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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가정은 없다! 대화가 필요한 가정이 있을 뿐[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최영민(하늘샘지역아동센터) 입력 2022. 06. 2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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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지역아동센터를 더욱 사랑하게 된 사례를 나누려 한다. 2019년 어느 날, 사람들에게 돈을 구걸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돼 센터에 입소하게 된 아이의 이야기다. 다문화가정 아동으로 아빠와 둘이 살게 된 아이는 매우 산만하며 충동적이고 말에 거침이 없어 아빠는 학교에 불려가는 일이 많았다.

아이는 아버지의 작은 야단에도 툭하면 아버지를 아동학대로 신고했고. 그 횟수는 2년간 30회 이상이었다. 학교에 안 가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에게 큰 소리로 혼을 내도 신고하고, 일 끝나고 회식가는 곳에 자신을 데려가지 않으면 방임으로 신고했다. 아버지는 이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워 센터에 도움을 호소했고, 아이 역시 아버지랑은 함께 못 살겠다며 차라리 보육원에 가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를 수시로 했다.

지역아동센터와 드림스타트,아동보호전문기관, 학교에서는 아이의 치료를 위해 발달센터, 상담센터, 약 복용, 상담을 지원하면서 시 관계부처 7개 기관이 모여 사례회의도 진행했다. 이후로도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더 심각해졌다. 그즈음 센터에서는 아이의 치료를 지원하기 위해 가족상담 공모사업을 지원해 가정과 연계했다.

가족상담에 참여하던 중 이 가정의 가장 큰 문제는 대화가 단절된 채 갈등과 고립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초기 개입 방향을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기로 정하고 ‘아빠의 감정 이야기’라는 게임을 직접 만들었다. 게임 중 “아빠가 살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지호(가명)가 태어났을 때는 뭐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말도 못 했죠. 너무 귀해 손도 못 댈 정도였어요”라는 말에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리고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제가 집을 나가 8개월 만에 돌아온 적이 있는데, 그때 충격으로 돌아가셔서 그게 제일 후회되고, 우리 애를 보면 어릴 적 나를 보는 것 같아서 ‘그러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은 있는데, 어떻게 할지를 모르니까 답답하더라고요”라고 답하자, 아이는 아빠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게임들을 함께하며 대화의 물꼬가 터 나갔다. 아이도 “아빠, 나랑 캐치볼 하자” “빙고 하자” 등 다양한 게임들을 제시하며 즐겁게 참여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지호야, 이렇게만 지낼 수 있으면 너무 행복할 거 같아. 잘하자! 나도 잘 할게!”

“아빠! 나는 그동안 아빠가 이렇게 옆에 있는데도 소중한 걸 몰랐고, 힘들게 해서 미안해. 이제 약도 잘 먹고, 학교에서도 사고 안 치고 잘 지낼게. 이제는 내가 아빠 지켜줄게. 그동안 철없이 신고해서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아빠랑 놀이해서 너무 좋았고, 행복했어. 잘 지내자! 사랑해 아빠!”

상담에 참여한 모두가 부자간의 대화에 감동과 감격을 느껴 뜨거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들에게는 대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후 아이와 아버지는 영화도 보고, 외식도 하고 함께 의지하며 문제행동도 줄어들고 해맑게 지내고 있다. 이 사례를 통해 변화를 위한 작은 움직임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로 함께 이루어낸 결과를 보며 내가 근무하는 지역아동센터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

최영민(하늘샘지역아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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