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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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원의 경제 프리즘 <6>] 쿼바디스 세계 경제..경기 불안 깊이와 길이 얕고 짧을 수 있다

김경원 입력 2022. 06. 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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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원세종대 경영경제대학장 전 대성합동지주 사장,전 디큐브시티 대표, 전 CJ 그룹 전략총괄기획 부사장, 전 삼성경제연구소 전무,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1│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는 코린트의 왕으로서 꾀가 많았다. 그는 꾀를 내어 두 번이나 저승길을 피할 정도였다. 한 번은 제우스의 비행(卑行)을 까발린 죄로 죽음을 당하게 됐지만, 저승사자를 속였고, 또 한번은 저승에 가서도 저승의 왕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를 속여 저승을 탈출한 적이 있었다. 이 일로 화가 난 하데스는 결국 그를 지옥에 잡아다가 가파른 언덕 꼭대기까지 큰 바위를 굴려 올려놓아야만 하는 징벌을 내렸다. 하지만 그 바위는 시시포스가 꼭대기에 다다르기 직전 저절로 굴려 내려가서 그가 다시 언덕 밑으로 내려와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되는 영원한 징벌이었다. 


2│미국의 한 군 관련 통계에는 적 1명을 사살하기 위해 발사된 총알의 수가 나온다. 남북전쟁 때는 16발, 제2차 세계대전 때는 3000발, 한국전쟁 때는 1만 발이었다. 그런데 월남전에서는 이 통계가 30만 발로 껑충 뛴다. 1960년대 월남전에 뛰어든 미국은 10여 년간 막대한 전쟁 비용을 치러야만 했다. 이는 통화팽창을 초래했고 결국 미국 정부로 하여금 달러 가치의 근간이 되던 금본위제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통화팽창은 물가 상승을 초래했고, 여기에 1970년대 아랍 산유국들은 두 번이나 ‘석유 무기화’를 명분으로 유가를 크게 인상하며 가세했다. 즉 ‘수요 견인형(demand-pull)’과 ‘비용 상승형(cost-push)’ 인플레이션이 겹친 것이다. 이렇듯 미국 경제를 괴롭히던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수습하겠다고 나선 이가 1979년 미국 중앙은행의 수장이 된 폴 볼커(Paul Volcker)였다. 그는 경제학자들 중에서 밀턴 프리드먼 등 ‘통화론자’의 주장대로 물가란 ‘시중에 풀려있는 돈의 양과 재화(양)의 교환 비율’이라 보았다. 이에 따라 돈의 양을 조이면 물가도 같이 안정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그때까지 금리를 주요 정책 수단으로 삼았던 기존의 통화 정책을 포기하고 오로지 통화량 증가율을 억제하는 정책으로 바꿨다. 갑자기 죄어든 돈줄로 시중 금리가 두 자릿수로 폭등해도 그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 결과 미국 경제는 1980년과 1982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결국 인플레이션은 잡혔다. 물론 경제가 큰 고통을 겪은 대가였다. 


3│20세기 초 영국을 대표하는 시인인 윌리엄 예이츠(William Yeats)는 많은 시를 썼다. 모두 철학과 역사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깊이가 있었다. 그의 시 중에서 ‘라피스 라줄리(Lapis Lazuli)’라는 시가 있다. 라피스 라줄리는 청금석(靑金石)이라는 보석돌을 뜻한다. 중국인은 이 보석돌 위에 조각을 하곤 했다. 예이츠는 이것을 보고 이 시를 지었는데 시문의 시작은 이렇다. “나는 히스테리에 빠진 여자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지. (미술용) 팔레트도 바이올린 활도 지겨워, 또 언제나 즐거운 시인들도 지겨워. 왜냐하면 어떤 극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비행기와 비행선이 나타나 빌리 왕처럼 도시가 납작해질 때까지 폭탄을 던지리라는 것을 모두 (이미)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니까.” 1933년 발표된 이 시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공포에 질린 유럽 사람들의 심리를 묘사하고 있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일화이지만 요즘 세계 경제가 처한 현실과 맥이 닿아있다. 세계 경제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큰 어려움을 겪다가, 전용 백신의 개발과 보급으로 2021년 큰 폭의 회복세를 보였다. 일례로,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020년 -3.3%에서 2021년 +5.7%로 반등했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이 회복세는 다시 꺾이고 있다. 시시포스의 바위와 같은 모습이다. 

