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의 승리보다 딸에게 줄 선물이 더 기쁜 SSG 이태양

김효경 입력 2022. 6. 26. 21:17 수정 2022. 6. 27.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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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승리투수가 된 뒤 스타벅스 데이 경기 수훈선수로 뽑혀 캐릭터 인형을 받은 SSG 이태양. 그는 딸에게 선물하겠다며 밝게 웃었다. 인천=김효경 기자

"(딸)지안이 갖다줘야죠."
26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 1루 더그아웃. 승리투수가 된 SSG 이태양(32)은 기념품으로 받은 인형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스타벅스 데이를 맞아 수훈선수가 된 이태양에게 주어진 선물이었다.

이태양은 이날 6회까지 깔끔한 투구를 했다. 3회까지 무실점한 뒤 4회 권희동에게 선제 솔로포를 맞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1-1 동점이 된 6회 다시 양의지에게 솔로홈런을 내줬으나 그뿐이었다.

고비는 7회였다. 도태훈에게 안타를 맞은 뒤 김주원의 희생번트가 높게 떴다. 떨어뜨린 뒤 1루로 던진다면 리버스 더블 플레이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태양은 원바운드 포구를 하는 과정에서 미끄러졌고, 1루에 던진 송구가 빠졌다. 무사 1, 3루.

26일 번트 수비에서 실책을 한 뒤 아쉬워하는 SSG 이태양. [사진 SSG 랜더스]

그러나 김원형 SSG 감독은 이태양을 교체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태양은 손아섭, 권희동, 박민우를 차례로 3루수 뜬공, 삼진,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무실점했다. 2-2 동점 상황에서 SSG 타선이 7회 말 점수를 뽑아내 이태양은 시즌 5승(2패) 요건을 갖췄고, 경기는 7-3으로 끝났다.

이태양은 경기 뒤 쑥스럽게 웃었다. 그는 "날씨가 습해서 미끄러졌다. 절대로 하체가 약해서 그런 게 아니다"라며 농담을 했다. 이태양은 "초구 번트가 플라이 파울이라서, 하나가 더 오면 숏바운드로 잡아 더블플레이를 하려고 생각했다. 천천히 하면 됐는데, 놓치다보니 급해져서 실수가 나왔다. (최)정이 형이 숏바운드 외친 것도 들렸다"고 설명했다.

분한 감정을 이기지 못한 그는 땅에 주먹을 내리쳤다. 좀처럼 감정을 표현하지 않던 이태양이기에 낯선 모습. 그는 "생각한대로 이뤄졌는데 그걸 못 한 게 너무 아쉬웠다. 위기를 자초해서 그런 표현이 나왔다. 무사 1, 3루 됐을 때 손아섭 선배 플라이를 잡고, 권희동 선수 상대로 낮게 낮게 실투없이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고의 공을 던지려고 했다"고 말했다.

26일 번트 수비에서 실책을 한 뒤 아쉬워하는 SSG 이태양. [사진 SSG 랜더스]


이태양은 "선발이니까 그 상황을 책임지고 싶었다. 핀 포인트가 잡혔다는 느낌이 들었다. 권희동에게 바깥쪽 삼진을 잡은 공, 박민우 몸쪽 공도 제구가 잘 되는 느낌이라 자신있었다"고 했다.

이태양은 "감독님께서 (그 상황에서)믿어주셔서 감사하다. 그래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7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를 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선발투수 본인이 맞거나, 막아야 마음이 편하다. 나도 불펜투수를 해봐서 그 부담감이 큰 걸 안다. 운좋게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올해 구원투수로 시작한 이태양은 팀 사정상 선발로 돌아섰다. 한화 시절 두 보직을 모두 경험했던 그는 훌륭히 선발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17경기 중 선발로 11번 나갔고,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를 8번이나 했다. 최근엔 두 경기 연속 QS+도 해냈다.

하지만 승운이 좀처럼 따르지 않는다. 6월에도 첫 등판을 제외하고 최근 4경기 연속 QS를 기록했지만, 승리는 얻지 못했다. 경기 뒤 맹타를 휘두른 한유섬도, 김원형 감독도 "이태양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입을 모을 정도였다. 한유섬은 "태양이가 그동안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도 승리를 놓쳐서 미안했는데, 오늘은 승리투수가 되어 축하하고 싶다"고 했다. 홈 승리도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태양은 "사실 나도 홈에서 잘 던지고 싶다. 최선을 다해서 던진다. 그런데 홈런을 맞는 유형의 투수다 보니(홈런이 잘 나오는 랜더스필드에서 안 좋았다)"고 했다. 이어 "오늘도 홈런 2개로 점수를 줬는데, 솔로홈런이라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올해 그래도 성적이 좋은 게 1점, 1점을 주더라도 어렵게 주지 않으려고 한다. 주자 모아놓고 큰 거 맞지 않으려고 하는데 잘 된 것 같다"고 했다.

26일 번트 수비에서 실책을 한 뒤 아쉬워하는 SSG 이태양. [사진 SSG 랜더스]

SSG는 올 시즌 윌머 폰트, 김광현 원투펀치가 이미 17승을 합작했다. 이태양은 "워낙 앞에서 잘 해서 연승의 길목에서 자주 던지게 되는데 부담은 없다. 지난 두 경기 점수가 많이 나서 오늘은 안 날 거 같다고 생각했다. 좋은 투구만 하고 내려오자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했다.

이태양은 마지막까지도 구원투수들을 격려했다. 그는 "비로 하루씩 로테이션이 미뤄져 휴식한 게 컨디션에 도움이 된 것 같다. 불펜을 해봤지만 정말 힘들다. 선발보다 더 어렵다. 블론세이브를 하면 충격이 크다. 우리 구원투수들 고생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태양은 2016년 결혼했고, 올해 2월 딸을 얻었다. 아내와 딸은 대전에서 지내고 있고, 이태양만 인천에서 살고 있다. 공교롭게도 SSG는 28~30일 대전 원정을 떠난다. 이날 경기 뒤 이태양은 곧바로 딸과 아내가 있는 대전 집으로 향한다. 이태양은 "벌써 딸이 많이 자랐다. 이 인형보다는 딸이 더 크다"며 환하게 웃었다. 승리보다 딸에게 줄 선물이 더 기분이 좋은 듯 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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