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정책·사업 뒤집기 '혈세 낭비' 되풀이 우려 [민선 8기 - 지방권력 대이동]
일부 '먼지털기식' 문제제기.. "무리한 폐지, 주민 신뢰 잃어"
전국 지자체서 색깔지우기 속도
부울경 메가시티·수도권 매립지..
수장 바뀌자 신중론.. 존폐 갈림길
물갈이 인사 예고에 공직도 '술렁'
7월 1일부터 새 행정 수장 정식 업무
정당·개인 철학·정책따라 수정 불가피
당선자측, 전임 치적 깎아내리기 봇물
전문가 "정확한 진단·방향 설정 중요
편가르기식 아닌 다수 공감 행정해야"
지난 6·1지방선거(민선 8기)에서 전국 광역·기초단체장이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으로 대거 물갈이되면서 직전 단체장이나 해당 지자체가 추진했던 주요 사업들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당선자들은 다음 달 1일 임기 개시에 앞서 인수위원회를 가동하며 조직과 정책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26일 전국 광역·기초단체장 당선자들의 입장이나 인수위 동향을 종합한 결과, 대다수 광역단체에서 전임자 정책의 원점 재검토나 속도 조절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날이 위태로운 주요 사업 중 하나로는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조성이 꼽힌다. 국내 최초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울경 특별연합의 내년 출범을 앞두고 울산과 경남에서 부·울·경 메가시티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울산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송철호)에서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김두겸)으로 바뀐 곳이고, 경남도 민주당 소속 김경수 도지사가 유죄 확정으로 지사직을 잃은 뒤 국민의힘이 되찾아온 곳이다.
공직 사회도 술렁거리고 있다. 대대적인 인사가 전망된 데 따른 것이다. 당장 적재적소에 배치를 원칙으로 내걸었지만 내부에선 기강잡기, 코드·낙하산 인사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와 광주시에서는 정년퇴직을 한참 남겨둔 핵심 간부가 자발적 명예퇴직을 신청한 게 대표적 사례다.
◆소속 정당 바뀐 광역단체마다 전임자 흔적 지우기
서울시는 지난 23일 민간위탁 사업의 적격자를 심사하는 심의위원회에 시의회와 시민단체가 추천한 인사를 제외하는 조례를 입법예고했다. 민주당 소속 시장(박원순) 당시 시민단체 등에 대한 민간위탁 과정에서 발생한 셀프 수주, 과도한 인건비 문제를 방지하자는 차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세운 ‘서울시 바로 세우기’ 일환이다.
울산의 경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울산에서 50여㎞ 떨어진 바다에 풍력발전시설을 만드는 사업으로 송철호 시장 측은 원자력발전소 1기당 1000∼1500㎿ 전력을 생산하는 것을 감안하면 원전 5∼6기를 대체할 발전량이라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자는 “국가 주도의 사업인 만큼 울산에 어떤 이익이 올 것인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유보적 입장을 냈다.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맑은 물 확보’ 사업도 안갯속이다. 송철호 시장은 반구대 암각화의 상습 침수를 막기 위해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 수위를 낮추는 대신 대구시의 취수원인 경북 청도군 운문댐의 물을 울산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면 사연댐의 용수 공급량은 하루 18만t에서 13만1000t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김두겸 당선자는 최근 문화관광체육국 인수위 업무 보고에서 기존의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울산 맑은 물 확보’ 투 트랙 전략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혈세 투입 사업, 정확한 진단 거쳐 정리해야”
정책 안정성과 연속성을 택한 경우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 당선자는 그동안 기자회견 등 여러 차례 발표를 통해 “도정이 바뀌더라도 방향적인 측면에서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충남도가 그동안 벌여온 대형 프로젝트들이 갑작스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당선자는 인수위에 대해 “점령군이 아니며 도정을 감사하는 역할도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이런 의지의 연장선에서 인수위는 시행착오가 있는 현안들을 솔직히 공유하고 나아갈 방향을 정리하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혈세 낭비를 줄이기 위해 주요 사업의 존폐를 결정하기 전에 객관적이고 면밀한 평가가 앞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재대 최호택 교수(행정학)는 “전임자 지우기로 인한 무리한 사업 폐지는 자칫 주민들의 신뢰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문제가 있다고 하면 정확한 진단과 더불어 옳은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이 시작되면서 실행까지 연결되지 않았어도 많은 혈세가 투입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방재정엔 큰 타격을 준다”며 “어떤 게 문제이므로 지금 멈추는 게 진행했을 때보다 이득이 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 광역단체 공무원도 “살림 운영과 인사는 단체장의 권한으로 자신의 구상과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다만 예산의 낭비와 불협화음, 편가르기식보다는 다수가 공감하는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제주·춘천·대전·울산=강승훈·임성준·박명원·강은선·이보람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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