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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괴담 뒤에 맴도는 공기업 혁신의 망령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입력 2022. 06. 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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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목적에 밀려 공공기관 자율성은 뒷전으로
실적 하락했는데 임직원 30% 늘어..책임 물어야

(시사저널=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기관 경영 개선 문제를 전면에 들고나왔다. 윤 대통령은 6월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 5년간 급증해 작년 말 기준 583조원에 이른다"면서 "공공기관 평가를 엄격하게 하고 방만하게 운영돼온 부분은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지만 일 잘하는 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350개 공공기관이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같은 공기업 36개, 국민연금공단과 같은 준정부기관 94개, 기타공공기관 220개다. 이들 공공기관의 지난해 예산은 751조원으로 올해 정부 예산 607조원보다 144조원 많다. 하지만 공공기관 부채 70% 이상은 한국전력 등 36개 공기업에 몰려있다. 부채 규모 역시 583조원으로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의 493조2000억원보다 89조8000억원 늘어났다.

전현희 권익위원장과 6개 공기업 사장들이 2021년 8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윤리준법경 서약 손도장을 들 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 한국가스공사 부사장, 황창화 한 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전현희 위원장, 김현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김진숙 한국도로 공사 사장,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연합뉴스

한전, 올 1분기 사상 최대 7조7800억 적자

실적 부진은 심각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6조1000억원에서 10조800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공공기관 절반에 해당하는 170곳이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과 직간접적으로 경쟁하는 공기업 36곳의 2017년 당기순이익은 4조3000억원이었으나, 점차 악화해 2021년에는 순손실 1조8000억원으로 바뀌었다. 실적은 나쁜데 규모는 커졌다. 2017년 말 34만5000명이었던 공공기관 임직원 정원은 작년 말 44만3000명으로 4년 새 3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한국전력의 상황은 공기업의 민낯을 드러낸다. 한전은 올 1분기 사상 최대인 7조780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5년간 부채는 34조원 늘어났다.

공공기관의 설립 목적이 수익은 아니다. 그렇다고 업무 효율성이나 재무 건전성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의 경영 성과는 정부 정책의 성패와 직결되며 공기업 부실은 정부의 출자나 출연으로 이어져 국민의 부담을 늘린다. 사실 공공기관은 오래전부터 개혁 대상이었다. 역대 모든 정부가 다른 이름으로 개혁을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민영화와 통폐합, 구조조정, 보수체계 개편, 노사 관계 합리화 등의 개혁을 추진했다. 그 결과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합쳐져 토지주택공사가 탄생했고, 총 정원 7367명의 24%인 1767명을 감축했다. 한국과학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은 한국연구재단으로 합쳐졌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공기관 합리화 방안이 추진됐다. 획기적인 부채 감축과 자율적인 경영 혁신이 골자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부채가 많은 15개 공기업을 부채 감축 중점관리대상으로 선정해 사업비 축소, 인력 감축 등이 이뤄졌다. 덕분에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공공기관 부채는 늘어나지 않았다. 효율성과 재정적 건전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졌던 역대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은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는 방향이 완전히 달라져 공공기관 정책의 핵심이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바뀌었다. 공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선도하는 기관이 돼야 했고, 정부는 재무 건전성보다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윤리경영 등 국가 정책의 이행을 강조했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구현이라는 경영평가 요소를 신설하고 가장 큰 배점을 주기도 했다.

지난 지방선거 때 민영화 논란이 일었던 것은 공공기관 정책의 방향과 관련해 생각의 차이를 다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논란은 실제로는 의미가 없는 말싸움에 불과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인천국제공항공사나 한국철도공사 등 공기업 지분 30~40%를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개인적 의견을 밝혔을 뿐이지만, 야당은 이를 공기업 민영화를 염두에 둔 의도적 발언이라며 정치적 논란을 만들었다. 결국 정부가 민영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정리한 것이 전부였다. 야당이 이를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활용한 것은 당연히 민영화는 여론에 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있다고 해서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요구를 피해 갈 수는 없다. 공기업은 경쟁 제한과 진입 규제로 독점적 이윤과 안정적 시장지배가 보장되는 경우가 많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기술 개발이나 품질 개선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성과에 대한 유인이 적어 전문성도 부족하기 쉽다. 그 결과는 낮은 서비스 품질로 이어져 소비자 불만을 사고 다른 한편으로는 높은 임금 수준, 과도한 복지 혜택으로 국민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과다한 부채와 비효율성은 공공성을 저해한다. 민영화가 항상 공공기관 개혁의 정답이 될 수는 없겠다. 하지만 공공성 유지를 위해 공적인 소유가 필요하다고 해도 과다한 부채는 줄여야 하고 업무의 효율성은 높여야 한다.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경쟁체제 도입이나 기능 조정은 필요하다면 언제든 검토해야 하는 일이다.

현 정부는 이미 공공기관 혁신을 1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채택해 놓았다. 효율성은 높이면서 재무 건전성도 회복하겠다는 것으로 공공기관 업무 중 민간과 겹치거나 위탁이 가능한 부분은 조정하고, 과다 부채 등 방만한 경영은 집중관리를 통해 정상화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재무구조 고위험 공공기관에 대한 집중관리도 예고한 상태다. 재무지표와 재무 성과 그리고 재무 개선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종합평가체계를 만들어 재무위험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제도적 장치 통해 책임소재 분명히 해야

문제는 공공기관의 경영 부실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이다. 어느 정부나 국정과제의 집행을 위해 공공기관을 이용한다. 이때 공공기관은 정부의 정책비용을 떠안게 된다. 정책목표 때문에 희생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의 자율성은 무시된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정부는 공공기관의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하여 공공기관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실은 다르다. 민간에 지분 일부를 매각한다고 해도 국민의 감시를 받으며,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한전의 일반 투자자 지분은 49%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가 요금부터 사업, 인사까지 모든 것을 결정한다. 한전의 적자는 연료비 상승에도 정치적 목적으로 전기요금을 동결한 것이 근본적인 이유다. 단순히 경비 절감에 그치는 공공부문 개혁이라면 큰 의미가 없다. 임직원 연봉 조금 깎으면서 할 일을 제대로 못 하는 기관의 부실을 그대로 덮는다면 올바른 개혁이 아니다. 공공기관 개혁이라는 숙제를 두고 정부는 밀어붙이고, 노조는 반발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기관도 지배구조 개혁이 시급하다. 투명성을 높이고 책임을 분명히 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으면 개혁의 지속은 어렵다. 공공부문 개혁에는 우선 정부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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