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가해자가 없다

입력 2022. 6. 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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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피해자들뿐이다.

사이비종교 관련 사건의 경우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특정하지만, 실제로는 모두 피해자다.

이 사건 역시 법은 부모를 가해자로, 자녀를 피해자로 적시했다.

실정법은 가족 구성원들 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특정했지만, 우리 눈에는 모두가 피해자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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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피해자들뿐이다. 사이비종교 관련 사건의 경우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특정하지만, 실제로는 모두 피해자다. 대부분 가해자는 안 보이고 피해자끼리 상처를 주고받는 안타까운 모습이 노출된다.

2012년 신천지에 빠진 배우자를 해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분을 면회한 적이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만나서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고 싶었다. 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바라본 그분의 모습에서 가해자라기보다 피해자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배우자에 대한 미안함과 남겨진 자녀에 대한 안타까움이 절절히 전해졌다.

한때 서로를 사랑했던 평범했던 부부가, 신천지 때문에 각각 가해자와 피해자가 됐다. 게다가 이 세상에서는 영원히 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자식들은 어머니가 신천지를 다니지 않았다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법정에서 증언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과연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일까.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할 신천지 측은, 종교 자유를 폭력적으로 막은 범죄라며 책임 전가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2018년엔 신천지에 빠진 자녀를 다시 가정으로 데려오려고 애쓰던 부모에 의해 자식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다. 부모는 어떻게 해서든 자식이 신천지 교리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원했고, 자식은 신천지를 떠나지 않겠다고 버티다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신천지 측은 소위 강제개종이 초래한 참사라며 부모를 비난했다.

이 사건 역시 법은 부모를 가해자로, 자녀를 피해자로 적시했다. 하지만 부모 자식 모두가 피해자였다. 자식은 사랑하는 부모에 의해 목숨을 잃고, 부모는 그 자녀를 평생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는 ‘가해자가 된 피해자’였다.

최근 신천지와 연관된 유사 사건이 또다시 일어났다. 신천지에 다니는 전처와 가족을 살해한 혐의로 남편이 체포됐다. 남편은 신천지에 빠진 아내와 이혼하고 자녀들과도 헤어지게 돼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고, 신천지는 이 내용을 보도한 CBS를 향해 혐오 보도를 중단하라며 입장문을 배포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신천지 신도 중 부녀자와 청년들이 가출하는 이유는 신천지 때문이 아니라 “무차별적인 가정 내 폭행과 폭언 때문”이라며, “신천지에 빠진 국민에 대해서는 폭행과 폭언은 물론 살인까지 해도 용납이 된다는 의미인지 묻고 싶다”고 항의했다.

신천지의 주장처럼, 종교 문제로 생명을 잃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는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원인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규명하고 사회적으로 공론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실정법은 가족 구성원들 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특정했지만, 우리 눈에는 모두가 피해자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누가 진짜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일까.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애통해하는 피해자는 많은데, 원인 제공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천지는 종교 자유를 강조하지만, 거짓말 모략 포교로 종교 선택의 자유를 먼저 훼손해 가정 다툼의 원인을 제공했다. 이번 신천지 입장문에 따르면 피해자 “본인이 신천지예수교회 성도임을 밝히지 못한 상황에서 최근 가족들이 알게 됐고”라고 밝히고 있는데, 과연 종교 자유를 헌법에서 보장하는 우리나라에서 떳떳하게 소속을 밝히지 않고 거짓말을 동원해 포교하는 종교단체가 신천지를 제외하고 또 있는지 궁금하다.

신천지가 주장하는 소위 강제 개종은 종교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라 신천지의 거짓말 포교로 인해 강제 개종당한 사랑하는 가족을 되찾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탁지일(부산장신대 교수·현대종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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