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종·반변태라는 말 들었다.." 트랜스젠더 미인대회 TOP11 오른 한국인

코로나로 중단됐던 트랜스젠더 미인대회가 3년 만에 태국에서 열렸다. 1위 왕관은 필리핀인 푸시아 앤 라베나(27)에게 돌아갔다. 이번 대회에는 ‘진’이라는 이름의 한국인 참가자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진은 TOP11에 이름을 올렸다.

'미스 인터내셔널 퀸 트랜스젠더 2022’ TOP11에 오른 한국인 진의 성전환수술 전(왼쪽)과 후(오른쪽)/진 인스타그램, 미스 인터내셔널 퀸 트랜스젠더 소셜미디어

25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미스 인터내셔널 퀸 트랜스젠더 2022′대회에서 사업가인 푸시아 앤 라베나가 22명의 참가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은색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우승 왕관을 쓴 라베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과 평화, 화합을 전파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2위는 콜롬비아의 자스민 히메네스가 3위는 프랑스의 아엘라 샤넬이 각각 차지했다.

25일(현지 시각)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트랜스젠더 미인대회인 ‘미스 인터내셔널 퀸 2022’에서 대상을 차지한 필리핀 참가자가 왕관을 쓰며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국인 참가자인 진은 TOP11에 뽑혔다. 진의 본명은 알려지지 않았다. 나이는 20세. 키는 183cm로 모델지망생이다. 성전환 수술을 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다. 성전환 수술을 하게된 결정적 계기는 트랜스젠더 모델인 한미니 때문이다. 한미니는 2010년 같은 대회 우승자다.

진은 “트랜스젠더 미인대회에 출전한 한미니를 보고 트랜지션(성전환수술)을 결심하게 됐다. 어느날 한미니님이 운영하는 가게를 놀러간 적 있다. 저도 여성으로서 제2의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나 키도 크고, 얼굴도 잘난 게 아니라 평소 일상생활이 어려울까봐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무대에서 멋있고 당당한 미니님의 모습이 제게 영향력이 컸다. 그래서 가게에서 미니님에게 외쳤다. ‘언니 (저)트랜지션 너무 하고 싶어요’라고.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지’라고 격려해주시더라. 저는 그날 이후 확고하게 결정하고, 여성으로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스 인터내셔널 퀸 트랜스젠더 2022’ 한국인 참가자 진/‘미스 인터내셔널 퀸 트랜스젠더 2022’ 소셜미디어

성전환 수술을 하겠다는 아들의 말을 들은 가족들 반응은 어땠을까. 진은 “충격 그자체였다. 심하게 말하면 재앙이었다. 당시에 저는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학폭(학교폭력)을 당했고,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달고 살았다. 그런 상황에서 믿을 건 부모님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사회가 이렇게 차가운 곳인지 몰랐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혼종, 반변태 직접적인 이야기를 들으니까 제 자존감이 바닥을 찍었다. 다른 사람들이 던진 말이 상처지만, 제가 이렇게 살고 있는 행복감이 대단했기에 제 삶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스 인터내셔널 퀸 트랜스젠더’는 2004년부터 매년 태국에서 열리는 대회다.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고, 트랜스젠더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창출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대회 주최 측인 ‘미스 티파니쇼’의 CEO 알리사 판투삭은 “팬데믹으로 거의 2년 동안 중단됐던 대회가 파타야에서 성평등을 축하하기 위해 재개됐다”라고 말했다.

'미스인터내셔널 퀸 2022' 한국인 참가자 '진'/ 미스인터내셔널 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