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100여 명 줄 서고 RM도 울었다..'을지면옥' 문 닫던 날

KBS 입력 2022. 6. 2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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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T콕입니다.

정성스럽게 우린 육수와 메밀에서 뽑아낸 국수, 그리고 소고기 편육, 여름이 되면 꼭 떠오르는 음식, 냉면입니다.

그 중에서도 평양냉면은 이 맛도 아니고 저 맛도 아닌 밍밍한 맛이 매력이죠.

'평냉'과의 첫 만남에서 대부분 갖게 되는 인상이지만, 이후 두 번, 세 번 만남이 이어지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평양냉면앓이'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서울의 3대 '평양냉면 집' 하면 우래옥, 을밀대와 함께 이 식당을 손에 꼽는 분들이 많은데요, 바로 을지면옥입니다.

1985년 서울 중구 입정동에 문을 연 을지면옥은 37년간 한곳에서 평양냉면을 팔았습니다.

육수와 동치미 섞은 국물에 담긴 메밀 국수의 심심한 맛은 중독성이 강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방송인 고 송해 씨 등 유명 인사들, 특히 실향민들이 이 곳을 찾았습니다.

혼자 오는 어르신도 살갑게 대하던 넉넉한 식당이었습니다.

바쁜 점심시간 테이블을 차지한 어르신이 편육 반 접시에 소주 반 병을 비우고 국수를 시킬 때까지 종업원들은 아무 군소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5일은 을지면옥의 마지막 영업일이었습니다.

가게 입구에는 개장 전부터 100여 명의 손님이 줄을 서 기다렸습니다.

30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희끗한 머리의 어르신부터 젊은 직장인까지 을지로 대표 맛집과의 작별을 아쉬워했습니다.

역사와 전통의 장소도 재개발의 바람을 피할 순 없었습니다.

세운상가 재개발 계획에 따라 을지면옥이 있던 자리엔, 지하 7층, 지상 20층 규모의 오피스빌딩과 상가가 들어선다고 합니다.

마지막 영업을 마친 다음 날, 을지면옥과 동고동락한 집기들은 트럭에 실렸고, 굳게 내려진 셔터에는 '감사했다'는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SNS에 을지면옥 간판과 함께 눈물을 뜻하는 모음 세 개를 (ㅠㅠㅠ) 올렸습니다.

을지면옥 외에도 최근 서울의 유명 '노포'들이 연달아 문을 닫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경영난에 빠졌거나 재개발 또는 임대료 갈등이 폐점의 원인이 됐습니다.

한국의 첫 경양식당으로 돈가스 맛을 처음 소개한 ‘서울역 그릴'은 개점 96년만인 지난 해 말 문을 닫았습니다.

을지로‘노가리 골목’의 원조로 꼽히는 '을지오비(OB)베어'도 건물주와의 오랜 갈등 끝에 지난 4월 강제 철거됐습니다.

1946년 개업한 후 한자리에서 3대가 경영을 이어온 노포, '대성관' 역시, 코로나19의 타격으로 이달 초 결국 폐업했습니다.

많은 업주들이 100년 노포를 꿈꾸며 창업했을 겁니다.

이런 도전과 포부가 코로나와 개발 논리에 밀려 꺾여버리고 마는 게 안타깝고 유감스러울 따름입니다.

세월의 더께를 입은 식당이 많아질수록, 고객들의 추억이 쌓여가는 건 당연지사.

더 늦어버리기 전에, 오랜 단골 집을 찾아가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ET콕.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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