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픈 18번 홀의 붉은 악마

성호준 입력 2022. 6. 26. 19:03 수정 2022. 6. 27.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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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사진 KPGA]

김민규(21)가 26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2언더파 69타, 합계 4언더파로 정규경기를 끝내고 연장전에서 조민규를 꺾었다.

우정힐스 18번 홀 티잉그라운드엔 빨간색 악마 캐릭터가 있다. 의류 브랜드의 앙증맞은 로고인 이 붉은 악마가 심술을 톡톡히 부렸다.

18번 홀은 521m(570야드)의 파 5홀이다. 나무 때문에 시야가 좁고 실제로도 페어웨이가 좁다. 오른쪽은 OB이고 왼쪽은 내리막 경사지다.

왼쪽으로 훅이 크게 나면 오히려 낫다. 마주 보고 달리는 17번 홀 페어웨이에서 2온을 노려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중간하게 드로가 걸리면 경사지 러프에 걸린다.

김민규와 이형준이 5언더파 공동 선두였다. 김민규가 18번 홀에 왔을 때 슬라이스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우승 긴장감에다, 오른쪽으로 부는 바람에 대한 불안감이 겹쳤다. 김민규의 티샷은 아슬아슬하게 왼쪽 경사를 타고 내려가 17번 홀의 깊은 러프에 들어갔다.

김민규의 두 번째 샷은 러프를 완전히 빠져나가지 못했다. 다섯 번 만에 그린에 올렸다. 다행히 1퍼트로 막아 보기를 했지만, 김민규의 우승 꿈은 사라지는 듯했다.

이어 이형준이 18번 홀 티잉구역에 올라섰다. 이형준은 김민규의 상황을 몰랐다. 버디를 잡기 위해 강하게 티샷했는데 약간 오른쪽으로 휘었고 바람을 타고 OB 말뚝을 넘어갔다. 이형준은 더블보기를 했다.

18번 홀 티잉구역에 있는 악마 캐릭터. [사진 한국오픈 조직위]

마지막 조에서 경기한 조민규는 파를 잡으면 연장, 버디를 잡으면 우승이었다. 조민규의 티샷은 김민규의 샷처럼 약간 왼쪽으로 휘었지만 아슬아슬하게 경사를 타지 않았다. 조민규는 파를 잡았다. 두 민규가 연장전을 벌여야 했다.

한국오픈 연장은 16~18번 3홀 합산이다. 조민규가 한 타 앞선 채 18번 홀에 들어섰다. 조민규의 샷은 또 왼쪽으로 휘었다. 이번엔 경사로 굴러내려 갔다.

김민규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갔다. 김민규가 아쉬운 듯 손을 들어 오른쪽을 가리켰다. OB가 나는 듯했으나 볼은 카트 도로에 멈췄다.

조민규는 왼쪽 경사지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김민규는 그린을 바로 공략해 버디를 잡았다.

김민규는 “OB인 걸로 생각했는데 살았다는 사인이 오더라. 포기했었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생각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그린을 바로 공략하고 그린 주위에서도 어려운 플롭샷을 구사했다”고 말했다.

이 대회 2위까지 150회 기념 디 오픈 챔피언십 출전권을 받는다. 두 민규는 모두 골프 성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 간다. 그러나 1, 2위의 상금 차이는 크다. 우승 상금은 4억5000만원이고 2위 상금은 1억2000만원이다. 차이가 3억3000만원이 난다.

최연소(15세) 국가대표 기록을 가지고 있는 김민규는 유럽 2부 투어에서 뛰다 2020년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돌아왔다. 월요 예선을 거쳐 대회에 참가해 첫 두 대회 모두 준우승을 해 시드를 땄다.

그러나 지금까지 4번 준우승만 하다가 37경기 만에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이 우승으로 KPGA 상금랭킹, 제네시스 포인트 1위로 올라섰다.

조민규는 일본에서 2승을 했다. 그러나 국내 대회에서는 우승을 못 했다. 조민규는 지난 5월 매경오픈에서 2벌타를 받고 2타 차 2위를 하는 아픔을 겪었다.

투 그린인 남서울 골프장의 사용하지 않는 그린을 밟고 칩샷을 해서다. 2018년까지는 공만 그린 밖이면 괜찮았는데 이후 규칙이 바뀌어 스탠스가 걸쳐도 안 된다.

조민규는 "연장전 18번홀에서 드라이버를 선택한 것 후회는 없다. 버디를 쳐야 끝낸다고 생각했다. 준우승을 여러 번 해 아픔도 있지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디 오픈은 메이저 첫 출전이다. 유럽엔 처음 가는데 어느 정도 되는지 시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지. [사진 KLPGA]

한편 박민지는 26일 경기도 포천시 포천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 컵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2언더파 70타 합계 12언더파로 박지영과 연장전 끝에 승리했다. 박민지는 이번 시즌 3승, 통산 13승이다.

박민지도 우승이 쉽지는 않았다. 한 때 4타 차 선두를 달리다 박지영에 추격을 허용했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박민지의 두 번째 샷은 그린 근처 짧은 러프였고 박지영의 볼은 벙커에 빠졌다. 박지영은 핀 옆 약 2m에 붙였다. 박민지의 칩샷은 3m 넘게 짧았다.

그러나 박민지는 어려운 퍼트를 넣었고 박지영의 퍼트는 홀을 스치고 돌았다. 다섯 번 연장전을 벌인 박민지는 네 번 이겼다.

박민지는 “후반에 보기만 하나 기록하면서 우승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매치플레이를 재밌어해 연장전도 좋아한다. 최소 2등은 확보했으니 재미있게 치자는 생각을 한다. 편안한 마음으로 쳐서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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