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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국회..내팽개쳐진 민생은 누구 탓

입력 2022. 06. 2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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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국민의힘이 가칭 ‘해양수산부 공무원 월북몰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한다. 또한 2019년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도 다시 검증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2019년 탈북자 강제 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 2일 오징어잡이 어선을 몰고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선원 2명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강제 추방된 사건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권에 따르면 추방 이유는, 이들이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의 동료 선원들을 살해하고 도주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살해 동기는 선장의 가혹행위 때문이었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될 당시, 포승줄에 묶이고 안대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재인 정권이 강제 추방과 탈북자 권리 박탈, 살인 방조, 국제인권법 위반 등을 저질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이유로 이들이 추방됐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해당 사건은 인권 단체들과 탈북자 단체들에 의해서 계속 거론돼왔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정부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뿐 아니라 이 사건도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당연히 민주당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6월 17일 “그분이 월북 의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왜 중요한가. 우리 국민이 북한에 의해 희생당했고 우리가 항의를 해 사과를 받아 마무리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동의하기 어렵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인권 문제에 있어 관련된 사람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많은 이가 관계되는 인권 문제도 중요하지만, 단 한 사람의 인권도 똑같이 중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월북 의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고인이 된 해수부 공무원 유가족 입장에서는 고인과 유가족 명예와 직결되는 사안이 바로 월북 여부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월북 여부를 가리는 것은, 유가족과 고인 인권에 직결된다.

상황이 이런데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안보 해악을 감수하고라도 당시 비공개 회의록 공개를 간절히 원한다면 국회법에 따라 회의록 열람·공개에 협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식의 대응은, 억울하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줄 수도 있겠지만, 집권했던 정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는 아니다. 문제를 풀기를 원한다면 공개하기 어려운 민감한 자료의 경우 공개 범위를 제한해 검찰이나 경찰 혹은 감사원을 대상으로 열람하게 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런 방법은 도외시한 채, ‘안보 해악을 감수하고서라도’ 당신들이 원하면 공개하겠지만 결국 당신들 책임이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이는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이다. 민주당은 지금보다 이성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맞다.

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은 민생 문제의 근본이라는 점도 얘기하고 싶다. 정부 여당이 시급한 민생을 도외시한 채, 과거 문제만을 들춰낸다는 식의 주장은 맞지 않다. 민생 따로, 인권 따로라는 논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민생을 그렇게 외치는 사람들이 국회 ‘개점휴업’ 상태를 이토록 방치하고 있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회 공전 배경에는 양당의 복잡한 사정이 있다.

압도적이고 막강한 입법 권력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지만, 8월에 있을 전당대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전당대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민주당의 열성 지지층이다. 만일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양보하면 열성적이고 강성인 지지층은 전당대회에서 양보를 주장한 측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8월 전당대회 이전에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을 양보하면서 국회 공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거기다 최강욱 의원에 대한 당 차원 징계까지 내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6월 20일, 성희롱 의혹을 받는 최강욱 의원에 대해 당원 자격을 6개월간 정지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최강욱 의원은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처럼회’ 소속 의원이다. 징계 결정이 내려지기 이전만 해도,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민주당이 쉽게 최 의원을 징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런데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최 의원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 그동안 민주당에 집중된 성범죄 관련 의혹 혹은 성희롱 관련 의혹을 의식했을 수 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이 최 의원에 대해 징계를 내리지 않거나 경징계를 결정할 경우, 여론으로부터 “그러니까 민주당에서 성범죄 의혹 혹은 성희롱 의혹들이 집중적으로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발생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듣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여론 지지를 받지 못하는 현재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테다. 종합해보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과의 대치 국면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외부 상대를 공격함으로써 내부적 분열 상황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려 한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의 경우도 내부 사정이 녹록지 않다. 중심에 이준석 대표가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성상납·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해서 품위 유지 위반에 대한 당 윤리위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세상에서 가장 필요 없는 게 이준석 걱정”이라고 말하지만, 윤리위 결정에 따라 국민의힘 내홍은 매우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

분명한 점은, 이 대표에 대해 어떤 결정이 내려지느냐에 따라 정권 초기 여당이 상당한 내홍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경징계 혹은, 징계가 유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민주당 공격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자신들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징계를 내렸는데, 당신들은 제 식구 감싸기만 하고 있냐는 비난을 들을 소지가 있다. 반대로 중징계를 내릴 경우 이준석 대표 반발이 극심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 내홍은 극에 달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여당 역시 국회 정상화에 온 힘을 쏟기는 힘든 상황이다.

양당 상황을 보면, 국회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장관 청문회도 열리지 못하고 있고 의결이 필요한 법안은 쌓여만 간다. 그러면서도 월급은 꼬박 챙기니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급할 것이 없어 보인다. 거기다 지금이 기회라고 외국 출장마저 다녀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챙길 것은 모두 챙긴다는 뜻이다. 입으로는 민생을 외치지만, 이들의 행동을 보면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지배하는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국회가 언제 정상화될지, 그리고 인권을 위한 진실이 언제 밝혀질 수 있을지 아득해 보이는 요즘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5호 (2022.06.29~2022.07.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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