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족에 '특별한 지위'는 옛말.. 시민들 "군주제 현대화돼야" [이슈속으로]
2013년 '군주제 유지' 긍정론 75%로 정점
하락세 이어오다 올 2월 조사선 61% 그쳐
젊은층 '식민주의 상징'으로 인식 부정적
불화설 등 잇단 스캔들로 왕실 권위 추락
여왕 사후 많은 나라 영연방 탈퇴 가능성
"시대 흐름 맞춰 변해야" 내부 개혁 목소리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 플래티넘 주빌리(2∼5일) 행사가 한창이던 때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 사이먼 쿠퍼가 칼럼에서 영국 군주제의 위기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그는 “(국민 사이에서) 특별한 지위가 부여되는 왕족에 대한 관용이 시들해지고 있다”며 “군주제가 현대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왕의 장수와 장기 재위를 기념하기 위했던 이번 행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영국 군주제에 대한 회의론이 다시 고개 드는 계기가 됐다. 96세 고령의 여왕은 본인의 노쇠를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국 군주제의 퇴락을 상징하고 있다.
◆과거 같지 않은 군주제 인기
여왕은 1952년 2월6일 26세에 즉위해 25일 기준 70년139일 왕좌에 앉아 있다. 영국 최장이자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72년100일 재위)에 이어 세계 역사상 최장 재위 기록을 세웠다. 여왕은 공주 신분이던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동고동락해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존재이지만 영국의 군주제 자체는 위기다.
지난해 6월 옥스퍼드대에서는 마그달레나칼리지 대학원생 휴게실 위원회가 투표 끝에 2013년부터 휴게실에 걸려온 여왕 초상화를 내린 일도 있었다. 왕실이 식민지배를 상징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여파다. 학생들은 휴게실이 중립적 공간이어야 한다며 초상화를 제거한 이유를 설명했다.
군주제 폐지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인 공화국캠페인그룹 그레이엄 스미스 대표는 AFP통신에 청년층을 중심으로 군주제에 대한 반감이 확대하는 현상을 언급하면서 향후 군주제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왕 재위 시 군주제 폐지는 기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여왕은 대중 지지를 받는 마지막 영국 군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흔들리는 군주제, 영연방에도 영향
영국 군주제의 위기는 시대 변화와 함께 자업자득 측면도 있다. 1997년 찰스 왕세자의 전처인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망과 이후 찰스 왕세자 재혼을 둘러싼 모자의 불화설, 여왕 차남인 앤드루 왕자의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 윌리엄 왕세손·해리 왕손 형제 부부의 갈등설 등 스캔들이 계속되면서 왕실 권위를 스스로 추락시켰다. 적지 않은 나이인 74세의 왕세자가 모친 생전에 왕위를 물려받지 못하는 배경에도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여론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왕 사후 많은 나라가 영연방을 탈퇴하고, 잔류하더라도 영국 군주를 더는 국가원수로 인정하지 않아 결속이 더욱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월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방문한 카리브해의 자메이카 측은 영국 왕실에서 독립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카리브해의 바베이도스는 지난해 11월 공화국을 선포했다. 최근 집권한 중도좌파 성향의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지난 1일 공화국 추진을 모색하기 위해 법무장관 아래에 공화제담당 차관(Assistant Minister for the Republic)을 신설했다.
영국 국내뿐만 아니라 영연방 국가들 사이에서도 영국 군주제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자 왕실 내에선 개혁 목소리가 나온다.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왕세손은 “군주제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해야 한다”며 “우리는 군주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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