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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장포족'까지 등장시킨 공포의 3高

박은희 입력 2022. 06. 26. 18:56 수정 2022. 06. 2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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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퇴근길에 장을 보러 인천 계양구의 한 대형마트에 간 이모씨(34·직장인)는 길게 선 줄을 보고 탄식했다.

그는 "평소에는 계란 한 판에 8990원 정도 하는데 행사 시간대에는 싸게(3990원) 팔아 퇴근길에 맞춰 사가곤 한다"며 "온라인 빠른 배송을 주문할 때도 있지만 가격이 그리 싸지도 않고, 불필요한 식료품을 묶어 사야할 때도 있어 가끔 이용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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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보복소비는 이미 옛말
얇아진 지갑 영향 무지출족 늘어
고환율에 신혼여행 기간도 단축
심각한 침체에 생활패턴 바꿔놔
식재료 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26일 서울시내 한 식당에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날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인 가족 식비는 월평균 106만6902원으로 작년보다 9.7% 증가했다. 연합뉴스
먹거리 물가 고공행진…식비 9.7%↑ 26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농축산물 등 재료비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수요가 늘어나며 외식비를 포함한 식비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날 통계청 데이터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인 가족 식비는 월평균 106만6천902원으로 작년(97만2천286원)보다 9.7% 증가했으며 이 중 외식비는 1년 전보다 17% 올랐다. 2022.6.26 연합뉴스

지난 24일 퇴근길에 장을 보러 인천 계양구의 한 대형마트에 간 이모씨(34·직장인)는 길게 선 줄을 보고 탄식했다. 계란 한 판을 평소의 절반 이하 값에 판다는 광고전단지를 보고 찾아갔는데, 줄을 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다른 할인품목을 찾아봤지만, 물건은 없고 조기 종료됐다는 안내문만 남아있었다.

그는 "평소에는 계란 한 판에 8990원 정도 하는데 행사 시간대에는 싸게(3990원) 팔아 퇴근길에 맞춰 사가곤 한다"며 "온라인 빠른 배송을 주문할 때도 있지만 가격이 그리 싸지도 않고, 불필요한 식료품을 묶어 사야할 때도 있어 가끔 이용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이후 13년만에 찾아온 고물가 망령이 얄팍한 지갑을 가진 서민의 생활패턴을 또한번 바꾸고 있다. 코로나19 보복소비라는 말은 즐길 새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하루 지출 제로(0)를 실천하는 '무지출족', 장보기를 포기한 사람들을 뜻하는 '장포족'까지 등장했다.

"월급과 아이 성적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서민들의 가슴을 후벼파고 있다. 알뜰폰·주유소를 검색해 찾는 것은 기본이고, 평일 점심은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도시락을 싸간다. 대중교통비라도 아끼려고 새벽부터 나와 통근버스를 기다리고, 직장에서는 CEO(최고경영자)가 직접 부서별 지출내역을 꼼꼼히 챙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 위기에 따른 내핍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26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국민의힘의 한 의원실 선임비서관(30대)은 다음달 신혼여행 일정을 절반으로 줄였다. 당초 하와이를 신혼여행지로 염두에 두고 여름휴가까지 붙여 10일간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달러당 원화가 1300원을 돌파해 경비가 2배로 늘어나 일정을 4박5일로 단축했다. 그는 "갑자기 환율이 치솟아 환전할 생각에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서민들은 통계청의 공식 발표보다 할인점이나 식당에서 느끼는 체감 물가에 더욱 민감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계산하는 경제고통지수가 2001년 5월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인 8.4를 기록했다는 말이 더욱 실감난다"고 말했다.

트럭 장사를 하는 김모씨(60대)는 "리터 당 1300원대였던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이 지난 25일 현재 2147원까지 치솟아 1년 전 30리터를 주유하는 데 4만원이 채 안 들었다면, 지금은 6만원으로도 안된다"며 "물건이 안팔려도 장소를 옮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2020년 초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비대면 소비가 대세로 자리잡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년 넘게 이어지자 원격근무·교육과 배달음식 등 비대면 특수경기가 떴던 것.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린 지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고물가와 고금리, 경기침체가 또 한번 일상을 바꾸고 있다. 단기간에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없는 만큼, 허리띠를 졸라매는 알뜰 경제패턴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은희·임재섭·장우진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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