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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변 출신 찍어내기? 법무부 국장 '반말 논란' 진실은

하준호, 정유진 입력 2022. 06. 26. 20:29 수정 2022. 06. 27.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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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최근 간부 회식 자리에서 하급자에 반말로 막말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A 국장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26일 파악됐다. 사진은 지난 19일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 로비의 모습. 뉴스1

법무부가 최근 간부 회식 자리에서 반말 논란에 휩싸인 A 국장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A 국장은 지난달 6일 박범계 전 장관 이임식 뒤 간부 회식 자리에서 B 과장에게 반말로 이름을 불렀다고 해서 내부 논란이 됐다고 한다. A 국장은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1월 외부 개방직으로 임용된 인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변호사다. B 과장은 지난해 2월부터 법무부에서 근무 중인 부장검사다.

A 국장은 박 전 장관, 강성국 전 차관과 다른 실·국장들과 자리가 끝난 뒤 법무부 과장들 자리에 합석했고, 당시 국회에서 통과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관해 과거 검찰이 수사권·기소권을 남용한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기 위해 과거 자신이 변호사로 승소한 사건의 기소 검사로 알고 있던 B 과장을 직책 없이 이름을 불렀다고 한다. 이에 B 과장은 A 국장의 반말에 불쾌해하며 언쟁이 오갔고, B 과장이 먼저 자리를 떴다고 한다.

A 국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B 과장의 이름을 부를 때 ‘나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어 말을 줄인 것이지 반말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동석했던 분들에게도 확인했는데, 호프집이 다소 시끄러웠지만 고성이 오가는 일도 없었다고 한다”면서도 “B 과장과 맞붙었던 사건을 언급한 게 B 과장에겐 불편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다음 날 아침 ‘결례했다,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에 B 과장은 “괜찮다”고 답했고, A 국장이 “주말 잘 보내시라”며 대화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당시 동석한 주변 인사들의 얘기는 일부 차이가 있다. A 국장이 B 과장을 향해 “너 잘해. 야, B” “난 계속 법무부에 남아 검찰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거야”라고 소리치며 대법원 판결 승소 사실을 언급했다고 한다. A 국장이 또 “야, B”라며 반말을 하자 B 과장이 그 자리에서 “왜 반말을 합니까. 언제부터 봤다고 대놓고 반말을 합니까”라고 항의했다고 한다. A 국장이 항의에도 그치지 않고 이름을 또 부르자 결국 B 과장이 먼저 자리를 떴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개인적 친분은 전혀 없는 사이로 법무부에서 근무하는 실·국도 달랐다고 한다. B 과장 본인은 중앙일보의 입장을 묻는 전화와 문자에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50여일 뒤 언론 보도로 이 ‘반말 사건’이 공개되면서 민감한 문제로 부상했다. 법무부가 진상조사에 나선 배경을 두고도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내주 고검검사(차장·부장검사)급 인사가 임박한 데다 논란의 당사자가 전임 정부에서 임용되고도 새 정부 출범 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사여서다.

법조계에선 A 국장과 같이 문재인 정부에서 외부 개방직 임용을 통해 법무부 실·국장에 오른 민변 출신 인사들이 정권교체 이후 버티기 들어가자 감찰 카드로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진상조사는 감찰 착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확인 단계”라며 “당사자의 직책이나 발언 수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 당시 탈(脫)검찰화를 앞세워 정년(국가공무원법상 60세)이 보장되는 법무부 실·국장 자리를 ‘알박기’한 탓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민변 출신이란 이유만으로 능력과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이들이 검사장급 자리에 올라 혜택을 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만큼 누렸으면 새 정부에선 스스로 사퇴하는 게 맞는다”고 주장했다.

A 국장은 “현직 공무원 신분이니 진상조사를 한다면 성실히 응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면서도 “계속 일을 하고 싶지만, 이런 식으로 압박이 들어오면 앞으로 그러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와 가깝게 지내던 실무자들도 혹여 블랙리스트로 낙인 찍히진 않을까 걱정”이라고도 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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