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풍자, 예수님 모욕처럼 받아들여"..웹툰 '문켓몬스터' 논란

김하나 2022. 6. 2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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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도전 웹툰 '문켓몬스터' 캐릭터 '문코리타', 文 희화화 논란.."재앙" "토착왜구 놈아"
신고 3회 이상으로 게재 임시 중단→표현 수정 후 다시 공개→현재 검색 안 돼
시민들 "닭근혜, 윤도리 멸칭 세력이 '문코리타'엔 왜 발끈?..중국도 아닌데 풍자 왜 막나"
전문가 "정치 풍자, 표현의 자유일 뿐 과도하게 억압해선 안 돼..특정 집단 공격이다? 지양해야"
지난 17일 네이버 도전 웹툰 '문켓몬스터'에 올라온 일부 장면.ⓒ온라인 커뮤니티

문재인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네이버 도전 만화 웹툰 '문켓몬스터'가 다시 연재 중단 논란에 휩싸였다. 독자 신고로 연재가 임시 중단(블라인드)됐다 다시 공개된 지 2일 만이다. 현재 전직 대통령에 대한 비방은 폭력이라는 의견과 정치 풍자는 표현의 자유라는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풍자를 집단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24일 네이버 웹툰에 따르면 네이버 웹툰 도전 만화 코너에 지난 17일부터 '문켓몬스터'라는 제목의 웹툰이 올라왔다. '도전 만화'는 기성 작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만화를 그려 올릴 수 있는 게시판으로 사전 검열 없이 모든 작품이 공개된다. 일본 만화 '포켓몬스터'를 패러디한 '문켓몬스터'는 한 취업 준비생이 컴퓨터 속으로 빨려 들어가 '문코리타'라는 포켓몬을 만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해당 웹툰이 문 전 대통령을 조롱하려는 의도로 창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웹툰 내 캐릭터 '문코리타'가 문 전 대통령과 같은 안경테를 쓴 데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차용한 '샤람이 먼져댜'라는 대사가 나오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할 때 쓰는 표현인 '재앙'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이 밖에도 '이 토착왜구 놈아!!!', '제가 왜색만 보면 민족 감성이 올라와 흥분하는 버릇이 있어서' 등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해당 웹툰은 지난 20일 독자 신고가 3건 이상 접수돼 관련 규정에 따라 자동 블라인드(비공개) 처리됐다가, 작성자가 욕설과 비하 표현을 수정하면서 다시 공개됐으나, 26일 '문켓몬스터'는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로 나오고 있는 상태이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웹툰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웹툰 문켓몬스터의 경우) 사용자 신고에 의한 자동 블라인드 처리는 아닌 것으로 확인 된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네이버 도전 웹툰 '문켓몬스터'에 올라온 일부 장면.ⓒ온라인 커뮤니티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직장인 정모(28)씨는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폭력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훌륭하게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대통령을 왜 못살게 굴고 조롱하는지 모르겠다. 살아 있는 권력에게 조롱을 해야지, 이제 문 전 대통령은 권력도 없는 전임 대통령 아닌가. 솔직히 찌질해 보인다. 김건희 여사의 의혹에는 왜 분노하지 않으며, 김건희 여사 조롱 웹툰은 왜 없는지 의문이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김모(25)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쥐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닭근혜', 윤석열 대통령은 '윤도리'라는 멸칭을 풍자라고 해놓고, 자신들이 경애하는 문 전 대통령을 '문코리타'라고 하는 것은 명예훼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치인을 희화화하는 것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한 일인데 여기가 중국도 아니고 왜 풍자를 막으려고 하고 논란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직장인 이모(32)씨는 "문 전 대통령이 권력자를 향한 비판은 참아야 된다, 국민들은 비판할 자유가 있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며 "지지자들도 너무 맹목적으로 마치 광신도처럼 예수님이라도 모욕한 것 마냥 과격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풍자를 하는 것을 버럭하거나 집단으로 몰려가 뭐라고 하면 정치 발전이 없다. 정치인들은 풍자를 뛰어넘어야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모두 민심이다"고 평가했다.


김태일(29) 신(新)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신전대협) 의장은 "전 대통령들에게는 더 하지 않았는가"라고 되물은 뒤 "피장파장의 오류를 범하고 싶지는 않지만 결국 정치의 정점인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숙명이라 생각한다"며 "문 전 대통령은 저희가 붙였던 대자보로 단체 회원을 모욕죄로 고소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탄압당한 적이 있다. 문 전 대통령 재임기간 5년 동안 오죽 소통이 안됐으면 (풍자 창작물이) 나오겠나"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 풍자를 특정 집단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억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득권에 대한 정치 풍자는 굉장히 은유적으로 표현돼 왔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사람이 먼저다 슬로건을 차용한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며 "정치인을 희화화하고 투사해 공격하는 것은 늘 있어 왔는데 이를 내가 속한 집단에 대한 공격이라고 받아들이다 보니 정치 풍자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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