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희 녹인 강아지 눈빛 최우성 "첫 영화 부담..김우빈 선배 응원에 힘냈죠"

나원정 입력 2022. 6. 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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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개봉 영화 '룸 쉐어링'
데뷔 3년만에 스크린 주연
보육원 출신 반듯한 대학생 역
나문희 "착하고 연기 잘해"
22일 개봉하는 '룸 쉐어링'은 까다롭고 별난 할머니 금분(나문희)과 흙수저 대학생 지웅(최우성)의 한집살이 프로젝트를 담은 영화다. [사진 엔픽플,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생활보호아동이 종료되면 보육원에서 500만원씩 주면서 알아서 살길을 찾아가라고 한다더군요. 성인이 됐지만 사회생활을 모르는 채로 나와 돈을 벌기 시작해야하는 어려운 여건이었죠.”

영화 데뷔작 ‘룸 쉐어링’(22일 개봉, 감독 이순성)에서 보육원 출신 대학생 지웅이 된 배우 최우성(25)의 말이다. 영화는 지웅이 혼자 사는 할머니 금분(나문희)의 아파트에 세 들어 살면서 또 하나의 가족을 얻게 되는 이야기. 지난 17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최우성은 영화를 통해 생활보호아동의 힘든 삶을 알게 됐다고 했다.


나문희 마음 무너뜨릴 '강아지 눈빛'에 캐스팅


지웅은 잠자는 시간을 쪼개 여러 알바를 뛰지만, 학교에선 바른 생활 모범생으로만 산다. 친구들, 금분에겐 고아란 사실을 감춘다. 자라면서 보육원 출신에 대한 편견을 수없이 겪어서다. 시나리오 초고엔 보육원 출신 캐릭터가 더 많았단다. 이들의 사연이 지웅을 이해하는 데 뒷받침이 됐다. “지웅은 자립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열심히 준비하고 철저히 계획을 세웠을 거라 생각했어요. 저랑 비슷하게요. 저는 외동인데 부모님 용돈 대신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거든요. 지웅이 훨씬 힘들었겠지만,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죠.”
영화 '룸쉐어링'으로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배우 최우성을 17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장신의 우직한 체격과 외모가 김우빈 계보를 잇는다고 했더니 “종종 듣는다. 저야 기분 좋죠”하고 그는 웃었다. [사진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사연은 무겁지만, 영화는 따뜻하다. 지웅의 긍정적 태도, 다정한 미소는 까칠한 금분마저 녹인다. 실제 만난 최우성도 그런 지웅을 빼닮았다. 이순성 감독은 지난 15일 이 영화 시사 후 간담회에서 “우성씨 눈빛이 강아지같다”면서 “보기만 해도 선하고 (나문희) 선생님 마음을 한 번에 무너뜨릴 배우를 찾았는데 우연한 계기에 보게 된 영상 속 눈이 정말 선하더라. 저희 사무실에 왔을 때 보자마자 제가 ‘같이 하자’고 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6살까지 할머니 손에 커, 나문희도 "친손주같이 호흡"


나문희와도 미운 정, 고운 정을 오가며 찰진 호흡을 보여준다. 카메라 앞에서만이 아니다. 코로나 시국이던 지난해 영화를 찍느라, 그와 나문희는 연기할 때를 제외하면 아파트 안방에서 단둘이 대기하고, 이 감독과 스태프들은 화장실 뒷방에 서로 격리해 무전기, 전화로만 소통했다고 한다. 나문희는 “내 손주라 생각하며 지냈다”면서 “최우성 배우가 잘생기고 착하고 연기도 잘한다”고 칭찬했다. 최우성은 “나문희 선생님의 디테일한 연기에 저절로 감정이 올라왔다”고 돌이켰다.


부모님 맞벌이로 6살까지 할머니 손에 컸다는 최우성이다. 그의 할머니는 올해 81세 나문희와 동갑이다. 그는 ‘룸 쉐어링’을 찍은 후로 할머니를 더 자주 찾아뵙게 됐다고 했다. “영화 속 금분이 혼자 TV 보고, 그냥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데 저희 할머니도 혼자 계실 때 뭐하실까 생각이 많이 들더라”면서 “나문희 선생님과 영화 한다고 말씀드렸을 때 할머니가 ‘손주 성공했네’ 하시면서, 같이 식당 가면 ‘영화배우’라 자랑하셨다”고 했다.


팝콘 주문 못할 만큼 내성적 성격 고치려 연기입문


최우성은 JTBC ‘열여덟 순간’(2019)의 고등학교 일진 역할로 데뷔해 줄곧 드라마에 출연해왔다.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2020)의 철없는 정신병동 보호사, 단막극 ‘O'PENing-XX+XY’에선 특별한 관계의 주인공이 됐다. 어릴 땐 영화관에서 혼자 팝콘 주문도 못할 만큼 내성적이었다. 이런 성격을 고치려고 중학교 때 4박 5일로 간 연극캠프가 마음을 뻥 뚫었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화도 냈죠. 연기로 하니까 두려운 게 없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께 공부를 끊지 않겠다고 부탁해 정식으로 연기학원에 다녔는데 너무 재밌었죠. 자신감도 올라가고 직업으로 삼으면 내 모습이 어떻게 변할까 궁금했어요.”

연극영화과 진학을 말렸던 부모님은 그가 동국대 연극학과 합격 후 초대한 첫 연극 공연을 보고 비로소 그를 믿고 응원하게 됐단다. 관객을 웃기고 울리며 공연에만 몰두한 시간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학교 다닐 때 주인공 오디션은 지원을 안 했다. 잠깐 나와도 특이한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건달이나 여장남자같이 나와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첫 영화 부담감 "김우빈 선배가 하고픈 거 다 하라 응원"


최우성은 “지웅이 자신의 아픔을 아는 보육원 친구에게는 좀더 어두운 모습을 보이지만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좀더 밝고 허물없이 대할거라 생각했다”면서 “금분에게도 친할머니처럼 톤을 올려 애교스럽게 대했다”고 했다. [사진 엔픽플,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데뷔 후 첫 영화 주연을 맡기까지 3년을 “제가 살았던 어느 3년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진짜 쉬지 않고 달려왔다. 놀러 간 적도 거의 없고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웹드라마‧OTT 급부상으로 방송가 생태계가 바뀐 시기이기도 했다. “예전엔 감독님들이 연극을 보고 캐스팅했다면 요즘은 그게 웹드라마가 됐거든요. 플랫폼이 많아져서 기회가 많아졌죠.”

첫 영화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지만, 소속사 선배 김우빈이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다독여준 게 힘이 됐단다. 요즘 그는 드라마를 함께한 또래 배우들과 연기 스터디도 하고 있다. 뮤지컬 무대 도전을 꿈꾸며 노래 연습도 열심이다. 대선배 나문희를 곁에서 보며 오랜 연기 비결도 배웠다고 했다. “선생님이 쉬지 않고 녹음하고 대사를 맞춰보셨어요. 영화에서 리어카도 직접 다 끄셨죠. 스트레칭을 계속하고 건강식 위주로 드시고 운동도 꾸준히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런 모습을 본받아 선생님 나이까지 더 열심히 연기하고 싶어요. 최우성이 하는 작품이면 믿고 보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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