더구나 이 전쟁으로 유가 및 각종 원자잿값은 물론 농산물값까지 폭등했고, 물가 불안을 잡으려고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급속히 올리고 있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 안에서 볼커의 후예를 자처하며 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빅 스텝(0.5bp 금리인상)’이 아니라 ‘자이언트 스텝(0.75bp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매파들이 득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볼커 시절과 같이 곧 심각한 불황이 닥칠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다수 의견이 됐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히스테리에 빠진 여자들’과 같은 목소리가 갈수록 더 커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심각한 불황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소수 의견도 있다. 필자도 이에 공감하는 편이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이 전쟁이 장기화할 기미도 보이지만,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도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 상징적인 예가 탱크(전차)다. 러시아는 1만3000대의 탱크를 가지고 있지만 이 중 노후돼 퇴역한 예비역 탱크를 빼고 작전이 가능한 현역 탱크 수는 2800대다. 그런데 이미 이 ‘현역’ 탱크의 절반 정도를 우크라이나에서 잃었다. 이를 메우고자 보관 중인 ‘예비역’ 탱크를 동원하려 했으나 관리 부실 등으로 전선에 바로 투입될 탱크가 거의 없다고 한다. 탱크를 새로 만들려 해도 서방의 반도체 수출 금지로 공장 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도 지금까지 수십억달러어치의 무기와 탄약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지만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 데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자국 여론의 악화도 겹쳐 전쟁을 끝낼 명분만 있으면 적극 응하려는 조짐이 보인다. 

둘째, 2008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리먼 사태 때와 달리 지금의 상황은 경제의 ‘내부적’ 및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당시 서브프라임 관련 파생금융상품으로 연결된 전 세계의 금융시스템이 동반부실화 돼,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기관들의 대차대조표를 정상화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고 미국 같은 경우에는 2년 동안이나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겪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문제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공급망 대란은 팬데믹 시기 트럭 운전기사와 항만노동자 부족 등의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시간이 갈수록 충원이 돼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반도체 수급 불균형도 업체들의 증산과 설비 증설로 조만간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무모한 도시 봉쇄도 시진핑의 연임(여부)이 결정될 9월이 다가올수록 더욱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셋째, 불황 우려로 이미 조정을 받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물가 상승의 결정적인 요소인 유가를 낮출 큰 요인도 있다. 지난 2010년대 중반 미국의 셰일 오일이 급격히 증산되며 국제 유가는 3분의 1 토막이 났다. 하지만 유가의 하향 안정세가 지속되고 팬데믹으로 인한 수요 감소까지 겹치면서 채산성이 맞지 않게 된 셰일 업계는 채굴을 중단하고 유정(油井)을 닫아놓았다. 이렇게 ‘쉬고 있는’ 셰일 유정은 미국 전역에 7500여 개에 달한다. 그런데 지금 빠른 속도로 이들 유정이 다시 열리고 있다. 이들의 평균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53달러(약 6만9695원)다. 

이런 요인들은 세계적 경기 불안의 깊이와 길이가 예상보다 더 얕고 더 짧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마 그 정점은 3분기가 되거나, 이미 정점을 지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한 세계은행마저도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미국 경제가 활황세로 돌아선 2014~2019년의 평균 성장률과 같다. 물론 최근 발표되는 지표는 대부분 더 나빠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영국의 낭만파 시인 셸리(Percy Shelley)의 시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을 상기해 보자.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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