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이코노미] 알뜰폰·도시락·컵라면·통근버스.. 살기위해 지갑을 닫았다

박은희 2022. 6. 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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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부담에 2~3만원대 알뜰폰 가입 급증
직장인들 구내식당 이용 늘고 직접 싸오기도
택시기사는 김밥도 부담돼 컵라면으로 때워
기업들 구내식당 반찬까지 줄이며 비용 절감

반찬이 줄어도 구내식당은 늘 붐빈다. 그나마 개인택시 기사 등 자영업자들은 식당 갈 돈도 아끼려고 컵라면으로 한 끼를 때운다. 한산했던 통근버스는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찼고, 자기 차량 대신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출근시간이 확 늘었지만 치솟은 기름값을 생각하면서 꾹 참는다. 서민들은 뭐라도 좀 아껴보려고 '알뜰·세일' 글자가 보이는지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에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소비자들은 피할 수 없는 고물가에 눈물을 머금고 결국 소비를 줄이기로 결심한다. 불필요한 낭비를 막기 위해 짠테크(짠돌이+재테크)를 실천해온 직장인 A(37)씨는 "남들보다 아끼는 데 익숙하지만 주요 생필품과 에너지 가격이 전방위로 급등하니 무서울 지경"이라며 "월급은 일정한데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니 어디서 뭘 어떻게 더 아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외식 줄고 구내식당 줄 길어지고…"차라리 컵라면·도시락 먹자"= 최근 점심값 지출을 줄이기 위해 도시락을 싸다니거나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5년차 직장인 B씨(34)는 이달부터 점심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점심 한 끼 비용도 부담됐기 때문이다.

가성비로 즐겨 먹던 자장면 가격도 올랐다. B씨의 직장 근처 중식집의 자장면 가격은 7000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사이트 '참가격'이 발표한 외식비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기준 지난달 자장면 평균 가격은 6223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5385원)보다 15.56%나 상승했다. 냉면도 1년 만에 9346원에서 1만269원으로 9.87%가 올랐다.

서울 을지로의 한 공공기관에 다니는 C(43)씨는 직장 동료들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그는 "식권 가격이 오르고 메뉴는 더 부실해졌다는 평가가 많지만 구내식당은 늘 붐빈다"며 "밖에서 사먹는 것의 반값이니 고민할 것도 없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D씨(33)는 "회사가 탄력근로제를 시행하고 있어 그동안은 업무 시간을 앞당겨 일찍 퇴근한 후 개인 시간을 많이 활용하는 동료들이 많았다"며 "최근에는 일부러라도 저녁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수가 늘었다는 체감이 든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하는 기사 E씨(58)는 즐겨 먹던 김밥마저도 한줄 가격이 1000원 이상 올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곤 한다. E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서 요즘 친한 기사들끼리 모여 컵라면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점심값으로 보통 8000~1만원 든다"고 말했다.

◇자가용 대신 통근버스…알뜰폰 가입자도 늘어= 불편함을 감수하고 자차 대신 대중교통이나 통근버스로 출퇴근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은 여유 있던 좌석이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상황이 바뀌었다고 귀띔했다.

서울에 사는 15년차 직장인 F씨는 지난달 초부터 출퇴근길에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운전을 하면 40분 걸리던 출근시간은 1시간으로 늘어났고, 지하철 인파 속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생각하면 집에 주차된 자동차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나 한번 가득 주유할 때마다 받아보는 10만원이 넘는 기름값 영수증을 생각하며 아쉬움을 참는다.

맞벌이부부인 G(32)씨는 10년 이상 탄 차량을 전기차로 바꿨다. 그는 "아이가 있어서 내부가 넓은 SUV를 구매하려고 했으나 워낙 유가가 고공행진 중이라 차값에 기름값까지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며 "대기가 많아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도 전기차를 받는 게 낫겠더라"고 전했다.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통신비 다이어트' 수요도 늘고 있다. KTOA(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발표한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MVNO)만이 가입자 순증세를 기록했다. 반면 이동통신 3사는 모두 가입자가 줄었다.

최근 알뜰폰으로 요금제를 바꾼 직장인 H(34)씨는 "한달에 9만~10만원 가까이 통신비를 냈는데 알뜰폰으로 바꾸고 나서 2만~3만원으로 낮아져 훨씬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운영비 줄이는 기업들…CEO가 비용 직접 챙기고 구내식당 반찬도 줄었다= 기업들은 CEO(최고경영자)가 직접 부서 별 비용 지출 내역을 관리하고, 구내식당 재료비까지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밥상 물가가 치솟으면서 점심 밥반찬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특히 고기반찬에 고기가 없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사를 담당하는 현대그린푸드 측이 5년 동안 식자재 비용을 동결했고 물가가 상승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달 노조 차원에서 후생복지 증진을 위한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구매부서에서 다각도로 원가절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환율에 영향을 심하게 받는 일부 원재료에 대해서는 대체생산지, 대체원료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GM-쌍용차-르노코리아는 경영정상화 차원에서 강도 높은 비용 절감 프로젝트 추진 중이다. 특히 한국GM은 모든 부서가 매월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CEO(최고경영자)와 CFO(최고재무책임자)의 결제를 맡아야 할 정도로 타이트한 비용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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