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엄지의 주식살롱]"알아서 살아남으세요"..동학개미 희망의 몰락

손엄지 기자 입력 2022. 6.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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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대표, 아내가 투자한 P2P 회사에 메리츠자산운용 펀드 동원해 투자
올해 개미 순매수 688조원..투자 부추기는 이들보다 조언해줄 전문가 필요
© News1 DB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지난 2020~2021년은 가히 '주식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증권사 객장에 아이를 업은 주부들이 오면 상승장의 끝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주부뿐이었나요. 초등학생들도 주식으로 몇천만원을 벌었다며 각종 매스컴이 시끄러웠습니다.

이때 '동학개미'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2020년 3월 주식 하락장에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에도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이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과 비슷하다며 만들어진 말입니다. 실제로 2020년 3월 들어 20일까지 외국인들이 10조원어치의 한국주식을 팔아치울 때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9조원 가까이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증시가 가파른 V자 반등을 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거뒀습니다.

이 동학개미들의 선봉장에 섰던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슈퍼개미 김정환'과 메리츠자산운용의 '존 리 대표'입니다. 김정환이 추천하는 종목이라면 3배는 우습게 올랐고, 그를 추종하는 세력도 많았습니다. 그는 구독자 56만명을 보유한 경제 유튜버로 거듭났습니다. 또 존 리 대표는 "삼성전자는 꾸준히 사라"며 삼성전자 적립식 매수 현상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주식이 연일 하락해 개미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이들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우선 슈퍼개미 김정환은 지난 22일 유튜브 라이브 시황 방송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바로 전날까지는 "역사적인 매수의 기회가 왔다"며 방송을 했던 그가 다음날인 22일 증시가 급락하자 "폭락하든 말든 모르겠다. 연기금이 XX하고 있다. 방송 끄겠다. 여러분 알아서 살아남으십시오"라며 시황방송을 종료한 것입니다.

김정환은 5년 만에 700만원을 120억원으로 불려 1만7000% 수익률을 올린 슈퍼개미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그는 "삼성전자 13만원 간다", "코스피 다시 3000간다"는 말로 개인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김정환은 유료 멤버십을 운영하면서 주식 강의도 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개미의 주식 선생님', '개미의 투자 길잡이'와 같았던 그가 '알아서 살아남아라'는 무책임한 말을 던진 건 지난 2년간 그를 믿고 맹목적으로 투자해온 동학개미들을 허탈하게 만들었습니다.

존 리 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존 리 대표는 "집 살 돈으로 주식을 사라"며 본인은 집도 차도 없음을 누차 강조해왔습니다. 개미들은 존 리 대표를 존봉준(존리+전봉준)이라고 부르면서 주식 투자의 멘토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사실 간접적으로 부동산 회사에 투자를 해 수익을 내고 있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메리츠자산운용의 펀드는 존 리 대표의 친구가 설립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P2P) P사가 출시한 상품에 투자했습니다. 또 존 리 대표의 아내가 해당 P사에 2억원을 투자한 주요주주라는 사실도 드러나면서 차명 투자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즉, 존 리 대표가 친구 회사이자 아내가 투자한 회사에 메리츠자산운용 펀드를 동원해 60억원을 투자했다는 의혹입니다.

메리츠자산운용 측은 "펀드의 손실이 없었고, 아내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라고 하더라도 관련법상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도덕적인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P사 대표가 설립해 부동산 임대와 매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유한회사 L사에 또 존 리 대표 아내가 투자자로 올라가 관련 수익을 얻어왔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신뢰에 금이 가고 있습니다.

지금 개미들은 코로나19 때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투자자예탁금 규모가 코로나19 이전인 3월 2일 33조원에서 현재 57조원으로 72%나 늘어났습니다. 주식 투자 자금 규모가 급증했기 때문에 주식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투자자들도 그 이상 늘어났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주식투자 열풍은 앞서 언급한 두 사람의 영향이 작지 않았습니다.

개미들은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688조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하락을 버텨오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무엇보다 분석적이고, 통찰력 있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필요한 때입니다. 상승장에서는 여기저기 나와서 유명세를 얻고 이익을 얻어가던 이들이 현재 하락장에서 침묵하고 있다는 건 상당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제는 주식 투자를 부추기는 사람보다는 하락장을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전문가가 필요한 때입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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