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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신 기자의 NBA 이야기]②스테픈 커리와 '콤플렉스'

송유근 기자 입력 2022. 06. 26. 16:55 수정 2022. 06. 2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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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친구 중에 스테판 커리의 골수 팬이 있다. 본인 몸은 전형적인 ‘아재형 센터’면서 커리를 따라 스텝백을 구사하려 노력(?)하는 친구다. 이른바 커리가 망친 ‘동농(동네농구) 커리’들이다.

최근 동농 커리들의 눈물을 쏙 훔칠 일이 벌어졌다. 지난 17일 커리가 이끄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보스턴 셀틱스와의 NBA 파이널 6차전 원정 경기에서 103대90으로 승리하면서 챔피언에 올랐다. 커리 개인적으로는 4번째 우승. 그리고 2019∼2020시즌엔 승률 0.231(15승 50패)에 그치면서 서부콘퍼런스 15개 팀 중 꼴찌를 한지 2시즌 만의 화려한 복귀였다. 커리는 경기 종료 10초 전 우승이 사실상 확정되자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펑펑 울었다.

커리의 눈물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을 테지만, ‘드디어 파이널 MVP를 타낸다’는 홀가분함도 있지 않았을까 감히 추측해본다. 커리는 그동안 슈퍼스타면서도 ‘파이널 MVP가 없다’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슈퍼스타였다. 커리는 이번 챔피언전에 앞서 세 차례 우승에서 모두 조연에 그쳤다. 늘 동료의 활약 덕분에, 쉽게 말해 ‘동료 빨’로 우승했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래서였는지 큰 경기에서는 부진하다는 꼬리표도 따라붙었다. 그와 그의 팬들에게는 부당한 말처럼 들렸을 것이다. 커리는 2019년 한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보고 자꾸 뭘 더 증명하라는데(파이널 MVP를 타라는데), 내가 더 증명해야 할 게 남아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커리의 아내,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은 “커리가 정규시즌과 심지어 대부분의 플레이오프에서 엄청난 성적을 거두고도 파이널 부진이라는 ‘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커리 정도 되는 슈퍼스타에게도 콤플렉스가 있다니, 새삼 인생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콤플렉스란 현실적인 행동이나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의 감정적 관념이다. 감정적 동요를 동반한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카를 융은 언어 연상 시험을 통해 특정 단어에 대한 피검자의 반응 시간 지연, 연상 불능, 부자연스러운 연상 내용 따위가 콤플렉스에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감정적 동요와 흥분이 되는 이유가 ‘아픈 곳, 즉 약점을 찔렸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콤플렉스란 바로 그 아픈 곳과 약점에 자리하고 있다. 콤플렉스의 다른 말이 열등감일 수도 있겠다.

보통 사람은 자신을 반드시 증명해야 하는 시기에 ‘콤플렉스’를 마주하게 되면, 즉각 화를 내거나 주저앉기 마련이다. ‘왜 내가 잘한 건 몰라줘’라거나 ‘도저히 못하겠어’로 귀결된다. 더 흔한 경우는 자기합리화를 하는 경우다. 예컨대 기자에게 ‘너는 취재는 잘하지만, 기사는 좀 더 연습이 필요하겠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 기자는 ‘둘 중 하나라도 잘하네 뭐’라며 쉽게 자기 합리화하게 된다. 커리로서도 파이널 MVP가 없다는 비판은 ‘난 정규시즌은 잘하니까’ ‘실제로 플레이오프에서 그렇게까지 못한 건 아니니까’ 라고 치부해버리면 그만인 일이었다. 실제 몸싸움이 정규시즌보다 한층 거칠어지는 플레이오프에선 외곽슛으로 승부하는 커리가 일정 부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커리는 달랐다. 이번 파이널 6경기 커리의 스탯은 평균 31.2득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에 달한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단순 스스로 증명을 넘어 포인트가드는 플레이오프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편견마저 부숴버린 것이다. 이를 어떻게 달리 설명할 수 있을까. 그는 가히 ‘영웅적’으로 콤플렉스를 극복해냈다.

커리는 정규시즌 1시즌에 3점을 400개 넘게 넣고, 만장일치 시즌 MVP까지 수상한 명실상부 현존 최고의 포인트가드다. 이번 파이널MVP 수상으로 하나 남은 콤플렉스 마저 지워버렸다. 어쩌면 애초에 그에게 ‘파이널MVP가 없다’는 꼬리표는 어쩌면 그저 짜증나는 스크래치 정도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하나 남은 콤플렉스마저 영웅적으로 극복해버린 그를 보며, 나도 열심히 산다면 언젠가 저럴 수 있겠지, 위안받아본다. 덧붙여, 커리는 우승 뒤 인터뷰에서 “지난 3년 동안 우리가 부침을 겪을 때, 모두들 우리가 여기 다시 올 수 없을 거라고 했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서로를 믿었고, 결국 해냈다”며 “좋은 사람들을 주변에 둘 수 있게 허락해준 신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본인 일생일대의 콤플렉스를 극복한 기념비적인 그 순간에도 동료를 찾은 것이다. 그의 넓은 아량에도 찬사를 보낸다.

송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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