까지 회복됐지만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다. 볼넷을 남발하며 무사 만루에 몰렸다. 열 다섯 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KIA 타자들은 방망이를 한 번도 내지 않았다.

권명철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 진정시켰고, 미란다는 나성범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 뿐이었다. 계속해서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고, 9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볼넷 6개, 몸맞는공 1개를 허용했다. KIA는 안타 없이 밀어내기로만 4점을 뽑았다. 결국 미란다는 2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두산은 타선이 터져 5-5 동점까진 만들었지만 끝내 6-8로 졌다.

미란다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다. 두산은 일본과 대만을 거친 미란다를 눈여겨봤다. 높은 타점에서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린 미란다는 14승(5패)을 거뒀다. 직구-포크볼 조합으로 무려 225개의 탈삼진을 잡아 단일 시즌 최고 기록(종전 223개·최동원)을 세웠다. 평균자책점(2.33)까지 2관왕을 차지한 미란다는 정규시즌 MVP까지 수상했다.

미란다는 지난해 가을 야구에선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어깨 통증 때문이었다. 플레이오프까진 아예 등판하지 못했고,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야 나왔다. 고심 끝에 두산은 보장금액 190만 달러(약 25억원)에 미란다를 붙잡았다.

하지만 올해는 시작 전부터 꼬였다.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 입국이 늦어졌다. 시범경기에선 130㎞대 구속에 머물렀다. 미란다 자신은 아프지 않다고 했지만, 두산 코칭스태프는 부상을 의심했다. 결국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4월 1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뒤늦게 등판했다. 결과는 4이닝 1피안타 6사사구 1실점. 실점은 적고 구속(147㎞)도 어느 정도 나왔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23일 LG전에서도 사사구 6개를 남발한 미란다는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검진 결과는 어깨 근육 미세손상. 두 달 동안 몸을 만들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두산은 미란다 없이 힘겨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최원준(13경기 4승 5패 평균자책점 2.97), 로버트 스탁(15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3.08), 이영하(14경기 6승 4패 평균자책점 4.22), 곽빈(13경기 3승 6패 평균자책점 3.82)가 그나마 선발진을 지탱했다. 하지만 넷 다 이닝이터는 아니다. 경기당 평균 6이닝 이상 던지는 투수는 스탁 뿐이다.

그렇다고 옆집 LG 트윈스처럼 불펜진이 강력한 것도 아니다. 타선도 약화됐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은 박건우(NC 다이노스)가 떠났고, 김재환은 부진에 빠졌다. 허경민도 부상을 입어 이탈한 상태다. 안권수, 김인태, 양찬열 등 새 얼굴이 등장하긴 했지만 역부족이다. 자연스럽게 순위는 공동 7위(31승 1무 37패·25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8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커녕 가을 야구도 장담할 수 없다.

두산은 미란다 교체를 검토중이다. 특히 현장에선 강하게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25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인 미란다를 쉽게 포기하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쓸만한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것도 쉽지 않다. 개막 전엔 100만달러까지 줄 수 있지만, 대체 선수는 잔여기간에 비례한 금액만 줄 수 있다. 원소속구단에 이적료를 지급하고 나면 선수가 받는 금액은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MLB도 투수가 모자란 상황이다. 최근 2년간 코로나로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한 탓에 부상자가 많다. 시즌 초반보다 투수 엔트리(14명→13명)가 줄었는데도, 마이너리그 투수들이 많이 콜업됐다. 한국행이 유력했던 치치 곤잘레스가 대표적이다. 곤잘레스는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웨이버 공시됐지만, 밀워키 브루어스가 데려가 선발투수로 기용했다. 미란다급의 투수는 아니더라도, 선발 한 자리를 채워줄 선수를 찾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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